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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거부했다고 저임금 일자리만"…생존권 침해 둘러싼 논란은 계속

입력 2026-08-03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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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제76조, 민간기업·자영업 포괄적 제한…"무죄추정원칙 어긋나"




병역 거부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병역 거부 관련 형사 유죄 판결이 나기도 전에 치킨집을 폐업하라는 통보를 받았어요. 언제 징역형을 선고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일을 구할 수도 없어 당황스러웠죠."


병역거부로 3년째 아버지와 운영하던 치킨집을 문 닫을 수밖에 없었던 A(29)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 거부를 결심하고 2017년 10월 입영일에 입소하지 않았다.


이에 병무청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병역 기피자에게 각종 관허업의 허가·등록 등을 해선 안 된다는 병역법 제76조 2항을 근거로 대구 남구청에 치킨집 폐쇄를 요청했고, 2018년 4월 구청은 A씨에게 치킨집을 폐쇄하라는 처분을 통지했다.


이 조항에 따라 병무청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실제로 허가 취소 등 제재를 한 사람은 총 5명이다.


이와 별개로 병역법 제76조 1항에 따라 같은 기간 병무청이 해직을 요구한 병역 기피자는 329명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장, 고용주가 병역 기피자를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고, 재직 중이면 해고하라고 규정한다.


치킨집이 당시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A씨는 "집안 사정으로 아버지 명의를 사용할 수 없어 아들인 제 명의로 가게를 운영했다"며 현재는 대체복무를 마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역 거부자에 대한 이 같은 제재는 다른 형사 전과자와 비교해 광범위하고 강력하다고 평가받는다.


유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제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인 형사 범죄자는 공공 분야 취업이 불가능하고 범행 종류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는 업종이 있지만 음식점 등 자영업까지 제한되진 않는다.


이와 달리 병역법 제76조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 자영업을 포괄적으로 제한한다.


단순히 병역을 기피하는 자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종교적 이유 등으로 현역병 입영과 대체역 심사를 받지 않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죄 확정판결도 전에 국가가 개입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라며 "전향적인 판사라면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가혹해 헌법에 반한다고 무죄로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병역 거부자들은 제재를 피해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로 떠밀린다.




병무청의 병역거부자 해직 요구 인권침해 관련 인권위 진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 대부분 이런 제약을 인지하고 처음부터 기술직을 선택하거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차나 건물 청소, 설비 업무 등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이 적다"고 말했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뒤 중견 건설사에 입사했다가 병무청 요청으로 지난해 1월 해고된 B씨도 세차장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노모와 여동생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형사 소송과 헌법 소원도 진행하고 있다.


B씨의 헌법 소원 사건을 대리하는 김진우 변호사는 "병무청 처분은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비시민화' 조치로, 일반적인 형사처벌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재승 교수는 근로할 권리를 존중해 대체복무 후 원래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게 하는 독일 '직장보호법' 등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2016년 유사 사례에 대한 결정문에서 "덜 침익적인 다른 행정적 수단을 강구할 여지를 두거나 형사재판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는 등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방부에 법 개정을 권고했다.


아울러 자수해 재판을 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도 병역법 제76조를 일률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봤다.


그러나 병역 기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고 병무청도 완강한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대체역 제도가 마련된 상황에서 개인의 양심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현역병 입영 기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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