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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개체수 조절' 주장 유튜버 강연 취소에 온라인 공방 격화
관리 방안 둘러싼 '맞불 국민청원'…양측 모두 5만 명 넘어서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수송동의 한 빌딩 주차장 나무 위에서 까치와 고양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까치와 고양이간의 신경전은 30분 이상 이어졌고, 제공권(?)을 활용해 고양이를 농락하던 까치가 자리를 뜨자 고양이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 2007.4.12 / jiho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고양이로부터 새를 보호해야 한다", "길고양이도 생명이다."
야생조류를 지키려는 이들과 길고양이를 돌보려는 이들이 '길고양이 관리 방식'을 둘러싸고 또다시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생태계 균형을 위한 개체수 조절이 우선이라는 시각과 인도적 공존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오프라인 행사는 물론 제도권 청원에 이르기까지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생태적 관점과 윤리적 관점 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탐조 유튜버 초청 철회 놓고 찬반 대립…"행정이 민원에 휘둘려"
발단은 탐조(새 관찰) 유튜버의 생태 행사 강연 취소다. 평소 길고양이의 적극적인 개체수 조절 필요성을 주장해온 유튜버 '새덕후'(본명 김어진)씨가 울산시 생태 행사 연사에서 제외되면서 온라인상 갈등이 재점화했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다음달 20~21일 열리는 '제5회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울산기업 챔피언 프로그램' 둘째 날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마라도 뿔쇠오리 서식지와 길고양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씨의 초청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동물보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울산시에 초청 철회 민원을 넣자는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20울산민원콜센터 번호와 함께 "김씨가 길고양이 살처분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민원 동참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연휴가 끝나는 대로 민원을 넣겠다", "내일 바로 전화하겠다"는 동조 댓글이 잇따랐다.

[스레드 'seehun.bae'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행사 주최 측은 18일 김씨의 강연을 취소했다. 120울산민원콜센터 상담 내역에서도 담당 부서 확인 결과 "해당 유튜버를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답변이 확인됐다.
김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연 취소 사실을 인정하며 "민원이 많았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울산시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것은 아니며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초청 취소 결정이 알려지자 여론은 다시 양분됐다. 민원을 주도했던 커뮤니티에서는 "길고양이 혐오 논란이 있는 인사가 생태 행사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했다", "정당한 문제 제기였다"며 환영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단순 민원에 밀려 전문가 초청을 번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탐조 유튜버로서의 전문성을 배제한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씨 또한 결정 과정에 유감을 표했다.
김씨는 "민원 제기는 시민의 권리지만, 행정이 민원에 무작정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과학과 생태의 문제는 단순한 민원 숫자로 결론지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누가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해 담당자를 압박하느냐에 따라 공적 결정이 좌우되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울산시는 이번 결정에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김씨 초청이나 취소는 시에서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대 민원이 이어지자 행사 주최 측이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스레드 'seehun.bae'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생태계 보호' vs '인도적 관리'…국회로 번진 길고양이 논쟁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길고양이 관리 방식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조류 보호 측은 길고양이의 포식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개체수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유튜버 김씨 역시 국가 차원의 살처분을 포함한 강력한 개체수 관리와 공공장소 급식 제한을 요구해 왔다.
반면 길고양이 보호 측은 조류 보호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살처분 등 생명을 해치는 방식에는 반대하며, 중성화 후 방사(TNR)를 통한 인도적 관리가 원칙이어야 한다고 맞선다.
이러한 대립은 제도권으로 이어졌다.
김씨가 지난달 10일 올린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개선' 국회 청원이 이달 9일 현재 5만5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맞선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반대 및 인도적 관리체계 마련' 청원도 약 9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두 청원 모두 요건을 충족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정식 회부되면서 관련 논의가 국회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제도적 합의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평가하면서도 극단적 갈등을 경계했다.
김봉균 공주대 특수동물학과 교수는 "고양이의 포식으로 인한 조류 개체수 감소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해결 방법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제도권에서 다뤄지는 것 자체는 필요한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생태적 관점과 윤리적 관점의 중간 접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생태적 관점에서 고양이가 일으키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고양이가 겪는 피해를 어떻게 완충하며 개체수를 줄일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유기된 고양이가 몸을 숨기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에서 늘어난 유기묘가 겨울 철새를 위협해 문제가 되고 있다. 2022.1.20 psj19@yna.co.kr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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