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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피해 30분씩 돌아가며 일해", "야외활동 포기하고 동굴로 피신"
전국 온열질환자 1천701명…농작물 파종 지연·가축 폐사 등 피해 계속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1일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 방풍림 그늘에서 피서객이 텐트를 치고서 쉬고 있다. 2026.8.1 sds123@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주말 나들이 풍경도 달라졌다.
뙤약볕이 내리쬔 도심 공원과 관광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인 반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전시관과 동굴, 해수욕장 등에는 피서객이 몰렸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북 전주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일, 전주한옥마을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2026.8.1 warm@yna.co.kr
◇ "바깥에 서 있기도 어려워"…폭염에 공원·관광지 한산
"30분씩 돌아가면서 일해야지, 안 그러면 이 더위에 못 해요."
전북 전주의 낮 최고기온이 34.6도(오후 3시 기준)까지 오른 1일 오후 전주한옥마을에서 만난 한 주차관리요원이 그늘로 몸을 피한 채 말했다.
그는 작은 선풍기가 달린 조끼를 보여주며 "바람 나오는 거 보이죠? 이거 없으면 못 해"라며 "계곡이나 바다로 다 떠나서인지 한옥마을도 한산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한옥마을은 평소보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다.
태조로와 은행로를 걷는 관광객들은 양산을 쓰거나 손선풍기를 쥔 채 발걸음을 재촉했고, 곳곳에 설치된 대형 얼음과 쿨링포그 앞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춰 더위를 식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폭염은 전주뿐 아니라 전국을 달궜다.
1일 오후 2시 8분 경남 양산 기온이 41.6도까지 오르며 '122년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양산을 포함해 경남 창원과 김해, 전남 보성·여수, 부산 등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울산 도심 야외 명소도 낮 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으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정오께 방문한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 길가 주차장은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경기도 파주에서 왔다는 40대 부부는 "오늘 여유롭게 국가정원을 둘러보고 바다도 구경하려 했지만, 바깥에서는 서 있기조차도 어려워서 야외 일정을 나중으로 미루고 급히 실내 코스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 도심과 가까운 학산근린공원 주차장도 텅 비었고, 인공 폭포의 물이 떨어지는 공원 주변이나 의자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1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학산근린공원에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정자 아래 의자가 텅 비어 있다. 2026.8.1 sds123@yna.co.kr
◇ 더위 피해 동굴·미술관·쇼핑몰로…실내 피서지는 북적
전시관, 동굴 등 비교적 시원한 실내 피서지에는 인파가 몰렸다.
도심 속 피서 명소인 울산 '태화강동굴피아'에는 더위를 피해 찾아온 관람객들이 몰렸다.
바깥과 달리 이곳에서는 암벽 사이에서 서늘한 바람이 밀려왔고 일부 관람객들은 준비해 온 얇은 겉옷을 꺼내 입기도 했다.
2살 딸을 안고 동굴 내부를 둘러보던 정모(41) 씨는 "차량 내부 온도가 39도까지 찍히는 것을 보고 야외 활동을 포기하고 동굴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울산시립미술관도 폭염을 피하러 몰려든 방문객 인파가 이어졌다.
7살 자녀 손을 잡고 방문한 김모(36) 씨 부부는 "주말이라 원래는 야외 활동을 하려고 계획했으나 날씨가 너무 뜨거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실내인 미술관으로 피서를 나왔다"며 "바깥과 달리 확실히 시원하고 쾌적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했다.
경기 광명동굴의 주말 방문객은 평소보다 25% 증가했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이른바 '초열대야'가 나타난 강릉과 양양, 고성 등 강원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피서객들이 아침부터 해변으로 나왔다.
해수욕장 인근 카페와 편의점에는 얼음컵과 생수, 아이스커피를 찾는 손님들이 평소보다 일찍 몰리기도 했다.

[촬영 장지현]
◇ 온열질환자·가축 피해 잇따라…농작물 파종도 늦어져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와 농축산물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전국 누적 온열질환자는 1천701명, 온열질환 사망자는 13명이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기저질환이 있던 20대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지난달 29일에는 경북 울진군에서 집 주변에 쓰러진 80대 남성이 열사병 추정으로 숨졌고, 전북 김제시에서는 90대 여성이 텃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으나 결국 숨졌다.
가축 피해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충북에서는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닭 7천235마리, 돼지 17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포함해 충북의 가축 누적 피해는 닭 3만778마리, 오리 594마리, 돼지 680마리 등 총 3만2천52마리에 이른다.
충남에서도 지난 6월 30일부터 지난달까지 267곳 농가에서 돼지 3천871마리, 가금류 2만6천371마리 등 총 3만242마리가 폐사했다.
제주에서는 폭염에 가뭄이 겹치면서 당근 파종이 늦어지고 있다.
당근 주산지인 구좌읍 지역의 당근 재배 농가 중 약 80%는 예년보다 7∼10일가량 파종을 늦췄다.
구좌읍 한 농민은 "당근은 파종 후 5∼7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을 줘야 하는데 관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북상 중인 태풍 '돌핀'의 영향으로 적당한 비가 내려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폭염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에서 무더위쉼터 9천개를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933곳의 운영시간을 연장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작업 중지를 강력히 권고하고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축사 안개 분사 장치와 냉각 패드, 비상 발전기 가동 상태를 점검해 가축 폐사를 예방 중이다.
(신민재 변선진 형민우 전창해 최종호 우영식 류호준 김호천 장지현 한무선 나보배 기자)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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