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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재판] ② '판결문에 갇힌 정의'…최종승소에도 日기업 집행 난항

입력 2026-08-15 07: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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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배상 거부 속 제3자 변제도 재원 고갈…피해자 41명 미수령


강제집행도 수년째 지연…지원단체 "일본 기업 사죄·배상 이행 나서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앞에서 항의하는 정신영 할머니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정신영(96) 할머니가 9일 도쿄 지요다구 미쓰비시중공업 앞에서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2026.4.9 psh59@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2018년 이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10여건의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일본 기업들이 8년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실제 피해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광복절인 15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와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7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강제동원 피해자 기준 68명이 승소했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을 고려하면 원고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대법원은 2012년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 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처음으로 "원고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 할아버지 등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확정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와 양금덕(97) 할머니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 2건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하급심에선 소멸시효가 문제 돼 일부 피해자들이 패소했지만 2023년 12월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산점을 2018년 전합 판결로 보고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내린 뒤 하급심과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이어졌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외에도 히타치조선, 후지코시강재, 구마가이구미, 니시마쓰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줄줄이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달 12일에는 일본제철 강제노역 피해자 고(故) 민문식씨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총 8천만원의 배상 책임이 확정됐다.




입장 밝히는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고 민문식 씨 가족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고 민문식 씨의 가족과 변호인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본제철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8.12 kjhpress@yna.co.kr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거부하면서 판결 이행은 답보 상태다.


일본 정부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이 이미 해결됐단 논리를 펴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 측이 강제집행을 위한 법적 절차에 나섰지만 일본 기업 측의 거듭된 불복과 송달 문제로 현금화까지는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2023년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내놨다.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내놓은 해법으로, 피해자들의 배상금은 민간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기업이 져야 할 배상 책임을 우리가 대신 지는 구조인 데다 일본 기업의 사죄 절차가 빠져 있어 '굴욕 해법'이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길게는 수십년간 이어진 긴 소송전에 지친 피해자와 유족 대부분이 결국 제3자 변제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정작 수용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조차도 대부분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단의 재원 고갈로 작년 5월 이후 배상금 지급은 멈춘 상태다.


이원범 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67명 중 41명이 아직 배상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41명 중 90%가 제3자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승소한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 정창희 할아버지의 유족은 변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기기도 했다.


확정되면 추심을 통해 배상받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긴 소송전에 지쳐 정 할아버지 측도 결국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하며 소를 취하했다.




답변하는 이원범 직무대행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원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직무대행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안부·법무부·검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8.5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강제집행 절차를 이어가는 피해자도 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유족은 여전히 제3자 변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미쓰비시 특허권을 압류한 뒤 2019년 특별현금화명령을 신청해 법원에서 인용 결정을 받았지만, 미쓰비시 측 항고로 대전지법에 계류 중이다.


박해옥 할머니의 유족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재단 업무보고 관련 발언을 두고 "우리는 대충 돈 주고 입막음하려는 그거(재단 배상금)는 안 받고 법대로 해서 받겠다는 것이다. 법대로 집행하면 될 일인데 일본이 그렇게 무섭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경우 변제안 수용에도 강제집행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하급심이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과 일본제철 PNR 주식 특별현금화명령을 받아들였지만 2022∼2023년 대법원 접수 이후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대법원이 배상 판결을 했고, 대법원이 압류까지 확정해놓고 매각하겠다는 판단을 지금까지 미루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강제집행이 우리 법원의 문턱 앞에서 가로막혀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 기업의 직접 배상도, 제3자 변제를 통한 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하고 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승소확정

(서울=연합뉴스) 일본 기업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재차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민족문제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일본 기업에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도 더 이상 제3자 변제안에만 기대지 말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가장 올바르고 빠른 해결은 일본 전범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는 정의에 거스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3자 변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닌 인권과 존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도 "제3자 변제는 국가 간 약속도 아닌 일방적 포기 선언이었을 뿐"이라며 "우리 정부가 자기 조급함에 한일관계 복원이란 이름으로 일을 꼬이게 한 만큼 잘못된 것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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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09: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