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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폭염] ⑪"혼자 선풍기 켜지도 끄지도 못해"…중증장애인의 여름

입력 2026-08-10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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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화재 위험 크지만 24시간 돌봄은 여전히 부족




전동휠체어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장맛비가 내린 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비닐로 덮인 전동휠체어가 세워져 있다. 2026.7.6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혼자 선풍기를 켜지 못해 더위에 시달리고, 끄지 못해 불이 나고. 장애인들은 이런 생명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요."


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수미 활동가는 "돌봄 지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폭염 속 위험에 노출된 장애인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밤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를 기록한 2018년 여름,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김모(당시 53세)씨는 활동지원사가 없이 홀로 밤을 보내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


머리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중증 독거 장애인 김씨에게 당시 주어진 활동 지원 시간은 당시 한 달 599시간에 불과했다. 이에 일주일 중 사흘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활동지원사 없이 혼자 지내야 했다.


활동지원사가 없는 밤이면 김씨는 전기 과열로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걱정에 선풍기도 켜지 않은 채 잠을 청했다.


앞서 김씨와 함께 자립생활을 시작했던 동료가 활동지원사 없이 혼자 있다 화재로 숨진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2018년 8월 2일 아침, 김씨는 체온이 38.6도까지 오른 상태로 집을 다시 찾은 활동지원사에게 발견됐다. 폭염 속에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이다.


열대야에 홀로 밤을 보내던 장애인이 생명을 잃을 뻔한 사건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이들을 위한 24시간 활동 지원은 여전히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 2만8천919명 중 24시간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202명에 불과하다.


장애인단체들은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 상당수가 돌봄 공백으로 인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휠체어

[촬영 성연재]


이수미 활동가는 "24시간 지원을 받는 이들은 아주 적고, 지원 시간 공백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특히 여름철에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스스로 켜고 끌 수 없다. 전기기기 과열로 인한 화재나 온열질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 현황 통계에서도 응답자의 76.9%가 서비스 불만족 이유로 '제공 시간 부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60.7%는 '월 80시간 초과'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추를 다쳐 목 아래로 감각이 없다는 이동길(40)씨는 최근 활동지원사가 없는 야간에 소변줄이 빠지는 응급상황을 겪었다.


이씨는 "음성으로 전화를 걸어 119가 왔지만, 당시 호흡 곤란이 와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주일에 24시간은 활동지원사가 없이 홀로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지원사 선생님들이 없을 때 조금 무섭다"며 "여름에는 스스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조절할 수 없어 선생님들이 해놓고 가신 그대로 둬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장애인을 둘러싼 제도적 사각지대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신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해야 한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외출 등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방문요양은 가정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또 장기요양으로 전환하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도 줄어든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장애인 당사자가 활동지원서비스와 장기요양보험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65세 이전에 활동 지원 수급 이력이 없는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65세 이후 장애가 심해져 지원이 필요해진 경우나, 시설에 살다 나와 과거 활동 지원 신청 이력이 없는 장애인은 활동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장애인(CG)

[연합뉴스TV 제공]


65세가 넘어 탈시설을 한 와상(누워지내는) 장애인 권혁진(71)씨는 65세 이전에 활동 지원 수급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권씨는 "다친 지 20년이 넘었고, 혼자서는 꼼짝도 못 하고 누워있어야 하지만 65세 전 수급 이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이 안 된다고 했다"며 "사지가 마비돼 모든 것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나이를 딱 잘라 안 된다고만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설에서 나와 바깥 구경도 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니 좋다"며 "그러니 우리가 조금만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폭염이나 한파 시기에는 돌봄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영웅 한국장애인인식개선연구원 원장은 "복지 예산이 한정돼 있어 지원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고충이 있는 것 같다"며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보다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복지 예산을 늘려 오늘내일 생명이 절실한 이들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폭염 기간에는 장애 가정을 선제적으로 찾아가 예방 활동을 하거나, 서비스 시간을 확대해 건강이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지를 봐야 한다"며 "지역 사회 안에서 이웃끼리 서로의 안녕을 확인해주는 소통 문화도 발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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