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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물에 빠진 아이, 물 빼지 말고 바로 심폐소생술해야

입력 2026-07-28 06: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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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침으로 본 '소아 심정지 대처요령'…가슴압박·인공호흡 함께해야


영아는 '양손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 권고…1세 이상엔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계곡과 바다, 수영장, 워터파크를 찾는 가족이 늘면서 어린이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특히 물놀이 중에 발생하는 익수 사고나 음식물·장난감에 의한 기도 폐쇄는 짧은 시간 안에 호흡 정지와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부모와 보호자의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의식을 잃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지 않는다면 당황해 시간을 보내기보다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장이 멈춘 뒤 몇 분 안에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는 물론 회복 후 뇌 기능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대한심폐소생협회는 국제학술지(Clinical and experimental emergency medicine) 최신호에 질병관리청과 함께 마련한 '소아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번 지침은 일반인도 응급상황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조 절차를 정리하고,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영아 가슴압박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기도 폐쇄 대처법 등을 구체화했다.


학회는 무엇보다 소아 심정지는 상당수가 사고와 질식에서 비롯되는 만큼 심폐소생술에 앞서 구명조끼 착용, 물놀이 중 밀착 감독, 안전한 수면 환경, 연령에 맞는 카시트 사용과 음식물 질식 예방이 가장 중요한 생명 구조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손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

[AI가 만든 이미지]


◇ 소아 심정지는 어른과 다르다…가슴압박만 해서는 부족


성인의 심정지는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등 심장 자체의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영유아와 어린이는 호흡 곤란이나 질식, 익수, 외상 때문에 산소 공급이 끊긴 뒤 심장이 멈추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이 때문에 소아 심폐소생술에서는 혈액을 순환시키는 가슴압박뿐 아니라 산소를 공급하는 인공호흡이 특히 중요하다.


가이드라인은 아이가 불러도 반응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지 않거나 간헐적으로 헐떡이는 숨만 쉰다면 심정지로 판단하도록 했다.


이때 주변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아이의 어깨나 발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며 반응을 살핀 뒤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휴대전화가 있다면 스피커폰을 켜고 신고요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작한다. 여러 사람이 있다면 한 명은 심폐소생술을 하고 다른 한 명은 119 신고와 자동심장충격기(AED) 확보를 맡는 게 좋다.


혼자이고 휴대전화도 없다면 약 2분간 심폐소생술을 한 뒤 신고하러 가야 한다. 일반인 구조자는 가슴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하면 된다. 인공호흡이 어렵거나 감염이 걱정된다면 가슴압박만이라도 즉시 시작해야 한다.


다만 소아 심정지는 산소 부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인공호흡을 함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 분당 100∼120회 압박…영아는 두 손가락 대신 '엄지 두 개'


가슴압박은 아이를 단단하고 평평한 바닥에 눕힌 뒤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시행한다. 압박 깊이는 가슴 앞뒤 두께의 약 3분의 1로, 돌 전 영아는 약 4㎝, 어린이는 4∼5㎝가 적당하다.


압박할 때는 갈비뼈나 명치 끝부분을 피하고 가슴뼈를 수직으로 눌러야 하며, 압박한 뒤에는 가슴이 원래 위치로 충분히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이번 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아의 가슴압박 방법이다.


과거에는 구조자가 한 명일 때 두 손가락으로 가슴을 누르는 방식이 널리 교육됐지만, 새 지침은 일반인과 의료인 모두 영아의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양쪽 엄지손가락을 나란히 대어 누르는 '양손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이 방법은 두 손가락 압박보다 일정한 깊이와 힘을 유지하기 쉽고,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구조자의 피로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아이의 몸집이 돌 전후 어린이처럼 크거나 양 엄지 감싸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한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압박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몸집에 따라 한 손이나 두 손을 포개 가슴뼈 아래쪽 절반을 압박하면 된다. 구조자가 여러 명이라면 약 2분마다 압박 역할을 바꾸되 중단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 1세 이상이면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목에 걸리면 연령별 대처


자동심장충격기는 성인에게만 사용하는 장비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새 가이드라인은 외상 때문이 아닌 심정지가 발생한 만 1세 이상 어린이라면 일반인도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다 기기가 도착하면 전원을 켜고 음성 안내에 따라 패드를 부착하면 된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전기충격이 필요한 심장 리듬인지 스스로 분석한 뒤 필요한 경우에만 충격을 지시하므로 일반인이 사용해도 된다.


소아용 패드나 기능이 있다면 우선 사용하지만, 구할 수 없다면 성인용 자동심장충격기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기기가 심장 리듬을 분석하거나 충격을 주는 동안에는 누구도 아이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되며, 충격 직후에는 맥박을 확인하느라 지체하지 말고 곧바로 가슴압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음식물이나 장난감이 목에 걸렸을 때는 연령에 따라 대응이 다르다. 돌이 지난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거나 소리 없이 기침하고 숨을 쉬지 못한다면 등을 다섯 차례 두드린 뒤 복부를 다섯 차례 압박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반면 돌 전 영아에게는 내부 장기 손상 위험 때문에 복부를 압박하는 하임리히법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받친 뒤 양쪽 어깨뼈 사이를 다섯 차례 두드리고, 몸을 뒤집어 가슴 중앙을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다섯 차례 눌러야 한다.


아이가 의식을 잃으면 즉시 심폐소생술로 전환하되, 입안에서 이물질이 눈에 보일 때만 꺼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이물질을 손가락으로 훑는 행동은 오히려 더 깊이 밀어 넣을 수 있다.




영아 가슴 밀어내기

[논문 발췌]


◇ 익수 땐 물 빼느라 시간 허비 말아야…'예방'도 지침의 핵심


익수 사고에서도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는 아이를 거꾸로 들거나 배를 눌러 물을 빼려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 행동은 피해야 한다. 물을 빼는 데 시간을 허비하면 뇌와 심장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


가이드라인은 아이를 물 밖의 안전한 장소로 옮긴 즉시 반응과 호흡을 확인하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지 않는다면 기도를 연 뒤 인공호흡과 가슴압박을 시작하도록 했다.


익수는 산소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인공호흡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훈련받은 구조자는 물속에서 인공호흡을 시작할 수 있지만, 가슴압박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단단한 지면으로 옮긴 뒤 시행해야 한다.


물놀이 중 다이빙이나 추락으로 목뼈 손상이 의심될 때는 머리와 목을 함부로 꺾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도가 열리지 않아 생명이 위급하다면 기도 확보와 인공호흡을 우선해야 한다.


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의외로 '예방'을 강조했다.


소아 심정지는 성인처럼 갑작스러운 심장질환보다 사고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예방 행동을 통해 사고의 상당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는 "여름 휴가지에서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튜브나 구명조끼만이 아니다"라며 "부모와 보호자가 심폐소생술의 기본 원칙을 미리 익혀두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안전 장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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