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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차 예보관들도 낯선 극한폭염 "기록적 기온, 판단 부담"
송원화 예보관 "오늘은 풀렸으면 좋겠다, 시민과 똑같은 마음"

[촬영 민현기]
(전남광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특보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때로는 생명까지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출근을 시작하는 시간 대인 오전 7시40분 전남광주 북구 광주지방기상청 예보실, 밤샘 근무를 마친 예보관들과 새로 출근한 근무조가 모니터 앞에 둘러앉았다.
밤사이 나타난 열대야와 지역별 기온 변화, 앞선 예보의 근거 등을 공유하는 인수인계가 시작됐다.
기사청 본청과 회의까지 마친 예보관들은 다시 오늘의 기온, 습도, 구름량, 바람 등 관측자료를 들여다봤다.
밤사이 새로 나온 수치예보모델의 예측값과 실제 관측값을 비교하며 컴퓨터가 놓친 부분을 찾아 예보를 보정했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자 예보 현업실은 더욱 분주해졌다.
광주지방기상청 내부에서 정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본청과 전국 지방기상청이 참여하는 영상회의에 참여했다.
각 지역 예보관은 폭염특보를 유지할지, 강화할지, 해제할지를 놓고 의견을 조율했다.
이렇게 결정된 폭염특보는 통상 오전 10시 발표돼 오전 11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특보가 내려지면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도 폭염 수준에 맞춰 비상근무와 취약계층 보호 등 대응에 들어간다.
올여름 폭염은 26년째 기상 업무를 해온 광주지방기상청 예보과 송원화(50) 주무관에게도 낯설다.
전남광주에서는 지난달 열대야가 평년보다 훨씬 자주 나타났고 평균기온과 폭염일수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낮 동안 달궈진 공기가 밤에도 식지 않는 데다 고온다습한 공기까지 이어지면서, 예보관들이 과거 사례만으로 날씨의 흐름을 판단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 주무관은 7일 "예전보다 높은 기온이 더 자주, 더 넓은 지역에서 나타난다"며 "과거에 비슷했던 사례를 참고하더라도 실제 더위의 강도나 지속 기간이 예상과 달라질 수 있어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촬영 민현기]
예상 체감온도가 폭염주의보나 경보 발표 기준에 걸쳐 있을 때 고민은 더 커진다.
예상보다 구름이 많이 끼면 기온이 덜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도심이나 관측장비가 없는 지역에서는 실제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는 "특보 하나에 따라 지자체와 관계기관의 대응 수준이 달라진다"며 "기온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습도, 구름, 지역 특성과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남광주의 복잡한 지형도 예보를 까다롭게 만든다.
서해와 남해에서 수증기가 계속 유입돼 같은 기온이라도 내륙 지역보다 체감온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고, 산과 해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역마다 기온과 소나기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올여름에는 새로 도입된 폭염 중대경보 가능성까지 예보관들의 판단 대상에 올랐다.
송 주무관은 과거 유사 사례를 분석해 전남광주 동부에 이어 서부에서도 극단적인 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을 미리 살폈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넓은 지역에서 강하게 이어지고 기온이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은 오랜 경력의 그에게도 이례적이다.
그는 "극단적인 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은 예상했지만, 경험하지 못한 기온이 나타나고 기록이 연일 경신돼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이런 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이 지속되면 기상청 예보관들의 업무도 더 늘어난다.
평소 정기예보에 더해 실황 분석과 특보 회의가 추가되고, 위험 수준에 맞춰 예보를 수정하거나 별도의 기상정보도 생산해야 하지만 폭염이 누그러졌으면 하는 마음은 일반인과 같다.
송 주무관은 "특보가 발표된다는 것은 누군가 다치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뜻"이라며 "근무를 시작할 때마다 오늘은 더위가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는다"고 말했다
mhk022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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