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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집값 안정'에 큰 도움 되지 못하는 시차적 착시
그린벨트 해제가 만병통치약 될 수 없어…신중 검토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정부가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이어 이달 중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속한 공급을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뒤 공급대책 마련에 속도가 붙었다. 발 빠른 대응은 필요하지만 설익은 대책은 안 된다.
정부는 공공택지와 국유지, 군용지 등 활용 가능한 공급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는 동시에 일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포함한 신규 공급 부지도 개발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개발 방지와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묶어놓은 '도시의 허파' 같은 땅이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만 보면, 수도권 그린벨트 부지는 최적의 개발 조건을 가진 곳이다. 도시 접근성이 뛰어난 대규모 지역인 데다 국·공유지도 많아 토지 수용에 시간과 비용을 비교적 덜 들이고도 주택 단지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3일 서울 용산구 한 재개발 예정지와 강남 아파트 모습. 이날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거나 신도시를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새로운 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26.7.23 cityboy@yna.co.kr
정부가 수도권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즉각 전달해 집값 변동을 둘러싸고 커지는 불안감을 잠재우는 단기 정책 카드로 활용하기도 쉬운 측면이 있다. 주택 공급 대책을 얘기할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 구체적인 장소까지 거론된다. 정부가 먼저 내놓은 세제개편 중심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효과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현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과연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린벨트 해제가 미래 자산을 당겨쓰는 문제라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주택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그린벨트는 생태환경 녹지로 기후변화 완충, 난개발 방지 등 미래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개발되면 대부분 아파트 형태의 사유화 공간으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해제를 검토하기 전에 대체가능한 방식이나 부지 물색, 환경 훼손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 장기개발 비전 부합성 검토 등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택지로 개발한다고 해도 실제 입주까지는 5~10년이 걸려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당장의 집값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시차적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 한번 해제하면 되돌리기도 어려운 지속가능성 훼손을 무릅쓰고도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서울 송파와 경기 성남 일부 그린벨트와 군부대 부지를 활용해 위례신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사업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서울과 경기지역 상당수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마련, 이듬해부터 추진했다. 사업은 2015년까지 이어졌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은 일정 부분 성과도 냈지만,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자본 이동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소멸 위기를 맞는 지방을 더 소외시켜 국토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해제 예정지 주변으로 투기 세력이 몰리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 아파트가 과도한 시세 차익을 안겨주는 '로또 분양'이 돼 특정 개인의 부를 증식시키는 현상도 반복됐다.
역대 정권의 경험은 그린벨트 해제가 결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정책 난맥상을 푸는데 급급해 미래 자산을 허물기보다, 기존 도심 재개발 인허가 단축과 공공부지 효율화 등 지속 가능한 공급 대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묻고 싶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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