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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2003년 유럽대륙에 40∼48도의 이상 고온이 덮쳤다. 고령 인구가 많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지에서 온열질환과 기저질환 악화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농작물 피해가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
20년이 지난 2022년에도 서유럽뿐 아니라 비교적 서늘하던 북유럽까지 폭염이 강타했다. 40도가 넘는 고온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데이터센터가 다운되는 등 인프라 마비 현상도 빚어졌다.
관측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24년에는 폭염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이 1조900억 달러(약 1천600조원)로 추산됐다.

(양산=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경남 양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42.5도를 기록한 2일 양산시 물금읍 양산워터파크 분수대에서 시민이 물놀이하고 있다. 2026.8.2 image@yna.co.kr
# 올여름 우리나라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122년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극단적인 폭염에 산업·경제 전반에서도 피해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노동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건설과 물류, 농어업 등 야외 작업이 일시 중단되거나 단축돼 공기 연장과 생산 차질, 납품·배달 지연이 불가피하다.
냉방 설비가 완비되지 않은 일부 제조 공장에서도 작업 효율성이 떨어지고, 교대근무 주기 단축으로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폭염으로 전 세계 노동시간이 2.2%,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조4천억 달러(약 3천600조원)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생산성 감소는 정규직 일자라 8천만개를 잃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전력난이다. 산업·가정용 냉방 수요가 동시에 급증해 전력 수요가 비상 단계에 도달하면 대규모 공장의 자율 감축이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24시간 항온·항습 유지가 필수적인 첨단 제조업 분야는 공장 온도를 낮추기 위한 전력과 용수 비용이 늘어난다.
세 번째는 폭염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 우려된다. 뜨거워진 날씨에 농작물과 가축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농작물 작황 부진과 가축·양식장 폐사 피해가 늘어나 공급량이 줄면 신선식품과 식탁 물가가 올라 가계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 폭염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명 피해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여름 유럽 폭염(초과 사망자 7만명), 2010년 러시아 폭염(초과 사망자 5만6천명), 2022년 여름 유럽 폭염(초과 사망자 6만1천672명) 등으로 인명 피해가 막대했다. 이러한 수준의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폭염은 '재난'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야외 근로자나 고온 환경 작업자의 사망 사고는 극단적 폭염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시급하게 막아야 할 위험으로 꼽힌다. 이는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 기온이 40도 안팎으로 오르는 환경에서 야외 육체노동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의 위험한 작업이다. 건설과 조선, 물류(택배와 배달 포함), 농업 현장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때는 한낮 옥외 작업을 중단하거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공사 기간이나 납품, 배달 시간 지연 등을 인정하고 하도급업체나 일용직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물·그늘·휴식 등 3대 기본 수칙을 구조화해야 한다. 작업장 근처에 시원한 물을 비치하고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보랭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에어컨이 작동하는 휴게실도 마련하고 나 홀로 작업을 금지하고 응급 연계망을 갖춰야 한다. 근로자가 온열질환 위협을 느낄 때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실제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령자, 기저질환자, 새로 투입된 신규 근로자는 고강도 야외 작업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
당장의 폭염에 노동과 생산 손실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런 피해를 줄이겠다고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더 큰 손실과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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