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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원장 "폭넓은 독서로 시험 대비 충분" 발언에 학부모 우려·질타
AI 채점 신뢰도 문제…입시업계 "도입 초기 사교육 더 늘 것"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이날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에 서·논술형 문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대입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현재 대입제도 개편안은 확정된 바 없으며,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에서 검토와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2026.8.3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자매를 둔 학부모 김모(36) 씨는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다닐 논술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현 초등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시기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되고 내신에서도 서·논술형 평가가 확대될 수 있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래는 교과목 중에선 영어 학원만 보냈지만, 뉴스를 보고서 손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주위 다른 '초등맘'들도 본격적으로 논술을 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대입 제도 대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개편 대입 제도가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큰 초등학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우려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과목·돌봄 학원에 더해 논술학원까지 보내게 돼 사교육 비용이 늘고 공부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인공지능(AI) 채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 믿기 어렵다는 게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차정인 국교위원장이 이끄는 국교위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전 과목 절대평가,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 등을 염두에 두고 대입 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차 위원장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행 오지선다 객관식 시험이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계에 봉착했다며 특히 서·논술형 평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시 시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폭넓은 독서만으로 충분히 시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 추진과 관련한 신문 기사를 살피고 있다. 2026.8.12 nowwego@yna.co.kr
가뜩이나 대입 제도 개편 예고로 불안감을 느끼던 학부모들은 차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국교위를 질타하고 나섰다.
학부모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는 "서·논술형으로 바뀐다고 해서 사교육을 안 시키는 사람이 몇 이나 되겠느냐", "이제는 다들 AI 논술 학원에 다니게 될 것" 등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차 위원장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 공교육에서 대비하겠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은 좀처럼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 모습이다.
초·중학생 남매의 학부모 박모(43) 씨는 "수십년간 풀지 못한 사교육 문제를 서·논술형 평가가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평가 방식이 들어오면 또 그에 맞는 학원을 하나 더 다니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박모(50) 씨는 "지금 수능·내신 시험이 수명을 다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모든 걸 다 바꾸면 불안한 학부모들은 학원에 더 많이 매달릴 수밖에 없다. 독서로 시험 대비가 정말로 가능하다면 어떻게 책을 잘 읽을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독서학원이 성행할 것"이라고 했다.
서·논술형이 객관식처럼 딱 떨어진 정답이 있는 방식이 아닌 만큼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교위는 우선 AI가 '모범 답안' 데이터를 바탕으로 1차 채점을 한 뒤 교사가 이를 검토해 확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서울 중등교사 이모(36) 씨는 "지금 쓰는 AI도 채점에서 틀릴 때가 있다. 물론 수년 뒤에는 기술이 발달하겠지만, 정확도 100%라는 게 있겠느냐"면서 "결국 책임은 마지막에 채점하는 교사가 지게 될 텐데, 이의 신청을 어떻게 일일이 다 들어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2026학년도 논술전형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재학생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2025.11.23 jjaeck9@yna.co.kr
학원가 역시 실제로 수능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사교육 참여율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지금도 학교 시험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은 학원을 찾고, 대학 입학 논술 시험도 모두 사교육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더욱이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초기에는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에 더더욱 시험 기술을 익히려 학원에 다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교위에선 공교육에서 쌓은 AI 데이터를 사교육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지금까지 대입 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원들은 발 빠르게 효율적인 문제 풀이법을 내놨다"며 "과연 학부모들이 공교육만을 믿고 아이 미래를 걸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입시업계 관계자 역시 "서·논술형 평가가 사교육을 잠재울 것이란 말은 사교육 시장 생리와 학부모의 마음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오히려 교과목뿐 아니라 서·논술형 평가 시험 기술을 익히는 학원도 다녀야 해 학부모·학생 부담이 커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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