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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형벌일까…여름철 '찜통 감방' 온열질환 통계조차 없다

입력 2026-08-1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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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초 열흘간 최소 7명 진단…법무부 "산출 어려워"


수용자도 교도관도 지쳐…"무더위 방치는 오히려 교정에 방해"




폭염 속 교정시설 내부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16.5㎡(약 5평) 남짓한 콘크리트 방에 11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옆 사람이 뿜어내는 체온까지 더해지며 머리가 핑핑 돌고 어지럽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건설노조 활동 중 구속돼 인천구치소 여성 수용실에서 8개월을 보냈던 최명숙(60) 경인지역본부 조직국장은 17일 연합뉴스에 "가뜩이나 좁은데 더위까지 겹치니 방 내부는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방 안 선풍기 두 대는 24시간 작동되지만 과열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50분 작동 뒤 10분간 멈춘다.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목욕은 일주일에 단 두 번 허용되며 다들 신경이 예민해지니 다툼도 잦았다고 한다.


최씨는 "관 안에 들어간 것처럼 옴짝달싹하지도 못하니 잘 때가 가장 고통스럽다"며 "땀 흘리면서 왔다 갔다 하며 분명 힘들 텐데 수용자들이 들을까 봐 대놓고 덥다고 말도 못하는 교도관들 또한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폭염'으로 매년 여름철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나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온열질환 통계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최근 전국 교정시설을 상대로 온열질환을 진단받은 수용자 수를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한 시설로부터 "온열질환이 시스템 내 '진단 코드'(질병 분류)에 없어 통계를 추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 질병관리청이 공개하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도 응급실에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진단·판단돼 신고가 접수된 환자만 집계한다.


온열질환으로 교정시설 의료 거실에서 치료받은 수용자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앞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 55곳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울산·천안개방교도소 등 5곳에서 모두 7명이 온열질환으로 진단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보통 폭염이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절정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온열질환을 진단받은 교정시설 수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구치소는 "온열질환자로 진료받은 수용자 수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진단자 수를 공개하지 않은 시설도 있어 정부가 직접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온열질환 진단자가 없다고 답한 교정시설들도 온열질환에 진단 코드에 없으니 '0명'으로 회신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혈압과 당뇨 등 다른 질환처럼 온열질환자 현황도 법무부가 집계해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온열질환이 대부분 환경적 요인으로 잠시 발생해 시설 내 자체적 처치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를 산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54개 단체는 "국가가 냉방시설 없는 과밀한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달 말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부, 안양교도소서 제2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 실시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교정시설에서 폭염에 힘겨워하는 건 수용자만이 아니다.


교도관도 에어컨 없는 수용동 내부를 계속 순찰해야 하는 데다 수용자들의 더위 민원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한 시설에서 교도관이 근무 도중 어지러움과 탈수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져 인근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도관은 "수용자의 소란으로 출동하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어지러워 쓰러질 지경"이라며 "폭염 속 수용자들만 보지 말고 교도관들도 봐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상 기후로 해마다 폭염이 심해지고 있으나 "범죄자들에게 에어컨을 달아주는 건 혈세 낭비"라는 비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법무부는 올해 12억원을 투입해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동에 냉방설비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반발에 부딪혀 중단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과밀수용 문제도 여전한데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교도관들에게 알아서 교화시키고 수용자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도관들은 죽을 맛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성준 활동가는 "범죄에 대해 분노하는 건 정당한 감정이지만 고통을 주는 것만으로는 재범을 방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폭염 속 좁은 공간에 수용자들을 몰아넣고 방치하는 게 교정과 교화에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안양교도소서 제2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 실시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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