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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더위에 주민 대다수 건강위험·의료체계 마비 우려
동유럽 전력공급 차질…산불 확산에 휴양지·주택가 피란사태

높이 30m '화염의 장벽'이 쓸고 지나간 그리스 북부 휴양지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 곳곳의 일상이 한여름에 닥친 극단 기상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폭염이 부른 공중보건 위기, 가뭄에 따른 전력공급 차질, 대형 산불의 기습 등 재난에 맞선 힘겨운 싸움이 곳곳에 목격된다.
13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 인구의 대다수가 가마솥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기상당국 예보를 토대로 한 AFP 분석에서 유럽 주민의 5명 중 3명인 3억4천만명이 섭씨 30도가 넘는 고온에 노출됐다.
무려 35도를 넘는 더위를 겪는 인구도 1억3천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날 중부 샤토메이양의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아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프랑스의 수도 파리도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다.
영국도 런던 일부 지역의 기온이 38.1도까지 오르는 등 기상 관측 이래 5번째로 더운 날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전역에서도 40도에 육박한 폭염이 엄습해 수천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폭염 닥친 유럽은 공중보건 위기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폭염은 태풍과 지진처럼 피해가 가시적이지 않지만 그에 맞먹는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까닭에 '침묵의 살인마'로 불린다.
실제로 폭염 때문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해 의료체계의 과부하를 우려하는 사례도 전해진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관계자는 "더위로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들이 숨쉬기조차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전력 공급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가뭄 때문에 전력망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빚어졌다.
루마니아 국영 원자력 공사인 뉴클레아르엘렉트리카는 체르나보다 원전에서 마지막으로 가동하던 원자로의 전력망을 끊는다고 밝혔다.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해오던 다뉴브강이 말라붙어 수위가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뤄진 안전 조치다.
루마니아는 지난달 말 원자로 하나의 가동을 멈춘 뒤 남은 원자로마저 발전에서 배제해 전력 생산량의 20%를 책임지던 거점이 마비됐다.
강바닥을 긁어내고 암석을 폭파해 물줄기를 바꾸는 등 전례 없는 수단을 동원해 냉각수 확보를 시도했으나 지속적 가뭄에 결국 굴복했다.

다뉴브강이 말라붙자 결국 가동을 중단하는 루마니아 원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루마니아는 이달 한 달 동안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갈탄 화력발전소를 급하게 재가동했다.
그간 루마니아에 전력을 의존해오던 몰도바도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몰도바는 자체 전력 부족분의 최대 60%를 루마니아에서 수입해오다가 공급이 중단되자 순환 정전 등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는 건조한 기상과 맞물린 산불 때문에 대규모 피란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숲속의 나무가 인화물질에 가까운 땔감으로 변한 까닭에 작은 불씨에도 통제가 어려운 대형 산불이 빈발하고 있다.
그리스의 북부 휴양지 할키디키 반도에서는 높이가 최고 30m, 길이가 3㎞에 달하는 화염장벽이 시비리, 푸르카 등 휴양지 근처까지 들이닥쳤다.
불길이 해변에 다가오자 수영복 차림의 관광객과 주민 500여명이 소형 선박과 해경정에 올라 바다를 통해 달아나는 탈출 작전이 펼쳐졌다.
영국 잉글랜드 중부 스투어브리지에서도 대형 들불로 주택들이 화염에 휩싸이고 주민이 열기에 데고 연기를 마셔 치료받았다.
폭염 때문에 열차의 탈선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 등지에서는 운행중단이나 서행에 따라 대중교통 차질까지 빚어지고 있다.
강철로 만든 선로는 고온에 팽창하고 늘어날 공간이 없어지면 굽는 까닭에 열차가 그 위를 지나가면 위험해진다.
과학자들은 가뭄, 폭염, 산불이 일시적 이변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초래된 뉴노멀이라고 지적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피해를 완화할 탄소감축도 중요하지만 수시로 닥칠 극단 기상에 맞서 안전을 확보할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등 적응체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그만큼 더 힘이 실리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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