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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노인] ⑥ "아파도 내 집에서…" 존엄한 노후의 조건은

입력 2026-08-13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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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인 플레이스' 화두…올해 본격 시행 '통합돌봄' 해법 될까


"시혜 아닌 권리로"…돌봄·소득·일자리 아우르는 패러다임 전환 시급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제 제법 걸을 수 있고 아프더라도 집에 가고 싶네."


지난 11일 충북의 한 요양원에서 A(75)씨가 멋쩍은 듯 웃으며 요양보호사를 향해 말했다.


평생 술을 가까이 한 A씨는 당뇨 합병증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채로 한 달 전 이곳에 입소했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술을 끊고 관리를 받아서 걷는 데 불편함이 줄고 혈색도 되찾은 그가 가장 먼저 그리워한 것은 혼자 지냈어도 정든 집이었다.




통합돌봄 본격 시행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된 지난 3월 27일 서울 시흥5동 주민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통합돌봄 신청을 하고 있다. 2026.3.27


◇ 돌봄·의료 연계 '통합돌봄'…사각지대 해결은 과제


A씨처럼 일상생활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하지만, 병원이나 시설을 꺼리는 노인과 장애인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가 통합돌봄이다.


청주노인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최근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익숙한 공간에서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며 "그런 점에서 통합돌봄의 방향성 자체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3월 27일 전국적으로 본 사업이 시작된 통합돌봄은 시행 100일 만에 3만7천304명이 서비스를 연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이 제도가 안착 중인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궁극적으로 돌봄은 노인이 노후를 익숙한 집에서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최종 목표"라면서도 "통합돌봄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고 24시간 전체를 놓고 보면 상당한 시간을 가족이 돌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영애 광주광역시 노인복지법인시설협회장은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공데이터 기반의 대상자 발굴과 관리체계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며 "아울러 병원, 보건소, 행정기관, 재가센터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연결한 전문 사례관리자 양성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경남지역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됐지만 그렇다고 행정복지센터 등에 별도의 전담 인력이 충원된 게 아니어서 무엇보다 전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화한 노인빈곤율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지난해 2월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점심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의 e-나라지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38.2%였다. 이런 노인빈곤율은 우리나라 전체 상대적 빈곤율(14.9%)이나 근로연령인구(18∼65세)의 상대적 빈곤율 9.8%(남성 9.7%, 여성 10.0%)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2025.2.3


◇ 소득안전망 구축·일자리참여 정책 부족…학대 피해도 여전


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존엄한 노후는 한두 가지 조건의 충족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노인의 소득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보면 본인부담금을 대부분 자녀가 내는데 노인 본인이 연금 등 자기 소득으로 부담금을 낼 수 있게 만들거나 내지 못하면 저소득 노인으로 분류해 다른 식의 혜택을 주거나 해야 하는데 지금은 부담금 문제와 노인 당사자의 개인 소득이 연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고령사회연구원장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 여러 소득원으로 구성된 다층소득보장체계는 이른바 있는 이들에게만 해당하고 기초연금처럼 한가지 소득만 있는 빈곤 노인들에게는 막연한 얘기"라며 "이런 분들에 대해 기초연금을 높인다든지 기초생활보장을 더 많이 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 특성상 노인들의 일자리참여 정책 내실화도 시급하다.


18년 경력의 한 사회복지사는 "65세가 넘어서도 일할 수 있고 일하기를 원하는 노년층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보다 다양한 일자리와 사회참여 기회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단순 업무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끊이지 않는 노인 학대 사례는 존엄한 노후의 보편화를 위해 반드시 끊어야 할 고리다.


충남지역에서 5년간 근무한 요양보호사는 "작금의 요양시설 시스템은 노년의 존엄한 삶과는 거리가 있다"며 "피할 수만 있으면 나는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24시간 돌봄이 어려운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신체를 결박하고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으며 방치하는 등의 일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신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시설 운영자들은 수익성을 따지고 직원들은 열악한 처우와 운영자 눈치 보기에 급급해 입소자를 세세히 돌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자신의 사례 전하는 노인학대 피해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보호 대상→권리 주체…"노인 보는 시각 바꿔야"


전문가들은 복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강조한다.


현재의 시혜적 복지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존엄한 삶을 누리기는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간절한 주장이다.


이선영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혜적 복지에서 권리 중심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권리 중심 복지 개념에 약하다"며 "이를 바꾸려면 노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고 생각해야 하고 복지는 권리라는 개념이 하루빨리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복지 정책이 사후 대응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도 문제"라며 "앞으로의 노인정책은 건강할 때부터 사회참여, 디지털,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예방형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대 청주가경노인복지관 과장은 "길어지는 노년기 속에서 실제 어르신들이 처한 환경과 욕구, 문제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정책이나 제도, 사업과 예산 지원은 포괄적인 데다 실적 중심의 정형화된 수치와 원칙을 요구하고 있어 괴리가 있다"고 했다.


노인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존엄한 노후의 키워드는 삶에 대한 주체성"이라며 "노인을 나이를 기준으로 묶기보다 여전히 건강해서 기회만 있으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사회가 열린 시각으로 그 에너지를 포용하는 게 그분들의 존엄한 노후를 이루는 것은 물론 사회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태현 김용태 김형우 노승혁 박영민 이주형 장덕종 최은지 최종호 한무선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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