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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각지에서 수년째 투자 유치…비상장 코인 권유
투자자는 '희망' 갖고 신고 망설여…경찰 수사에도 성행

지난 6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열린 B 업체의 투자 설명회. 이곳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되지 않는 A 코인과 D 코인에 대한 설명과 투자 권유가 이뤄졌다. [촬영 박수현]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지금은 A 코인이 100원도 안 되지만, 이달 말부터 500원에 팔 수 있어요. 상장할 때까지 기다리면 1천원도 될 거예요"
낮 최고기온이 39도에 달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열린 B 업체 투자 설명회는 무더위를 뚫고 온 중노년 투자자 10여명의 열기로 가득했다.
B 업체는 수년 전부터 비상장 코인을 발행해 팔아온 곳으로 최근에도 시내 각지에 지사를 두고 하루 1∼2차례씩 투자자를 불러 모아 '교육'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과거 고수익을 내세운 코인 판매로 논란을 일으킨 업체가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새로운 코인을 발행해 투자를 권유한다는 제보를 받고 설명회에 참석했다.
◇ 해외 상장·배당 내세워 투자 권유…"내달 5곳 상장"
이날 설명회에 강사로 나선 중년 여성 C씨는 본인도 가격이 오를 것을 믿고 A 코인에 투자했으며, 매주 테더(USDT)로 받는 배당금을 재투자해 A 코인을 30만개나 모았다고 설명했다.
또 A 코인이 다음 달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5곳에 상장될 예정이며, 해외에서 관심을 가지는 신규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투자해서 생활비라도 벌어가라"고 권했다.
설명회 참석자들은 기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노년층으로, 여러차례 설명회에 와봤는지 중간중간 강사에게 사업 진행 상황을 묻고 업체 약속과 달리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 투자자가 "8월에 상장된다고 하더니 이제 9월, 10월이라고 한다. 곧 내년으로 넘어가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하자, C씨는 익숙한 듯 "조만간 기다리면 된다"고 설득했다.

[강민지 제작]
◇ 과거 판매한 코인은 상장 폐지…1년 전보다 98% 폭락
이 업체는 수년 전에도 서울 시내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어 유사한 방식으로 비상장 코인을 판매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업체다.
업체 측은 전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실물경제 기반 코인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주기적인 배당과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각지에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D 코인은 수많은 투자자의 염원을 등에 업고 실제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상장됐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작년 9월에는 개당 가격이 2만976원까지 뛰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면허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가 거래은행이던 신한은행에서 입금정지 통보를 받았고, 고팍스에서는 법 위반 가능성 등을 이유로 거래지원이 종료됐다.
D 코인은 지난 7일 기준으로 최고가보다 98% 폭락한 200원대에 거래됐다. 그런데도 업체는 D 코인을 새로 만든 토큰으로 교환해준다면서 여전히 투자를 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 투자자가 이 업체를 고소해 서울 여러 경찰서에 사건이 배당됐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투자금을 되찾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못해 고소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 코인 투자 피해자 단체대화방을 운영하는 E씨는 연합뉴스에 "회사가 완전히 파산했거나 희망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고소를) 할 텐데 아직 여지가 있다"며 "대부분 이달까지는 지켜보자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 2022년 이후 코인 394개 상장 폐지…그래도 반복되는 영업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매년 수십 개의 코인이 거래지원 종료, 즉 상장 폐지 된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된 코인은 394개에 달했다.
상장 폐지 사유는 프로젝트 위험이 155건으로 가장 많았고 투자자 보호 위험(108건), 시장 위험(56건), 기술 위험(50건), 기타(2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몇몇 코인은 D 코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가 모집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지원 종료 이후로도 발행사가 또다시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으는 행태를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B 업체가 비상장 코인을 판매해온 수년 동안 경찰과 금감원 등 관계 기관에 신고와 민원이 접수됐으나, 현재까지 영업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실효성 있는 제재는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고수익과 허위 정보를 내세워 비상장 코인을 판매하는 사기 피해규모가 늘고 있으며, 이들의 투자자 모집이 합법적 투자 권유와 불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기 때문에 근절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권준혁 체이널리시스코리아 지사장은 "합법적인 토큰 발행과 사기성 프로젝트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규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로써 법 집행 기관이 단호하게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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