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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 삼킨 교실] ⑤ "학생 폰검사 못해"…손발 묶인 학교, 콘트롤타워 절실

입력 2026-07-20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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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처럼 도박 퍼지지만…'학생 인권침해' 규정에 무기력한 교사들


"도박은 치료 대상…전문기관 의무 연계·범정부 통합대응단이 해결책"




교실 스마트폰 사용(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정지수 기자 = "사생활 침해와 소송 우려 때문에 사이버 도박이 의심돼도 학생들 스마트폰 하나 검사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경기 성남시 A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모(47)씨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도박 문제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학교의 현실을 전했다.


김 교사는 "도박에 대한 강한 심증과 정황이 있어도 학생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열어보거나 조사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고양시 B 중학교 교사인 오모(27) 교사도 "도박한다는 학생을 불러 물어봤지만, 그 학생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며 "의심이 되기는 했지만, 스마트폰을 가져가는 건 학생 인권 침해여서 더 이상 지도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도박은 한 명이 중독되면 바이러스처럼 학교 전체로 번지고, 졸업 후에도 20대를 빚과 범죄의 늪으로 빠뜨리지만, 학교 폭력처럼 숨어있다. 스마트폰을 쥔 학생들은 음지에서 도박을 이어가다 중독의 사슬에 빠진다.


연합뉴스가 접촉한 현직 교사들은 도박 대응과 관련해 현실적 한계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에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해야 도박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고 한다.




학생 생활지도 (PG)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 사채업자가 학교 찾아오기도…부모들은 "우리 아이 그럴 리 없다"


김 교사도 충격적 경험이 있다. 야근하던 때 학교에 사채업자가 찾아왔다. 도박 자금을 위해 동급생에 돈을 빌리던 학생이 급기야 사채에 손을 댄 것이다.


이 학생은 빚 독촉을 피하려고 등교도 안 한 상태였다.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며 2차 범죄까지 이어졌다.


김 교사는 "결국 가정 전체에 극심한 경제적·정신적 파탄이 찾아오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며 "학생 생활교육위원회를 통한 단순 교내 봉사나 정학 등 징계 처분도 아이들의 도박을 멈추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부모가 자녀의 도박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총판(영업책)으로 뛰고, 이 과정에서 포섭된 평범한 학생들이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절대 그럴 리 없다", "친구를 잘못 만나 일시적으로 엮인 것일 뿐"이라며 본질을 회피하고 극도로 방어적 태도를 취하던 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마다 도박 문제를 인식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서울 서초구 C 중학교 이모(25) 교사는 "지역이나 학군, 학교 종류에 따라 도박 실태도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최근 경찰청이 한 달간 청소년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를 받자 한 고등학교에서만 무려 48명이 도박 사실을 고백한 일은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친구 권유에 손댔다…온라인 도박에 빠진 10대들 (CG)

[연합뉴스TV 제공]


◇ "도박 중독은 질환"…전문기관에 의무적 연계해야


전문가나 교사들은 도박 중독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경찰, 금융당국, 전문기관, 정부 등과 연계된 통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사는 "도박 중독은 일탈이 아닌 뇌의 보상 회로가 망가진 '중독 질환'이기 때문에 훈육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전문 치료 기관으로의 '의무 위탁 제도'를 도입해 체계적 치료 프로그램을 강제하는 연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청소년 도박에 대한 기관별 협력은 법 제도적 인력 한계와 기능 중복으로 미흡한 수준"이라며 '학교-가정-경찰-전문기관-정부'를 잇는 다분야 협업 모델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관성적인 매뉴얼과 예방 교육의 변화도 필요하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교육 당국은 현재 '학교 도박문제 대응 매뉴얼'을 각 학교에 배포하고, 연 2차례 이상 학생 대상 도박 예방 교육을 한다.


매뉴얼엔 ▲ 도박 학생 목격 시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 상담 ▲ 도박문제예방치유원 의뢰 ▲ 학생에게 도박 전문 상담 채널 권유하기 등이 제시됐다.


이러한 대응은 모두 교사의 자율성에 달려있었다.


중독 청소년을 의무적으로 관계 기관에 연계하는 시스템 등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교사들은 매뉴얼 존재 사실도 잘 몰랐다. "매뉴얼을 정확하게는 모른다"(오 교사), "매뉴얼은 들어본 적도 없다"(이 교사) 등 답변이 돌아왔다.


교사들은 단순 예방 교육을 넘어선 금융 교육 필요성도 거론한다. 근로 소득 활용 방안 등 금융 교육을 실제 교육 과정과 연계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도박을 범죄가 아닌 일종의 투자이자 재테크로 미화해 받아들인다"며 사행성 행위를 영리 활동으로 오인하는 현상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대응 매뉴얼과 상담은 실효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담 교사들은 학폭·진로 등 여러 분야를 다루는 것으로 이미 포화 상태라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 신고대응센터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신고대응센터가 마련돼 있다. 2025.10.15 hwayoung7@yna.co.kr


◇ "도박판 통합대응단 필요"…자진신고 종료 이후도 숙제로 남아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상시적 '범정부 콘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사안의 특성상 경찰청, 교육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여러 부처로 대응 기능이 분산돼 있다.


정부는 이러한 '칸막이'를 허물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업무협약(MOU)을 맺고 지난 5월부터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시행했다.


신고접수 단계부터 치유와 일상 복귀는 물론 불법사금융 피해구제까지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업무협약만으로는 부처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조정할 주체가 불명확하고 법적 구속력도 없다.


특히 다음 달 31일 자진신고 제도가 종료되면 이러한 통합 대응 체계가 다시 유야무야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범정부 차원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은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한국인터넷진흥원·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이 한 사무실에 모인 통합대응단은 지난 9월 출범한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를 현저히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총 9천3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 감소했다. 피해액도 7천632억원에서 4천936억원으로 줄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도박에 대한 범부처 통합대응 체계가 가동 중이다.


일본은 도박을 빈곤·학대·범죄를 야기하는 종합적 사회문제로 규정하고, 내각관방을 본부장으로 법무성·문부과학성·후생노동성 등이 참여하는 '도박 의존증 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마카오 등에서도 복수의 부처가 도박 문제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 도박에는 가정·학교·2차 범죄 등 다층적인 문제가 엮여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참여해 치유와 예방에 힘쓰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처벌보다는 치유에 방점을 두고 8월 말까지 이어가는 자진신고 제도를 상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도박 청소년은 처벌보다는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자진 신고 제도를 통해 계속해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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