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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설 없는데 복지카드 주는 구조 개선 필요…일자리·정주 여건이 먼저
청년 정책, 지역 전략산업·정체성 연계…"머물러 거주하고 싶은 곳으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청년문화복지 카드를 받아도 쓸 곳이 마땅치 않아요. 대도시는 학원·공연장·서점이 많지만, 소도시나 군 단위는 그렇지 않거든요."
대학생 최모(24) 씨는 전남광주 화순군에 거주하며 매년 지자체로부터 연 25만원 상당의 문화생활비 바우처를 지원받지만,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서는 쓸 곳이 마땅치 않다.
해당 카드는 전남광주 행정통합 전 전남 도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학원은 주로 인근 광주에 집중돼있고 문화시설도 나주·목포·순천 등 도시에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최씨의 사례는 지역 소멸을 막고 균형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내놓은 지자체 청년 지원 정책들이 기존 도시 정책을 답습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의 대표적인 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처럼 수도권 중심 산업 구조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 미래 전망 부족 등 청년들이 떠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해소하지 못한 채 청년지원 정책과 사업을 수당·이사비·주거비 지원 등 주로 현금성 위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금지원이나 1∼2년간의 창업·인턴 프로그램이 끝나면 정착 이유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다른 진로를 찾아 이동하거나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떠나는 경우로 이어진다.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청년 지원 프로그램들이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져, 고졸·농촌·문화예술 청년인 등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농산어촌 지역의 경우 농업 기술을 지원하고 정착을 돕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역시 농촌 정주 청년 인구 증가로 귀결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0세 미만 청년 농업 경영주 가구 수는 2018년 7천624가구에서 2020년 1만2천426가구로 늘었다가 2024년 4천601가구로 급격히 감소했다.
정부·지자체가 10여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시행 중인 청년 농업인 지원 정책들이 장기 정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수치이다.
실례로 청년 스마트팜 지원 사업은 고령화된 농촌에서 높은 수익성 전망 등으로 많은 청년의 관심을 받았으나 토지 확보와 초기 지원 후 부담해야 할 높은 시설 유지료 부담 등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교육만 받고 창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귀농을 준비하는 직장인 손모(32) 씨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절한 품목 선정과 공동·협업 생산 등을 통해 농업 경쟁력을 먼저 높이고 거기에 청년이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저 많은 청년이 올 수 있게 대출과 초기 지원만 먼저 해주는 셈이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지역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짚었다.
지자체들은 지방 청년 지원 정책 사업들의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시적인 비용 지원을 넘어 양질의 일자리와 지역 특성 및 정체성을 살리는 사업, 정주 지원 대책의 중요성을 점차 중요하게 받아들였고 전남광주 나주시 등 지자체들도 이 점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2004년 인구 10만명 선이 무너졌던 나주시는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이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2016년 10만명을 겨우 회복했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신산업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이고 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청년층과 가족 단위 인구가 늘어 지난해 말 11만6천명을 기록했다.
바이오·의약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업과 연구기관을 한데 모은 충북 오송과 반도체·방산 산업 육성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대한 경북 구미 등도 지역산업 환경과 정책을 활용해 청년인구를 늘린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과 수도권 방식을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지역이 가진 특성을 살리고 차별화함으로써 미래 비전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 보은군 회인면은 지역 특성과 차별성을 극대화하고 주민과 청년들의 자발적 노력에 행정기관 지원이 더해져 활기찬 '라이더 타운' 변신에 성공한 곳이다.
소백산맥 능선에 자리 잡은 회인면은 라이딩 성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오토바이 소음에 대한 주민 불만과 난폭 운전 우려도 공존했다.
그러나 청년단체가 주축이 돼 라이더를 마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업을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청년들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사업'에 뽑혀 로컬푸드 매장인 '루트25', 바이크 장비 판매점인 '씨티100', 바이크 정비·보관시설인 '마굿간' 등을 갖췄으며 공유 주거 공간인 '살아보은'도 조성했다.
인구 감소가 지속됐던 부산 원도심인 영도구도 커피로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청년 거주·유동 인구들을 동시에 끌어들여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
국내로 수입되는 커피 생두 9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는 데서 착안해 크고 작은 카페와 원두 유통 업체가 영도구에 자리 잡으면서 2010년 4개뿐이던 카페 수가 200개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오래된 조선소나 공장 건물을 변신시키는 등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카페들이 속속 늘면서 지금은 국내 커피 산업·문화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7년째 열리는 '글로벌 영도 커피 페스티벌'에는 10여개국 커피 업체 90여 곳이 100개가 넘는 부스를 차려 커피의 매력을 선사하면서 영도를 찾는 방문객도 최근 5년간 매년 10∼20%씩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지역 특성을 살린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과 한 달 살기 등을 하는 생활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관련 기업의 정착으로 일자리와 상주인구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과 정체성을 살리는 장기적인 구조 개선과 정주 여건과 문화 환경 개선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지역 청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지점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 산업 기반, 정주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발생한 구조적 결과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오랫동안 펼친 청년 활동을 기반으로 최근 6·3 지방선거에서 춘천시의회에 입성한 박인옥(39) 시의원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이나 성공한 도시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 하는 복사-붙이기(Copy-Paste) 정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개성을 죽이고 결국 인구소멸에 이르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의원은 "지난 2년 반 시민과 인터뷰하며 알게 된 점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임금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효능감과 자아실현이 가능한 일자리, 유대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 지속 가능한 소득과 안정감을 주는 일자리였다"며 "추구하는 일자리와 주거문화 등에 관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깊이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문제의 복합·연계성을 강조한 이원학 강원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어느 하나만 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KTX가 개통된 이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일부 있지만, 정주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지역 특성을 담은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정주 여건과 문화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곳이라야 청년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며 "'직업 때문에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직업 때문에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아름 김근주 김재홍 김현태 박영서 이재림 이준영 전창해 정경재 기자)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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