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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수술·협진으로 80세 이상 수술 비중 꾸준히 증가세
96세 인공관절 환자 "통증 없이 독립생활…삶의 질 나아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평균수명이 늘면서 이제 노년의 건강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얼마나 오래 스스로 걷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극심한 무릎 퇴행성관절염과 보행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관절 수술도 80대는 물론 90대, 100세를 넘긴 초고령 환자로 확대되고 있다. 나이보다 '건강 상태'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총 11만6천239건이 시행됐다. 이 가운데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11.9%에서 2025년 13.1%로 증가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로 볼 때 2050년에는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8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고령층의 인공관절 수술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아 없어져 통증과 관절 변형, 보행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운동, 물리치료 등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연골 손상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되면 인공관절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고령 자체가 수술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였다. 당뇨병과 고혈압,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아 마취와 수술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기법과 마취, 수술 전후 관리가 크게 발전하면서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전신 상태만 적절히 관리된다면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80세 이상 환자 300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됐다. 대상자의 30% 이상이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지만, 수술 부위에 경미한 염증 소견을 보인 환자는 2명에 그쳤고 심각한 전신 합병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이러한 결과의 배경으로 '개인 맞춤형 수술도구'(PSI)를 꼽았다. 이 기법은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MRI) 영상을 분석해 환자의 관절 구조와 뼈 절삭 위치, 각도를 미리 설계한 뒤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를 제작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해부학적 구조에 맞춰 보다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고 절차도 단순해져 마취 시간과 출혈량,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진 초고령 환자에게는 수술 시간을 줄이는 것 자체가 회복과 합병증 예방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이 수술기법을 적용한 환자들의 평균 수술 시간은 약 30분 수준으로 단축됐으며, 수술 후 감염 등 주요 합병증 발생률도 1% 미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 환자의 인공관절 수술 증가세는 다른 전문병원에서도 확인된다.
바른세상병원이 최근 3년간 60세 이상 인공관절 수술 환자를 분석한 결과 약 14%가 80세 이상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양쪽 무릎을 모두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았으며, 최고령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만 96세였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만 101세 환자에게까지 시행됐다.
96세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1년이 지난 현재 통증 없이 걸으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수술 전에는 극심한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수술 후에는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환자의 인공관절 수술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전신 건강 상태와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술 전 심혈관계와 호흡기 기능, 만성질환 조절 여부를 면밀히 평가하고 정형외과뿐 아니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를 갖추면 수술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절개 부위를 줄인 최소침습 수술기법과 무수혈·최소수혈 시스템, 개인 맞춤형 수술기법이 보편화되면서 수술 부담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수술 직후부터 환자의 회복 단계에 맞춘 조기 재활 프로그램도 활성화되면서 회복 속도와 기능 회복 수준 역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예전에는 나이 자체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와 체계적인 수술 시스템이 훨씬 중요하다"며 "개인 맞춤형 수술 도구를 활용하면 수술 시간과 조직 손상을 줄여 초고령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른세상병원 정구황 관절센터장은 "최근에는 90대 환자가 양쪽 무릎을 동시에 수술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 만성질환과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과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조언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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