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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폭염] ⑨ "에어컨도 불앞에선 무용지물"…고군분투 주방 노동자들

입력 2026-08-08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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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고 사골 육수내고 땀 쏟으며 일해…"올여름은 정말 지친다"




불 앞에서 고기 굽는 가게 직원

[촬영 정윤주]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그래도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 버티는 거죠."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8도 넘게 오른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 실외에 마련된 화덕에서 숯불에 고기를 굽던 김모씨는 '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숯불 위에 놓인 고기를 타지 않게 연신 뒤집던 그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을 나가던 손님들도 김씨를 보고 "어유, 너무 덥겠다"고 했지만, 그는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장사해야 한다. 그래도 한 달만 버티면 더위가 가시지 않겠냐"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자 하루 종일 불 앞에서 일하는 주방 노동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불을 써야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조리한 만큼 이익을 얻는 구조이기에 이들은 아무리 더워도 화구 앞을 떠날 수 없다.


경기 시흥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이규엽(68) 씨는 "지금까지 요리하면서 덥다는 얘기를 잘 안 했는데, 올여름은 정말 지친다"며 "사골 육수 내고 고기 삶느라 불을 계속 쓰니까 한증막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 42.5도…얼음과 손수건

(양산=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경남 양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42.5도를 기록한 2일 오후 양산시 양산남부시장에서 한 상인은 목에 얼음 밴드를 걸고, 다른 상인은 머리 위에 손수건을 올려놓고 일하고 있다. 2026.8.2 image@yna.co.kr


주방 열기와 습기 때문에 땀이 음식에 떨어질까 봐 중무장한 채 일하는 요리사들도 있다.


경남 거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노모(64)씨는 천을 여러 번 접어 이마에 두른 채 요리한다고 했다.


그는 "선풍기를 여러 대 틀어도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라며 "반찬을 계속 만들어야 하니 화구를 여러 개 동시에 켜야 한다"고 말했다.


튀김기 같은 조리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도 주방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모(32) 씨는 "튀김기 4개를 하루 종일 돌리니 주방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는다"며 "머리에 두르는 수건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폭염 시기 일하는 작업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만, 주방 노동자들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펴낸 '대상자별 온열질환 예방 매뉴얼'에서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는 실내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선풍기나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하라고 당부했지만, 불을 사용하는 주방에서는 사실상 어렵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에어컨을 켜도 주방 온도는 가게 밖과 똑같아서 무용지물이고, 불꽃이 튀어서 사고가 날까 봐 주방에서 선풍기를 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김진영(42)씨도 "주방 안에 바람이 불면 물이 잘 끓지 않아서 선풍기를 틀 수 없다"며 "손님이 없을 때 홀에 나가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얼음물을 계속 마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열질환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데가 조리기구가 많은 주방에서는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가정의학과 교수는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 증상을 보일 수 있으니 물을 많이 마셔야 하고 두통이나 메스꺼움이 나타나면 반드시 쉬어야 한다"며 "주방에서는 쉽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휴식 시간을 정하거나 교대하면서 일하는 것도 좋다"고 당부했다.




순댓국을 끓이는 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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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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