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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폭염·호우에 임대료 인상까지…동자동 쪽방촌 덮친 '삼중고'

입력 2026-08-1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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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새고 40도 치솟는데 월세는 올라…쪽방촌의 '가혹한 여름'


목욕권 받아도 20분 걸어야…"폭염 대책 실효성 부족"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더위를 식히는 주민 모습

[촬영 서효주]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정풍기 인턴기자 = 18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


서울역 12번 출구에서 10분가량 걸어 올라가자 공원 화단 위로 설치된 미세 물 분사장치(쿨링포그)에서 하얀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31도를 웃도는 찜통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온 한 주민이 나무 그늘 아래 벽돌 단 위에 놓인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기대앉아 흩날리는 쿨링포그 물안개로 간신히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 복도

[촬영 서효주]


공원을 지나 오르막 쪽방촌 골목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훅 덮쳐왔다.


주거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니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고 긴 복도를 따라 14개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더운 공기를 조금이라도 빼내려는 듯 계단과 복도의 창문들과 방문들이 활짝 열려 있었다.


◇ 0.7평 쪽방에 선풍기 하나…"사실상 닭장"


이들 방 중 주민 박모(67)씨 방에 들어가 보니 양팔을 뻗으면 양쪽 벽에 닿을 만큼 작았다. 면적은 0.7평(약 2.3㎡) 남짓에 불과했다.


이번 여름도 선풍기 한 대로 버티고 있다는 박씨는 "에어컨도 없는 작은 쪽방인데 하나뿐인 창문도 바로 옆 건물의 콘크리트 벽에 맞닿아 있다"며 "환기를 시켜도 공기가 빠지지 않아 많이 더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열대야로 잠들기 힘든 밤이면 방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어 사생활 보호는 사치로 느껴진다.


박씨는 "방문을 열어놓고 누워 있으면 방마다 뒤척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며 "아무래도 이곳에 개인 생활 같은 건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의 유일한 냉방기기인 선풍기

[촬영 서효주]


서울시는 2023년 3월부터 쪽방 주민을 대상으로 월 2회 목욕탕 이용권을 제공하는 '동행목욕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폭염기(7~8월)와 한파기(1~2월)에는 월 4회까지 지원을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 진모(70대)씨는 "목욕탕은 남대문 쪽으로 가야 해서 20분은 걸어야 한다"며 "샤워하러 갔다 오는 길에 또 땀을 흘려 다시 씻어야 하니 잘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 5명 중 1명 수준인 젊은이들만 목욕권을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진씨가 받은 이번 달 동행목욕탕 목욕이용권

[촬영 서효주]


결국 주민들은 건물 안 좁은 공용 샤워실로 몰릴 수밖에 없다.


공용 샤워실을 사용해야 하는 박씨는 "14개 방이 샤워실 하나를 같이 쓰다 보니 샤워 한 번 하기 위해 하루에 세 번, 네 번 대기를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씻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일조차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은 이들의 주거권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14개 방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샤워실 겸 세탁실

[촬영 서효주]


◇ 폭염·호우로 더 힘든 올해…집주인 갑질에 두 번 우는 주민들


올해는 폭염과 호우가 번갈아 이어지며 쪽방촌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15년째 거주 중인 서재만(61)씨는 "어떤 방은 조금 넓은 대신 창문이 고장 나 습기가 차고, 어떤 방은 습도는 괜찮지만 매우 좁다"며 "물이 새더라도 넓은 방이 있고, 좁아도 물은 안 새는 방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폭염과 큰 비가 번갈아 휩쓸고 간 2평 남짓한 방을 가리키며 그는 "사실상 닭장이지 이게 사람 사는 곳이냐"고 되물었다.


열악한 환경을 견디는 주민들에게 주거비 부담과 집주인 갑질은 또 다른 짐이다.


동네 주민 김모(60대)씨는 "방이 좁아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물이 얼 정도로 춥다"며 "그런데도 월세를 올리는 집주인이 있고, 수리 요구에는 '살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단체 '동자동사랑방'의 차재설 대표는 지자체의 일회성 대책과 현장의 괴리를 지적했다.


차 대표는 "60~70년 전 지어져 노후화된 건물들은 여름이면 실내 온도가 40도를 넘나들고 비가 오면 물이 줄줄 새는데, 지자체는 고작 한 달 목욕권 네 장이나 좁은 쉼터 같은 실효성 없는 땜질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복도에 공용 에어컨을 둘 게 아니라 방마다 실질적인 냉방 시설을 지원하고 공공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민단체 '동자동사랑방' 차재설 대표

[촬영 정풍기]


그는 또 "건물주들이 수리 요구를 외면하면서도 정부의 주거급여 상한액(약 36만원)에 맞춰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며 "수도·전기 감면 혜택은 집주인이 챙기고 임대소득 신고는 누락하는 탈세가 만연한데도 구청이나 정부는 전수조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사진만 찍고 10~20분 만에 떠나는 '보여주기식 방문'으로는 쪽방촌의 비극을 바꿀 수 없다"며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책임자들이 직접 주민들과 마주 앉아 무엇이 진짜 필요한지 긴 호흡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쪽방 방문에 붙은 공공주택사업 환영 스티커

[촬영 서효주]


seohyoju@yna.co.kr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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