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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인터뷰…"수사, 피해자 경제력 의존"
경찰업무 폭증·이의신청 난항 우려…국선변호인 확대안에는 "생색내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안타깝지만, 앞으로는 범죄 수사에서 피해자와 변호인의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법률 실무에서 예상되는 변화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경찰 초동수사 단계에서 증거를 얼마나 충실하게 확보하는지가 사건 성패를 좌우할 텐데, 그 부담과 책임 상당 부분을 피해자 측이 떠안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국가가 담당하던 수사 통제 기능이 피해자의 경제력과 대응 능력에 의존하게 된 게 이번 개정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여성·아동·성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주로 변론해온 김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이 범죄 피해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조목조목 짚었다. 피해자들의 현실적인 대응책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초래할 가장 큰 피해는 수사 품질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경찰이 초동수사를 하고 검사가 기록을 다시 검토하며 잘못된 법리 판단이나 증거 누락을 직접 보완할 수 있었다.
이에 경찰은 빠른 증거 확보에 집중하고 검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수사 빈틈을 메우는 역할이 확립돼 있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권한은 사라지고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는다.
김 대표는 "이제 경찰 수사에 문제가 발견돼도 검사는 그 수사를 한 사람에게 스스로 바로 잡으라고 요청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라며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5년간 보완수사 요구만으론 실질적 수사 통제가 어렵다는 게 확인됐는데, 이번 개정은 그 제도에 더욱 의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피해자(고소인)가 이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특히 폐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과거 검사는 사건기록을 모두 열람한 상태에서 보완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으나, 피해자는 수사 비공개 원칙 때문에 사건 기록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몇 줄밖에 되지 않는 불송치 이유서와 제한된 정보만으로, 행간의 의미를 추측하며 잘못된 점을 찾아 이의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은 일반 국민이 감당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최근 불송치 이의신청 사건의 변호사 비용이 1천만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며 "결국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무부·경찰이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인 가운데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 선서'가 걸려 있다. 2026.8.4 ondol@yna.co.kr
개정법에는 고소인이 경찰에 수사 기록의 열람·복사를 신청하거나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한 조항이 신설됐다. 고소인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기대는 키우지만 실질적인 권리 구제는 어려운 대표적인 '희망고문'식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검사와의 면담 내용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결국 피해자는 검사를 만나 같은 이야기를 한 뒤 다시 경찰에서 그 진술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어 "오히려 기존 수사에 더해 반복되는 보완수사, 각종 의견 청취와 열람·복사, 기록 작성 등 새로운 절차가 추가돼 경찰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현장에선 중요한 수사보다 절차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권에서 피해자 지원책으로 국선변호인 제도 확대가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현실적인 인력과 예산 검토 없이 나온 생색내기식 대책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본인이 10년 넘게 피해자 국선변호 업무를 맡아온바, 업무량에 비해 보수가 턱없이 낮아 현행 제도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변호사는 경찰에 의견을 낼 순 있지만 국가를 대신해 수사를 통제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할 권한은 없다"며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수사통제 기능을 변호사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보완수사권을 없애놓고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늘리겠다는 것은 수술실을 없애면서 간병인을 더 뽑겠다는 것과 비슷하다"며 "간병인은 필요하지만 수술을 대신 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상황에서 범죄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줄이려면 실질적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김 변호사는 결국 가능한 한 빨리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3개월이라는 이의 신청 기간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억울한 사정을 적으면 경찰이 다시 수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이의신청서에는 어떤 증거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지, 어떤 참고인을 조사해야 하는지, 어떤 법률 적용이 잘못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며 "사실상 과거 검사가 경찰에 하던 수사 지휘에 가까운 수준의 내용을 피해자가 요구받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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