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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은 늘고, 건강수명은 줄고…노인들 13년은 아픈 채 살아
노인끼리 돌보다 '간병 살인'·자살까지…"지역사회·병원 통합돌봄 필요"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길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은 줄면서 '노인 돌봄'이라는 사회적 과제의 해결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간병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독박 돌봄'을 할 수밖에 없는 고립된 노인들은 빈곤과 우울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노인 돌봄을 개별 가정에만 맡기기 불가능해진 만큼, 국가적 '통합 돌봄' 안전망의 필요성이 커졌다.
◇ 기대수명 83.6세·건강수명 70.9세…평균 13년은 아파 지낸다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6'에 따르면 2024년에 태어난 아이를 기준으로 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7년이다.
기대수명이란 해당연도 출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햇수를 뜻하는 것으로,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OECD 국가 평균(81.2년)보다 2.5년이나 길다.
반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2020년 70.9세에서 2022년 69.9세로 2년 연속 줄었다. 2013년(69.69세) 이후 9년 만에 70세를 밑돌았다.
2022년 기준으로 기대수명(82.7년)과 건강수명을 단순 비교할 경우 12.8년 차이 난다. 13년 가까이 아픈 채로 노년을 보낸다는 뜻이다.
3년 주기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인들이 앓는 만성질환은 평균 2.2개로, 2020년(1.9개)보다 늘었다.
1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의 비율은 같은 기간 84.0%에서 86.1%로 올랐다.
2023년 기준 만성질환이 없는 노인은 13.9%에 불과했다.
길어진 수명만큼 노화, 질병으로 간병이 필요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돌봄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현실이 됐다.

[연합뉴스TV 제공]
◇ 아픈 노인끼리 병구완하다 극단적 범죄까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4년 12월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의료혁신위원회의 초고령사회 의료체계 전문위원회에 따르면 고령화는 더 빨라져 2045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40%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노인 돌봄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현재 전체 입원 환자 중 약 60%가 사적 간병을 이용하고 있고, 이런 사적 간병비 규모는 연 6조원 이상일 것으로 의료혁신위원회는 추정한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상황에서 간병비는 노인과 가족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 시범사업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1인당 하루에 3만원만 쓰면 되지만, 사적 간병 서비스를 이용하면 10만∼20만원으로 값이 불어난다.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적 간병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그나마 상황이 낫다. 노인 간 돌봄은 때때로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007∼2023년 유죄가 확정된 간병 살인 22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부간 살인(72건)은 친자가 저지른 살인(96건) 다음으로 많았다.
부부 간병 살인의 경우 가해자의 연령대는 70∼90대의 비율이 89.8%로 대부분이었다.
특히 부부간 살인 사례에서는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70건)가 97.2%나 됐다.
또 부부간 살인에서는 배변 처리 등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52.8%)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일상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38.9%)도 적지 않았다.
부부간에 벌어진 간병 살인 유형은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범죄의 비율(83.3%)이 폭행 상해 치사(11.1%), 유기 학대 치사(4.2%) 등보다 월등히 높았다.
부부 간병 살인에서는 가해자 10명 중 4명가량이 살해 후 자살을 시도했다.

[춘천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건강 이상·우울 등으로 벼랑 끝 몰린 노인
극단적인 방식으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사회적 고립과 빈곤, '독박 돌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노인의 자살 역시 제도적 돌봄과 소득 안전망 부재가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연세대·상지대 연구진이 55세 이상∼85세 이하 남녀 685명에게서 2020년 12월∼2021년 4월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간병 부담이 있는 이들의 우울 수준은 평균 3.85점으로 나타났다.
가족 간병 부담이 없는 이들의 평균 우울 수준(2.57점)과는 차이가 크다.
연구진은 "가족 간병 부담 유무에 따라 우울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다"며 "가족 간병 부담은 우울과 직접적으로 정적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간병 부담으로 커진 우울감은 빈곤, 외로움, 개인의 역할 상실 등과 맞물려 때때로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80세 이상 남성 노인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07.7명으로 전체 평균(29.1명)의 약 3.7배 수준이다.
남성을 기준으로 그해 자살률을 보면 10대(7.4명)에서 50대(54.9명)까지 계속 늘다가 60대(49.5명) 때 살짝 줄었을 뿐 이후로는 다시 늘어난다.
여성 역시 80세 이상의 자살률(24.1명)이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백종우 부위원장은 "노인의 자살은 빈곤, 질환, 사회적 고립이 겹쳐서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며 "또 '노노(老老) 케어'의 장점도 있지만, 간병 살인까지 벌어질 만큼 부부가 서로의 노년을 책임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가족 사회는 해체됐기 때문에 가족들만으로 노인을 돌본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너무 힘들어졌다"며 "노인이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살 수 있게 하려면 올해 시작한 지역사회와 병원이 함께하는 통합 돌봄이 정착해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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