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금품·향응 받은 강남서 전 수사팀장·경찰청 소속 경정 등 3명 기소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금품을 받고 필라테스 강사 출신 방송인 양정원의 사기 사건을 무마한 혐의로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신동환 부장검사)는 강남서 수사팀장이었던 송모 경감을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경찰청 소속 이모 경정을 알선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검찰은 양씨 남편 이모씨가 이 경정을 통해 연결된 송 경감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한 뒤 수사 정보를 제공받고, 룸살롱 접대 등을 한 정황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송 경감은 양씨 남편과 수차례 통화에서 "(아내 사건은) 다음 주에 잘 끝날 거야", "내가 이미 불송치 결정한 거니까 빨리 끝내라고 얘기했어" 등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씨 남편은 "아 우리 와이프 거요?", "형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식사 한번 하시죠"라고 답변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 경감은 당시 사기죄로 고소돼 전산상 '피의자'로 등록된 양정원씨를 '참고인'으로 임의 변경해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형사소송법상 고소인은 불송치결정 통지를 받은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참고인은 불송치 결정의 대상이 아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는 (양씨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할 권리조차 박탈당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 부장검사는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바꿔버린 사례는 20년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전환하는 건 다른 사람을 피의자로 잘못 입건한 경우다. 이번 사례는 형사 사건에서 이례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으로 표현하자면 피고인이 갑자기 증인이 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후 송 경감과 이 경정은 양씨 남편 이씨에게 "조사할 때 직접 에스코트도 해주고,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돌리고 신경을 썼다"고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씨로부터 사건 무마에 대한 감사와 추가 사건 청탁 명목으로 명품 스카프 등 금품과 수백만원 상당의 유흥주점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송 경감이 유흥주점 접대를 받은 뒤 이씨에게 "내가 내가 표현을 잘 못해도 마음 깊이 감동을 받았다. 너무 좋다"고 말하자 이씨가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선배님"이라고 답하는 녹취록을 이날 공개했다.
송 경감은 접대받고 이틀 뒤 양정원씨와 관련한 다른 사기 사건 수사가 문제가 되자 담당 후배 경찰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내가 다 이미 (불송치)한 사건이니 빨리 종결하라"는 취지로 압박하고, 사건 처리 상황을 남편 이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이 경정 역시 "송 경감이 고참 팀장이라 영향력이 있다"고 강조하거나 사건 조치가 잘 됐다고 알려주며 이씨와 사적 만남을 이어갔다.
이어 송 경감은 동료 경찰관을 통해 피해자에게 고소 취소를 유도하고 후배 경찰관들을 압박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건은 결국 참고인 중지 또는 불송치로 수사가 중단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양정원씨 남편 이씨는 지난 5월 송 경감 등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먼저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검찰에 따르면 송 경감은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양정원 사건을 포함해 피의자 등 4명으로부터 총 5건의 사건 무마 및 수사 정보 제공 등의 청탁을 받았다.
그 대가로 송 경감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약 8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 경감은 이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해 온 이른바 '시세조종 선수' A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되자 A씨로부터 유흥업소 접대를 받고 약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했다.
또 송 경감은 해외 출국으로 지명 통보된 사기 피의자에게도 접근해 강남경찰서 사건을 챙겨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피의자를 조사한 다음 날 직접 찾아가 식사 계산을 시키고 현금을 수수했다.
이어 약 2개월 후 해당 사건을 직접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한 뒤 당사자가 거주하는 해외까지 찾아가 두 차례에 걸쳐 미화 3천달러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송 경감은 다단계·가상화폐 사업자 B씨로부터도 수사 정보와 사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당일 B씨에게 "회장님 조사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같이 오신 분 차도 빼 드리고, 커피와 간식 등도 드렸다"는 문자도 보냈다.
송 경감은 상품권을 받은 뒤 B씨가 경찰 조사를 받는 날 함께 점심을 먹고 후배 경찰관을 불러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라고 독촉했으며, 이 사건 역시 고소장 접수 후 약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됐다.
특히 송 경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B씨로부터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B씨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B씨의 직원 C씨가 제3자에게 명절선물로 준 상품권을 내가 돈을 주고 샀다"는 취지의 허위 시나리오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송 경감은 C씨 등을 실제 사건과 무관한 '대역 참고인'으로 내세우고 차명 전화 등을 이용해 연락하면서 검찰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독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송 경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당시 법원은 "향응 또는 금품이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다툼이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3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5일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 경위에 대해 신 부장검사는 "처음에는 인플루언서 사건에 대한 자료가 있었지만, 수사를 하면서 혐의에 대한 추가 보강을 했다"며 "또 당시 송 경감 측이 방대한 양의 의견서를 냈는데, (그 내용이) 가짜 시나리오와 가짜 증거라는 것을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lynn@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