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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생존과 생계 모두 위협받는 취약계층
데이터로 입증된 폭염 양극화…"소득 낮고 주거 열악할수록 피해 커져"
[※ 편집자 주 = 기후변화로 해마다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계절적 자연현상이 아닌, 사회적 양극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냉방 시설이 열악한 주거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 농촌 고령층은 폭염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기후 난민'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폭염 불평등의 현장 실태와 정부 대책의 한계, 그리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3편에 걸쳐 송고합니다.]

[촬영 이영주]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폭염은 불평등하고 가혹하다. 유례없는 폭염이 온 국민을 덮쳤지만, 기후 취약계층에게는 삶의 현장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나 다름없다.
지난 13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쪽방촌.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 구조 탓에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슬레이트 지붕 위로 얼기설기 걸려있는 시커먼 차양만이 햇볕을 막아줄 뿐이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시기였음에도 열기가 좀처럼 빠지지 않는 구조다. 이곳을 관리하는 정순자(79)씨는 에어컨 바람에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올해는 더워도 너무 덥다"고 힘겨워했다.
정씨는 "내가 지내는 이 안방에만 에어컨이 한 대 있을 뿐 나머지 쪽방은 너무 작아 에어컨과 실외기를 설치할 자리가 없어 선풍기를 2∼3대씩 돌리고 있다"며 "에어컨을 켜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냉방시설이 여의찮다 보니 쪽방촌 주민들은 낮 동안 PC방 등을 전전하며 피서할 곳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에어컨을 켜도 폭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촬영 이영주]
야외 근로자들에게 폭염은 건강을 위협함과 동시에 생계도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로 다가온다.
지난 13일 정오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는 폭염 탓에 한동안 작업이 중단됐다.
현장소장은 "바닥 작업을 하느라 근로자들이 무거운 돌을 옮겨야 하는데, 지난주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아 일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 작업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는 30분도 서 있지 못한다"며 "폭염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일할 수 있는 날도 줄어 수입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폭염이 만들어낸 '기후 난민'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힘겹게 무더위를 겪고 있다.

지난 13일 정오께 보도블록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더위를 피해 잠시 작업을 멈추고 휴식하고 있다. [촬영 이영주]
세계보건기구(WHO)는 온열질환 등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 장애인·임산부·병약자 ▲ 빈민·난민·노숙자 ▲ 어린이·노령자 ▲ 야외노동자·육체노동자 등으로 구분한다.
인구통계학적(독신 고령자 등), 사회경제적(저소득·사회적 고립 등), 환경적(열악한 주거환경, 유해한 작업환경 등) 요인이 폭염 취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분석은 국내 온열질환 발생 통계와도 맥이 닿아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취약계층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2025년 질병관리청의 수도권역 온열질환 지역 통계 현황 및 특성 분석 결과를 보면, 서울은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37.6%(142명)로 높았고 특히 80세 이상이 19.6%를 차지했다.
반면 경기도는 30∼59세 생산가능인구가 464명(47.4%)으로 수도권 4개 시도(서울·인천·경기·강원) 중 가장 많았고, 온열질환자 발생 장소도 실외 작업장이 37.2%에 달했다.
서울이 고령층 중심의 '주거 취약'이라면, 경기도는 생산인구 중심의 '노동 취약'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소득수준도 폭염 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작성 이영주
2024년 국토지리학회지에 실린 '서울시 폭염 피해와 도시 특성 간의 관련성 분석: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논문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1%포인트 늘어날 때 온열 질환자 밀도는 0.055명/㎢ 증가했고, 노숙자 밀도가 1명/㎢ 늘어날 때는 0.007명/㎢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평균소득이 1단위 늘어날 때는 온열 질환자 밀도가 0.012명/㎢ 감소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경제적 취약계층과 주거 안정성이 낮은 취약계층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경우 냉방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어 폭염에 의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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