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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 단속 채증영상 없앤 경찰…결백 주장 피의자에 무죄 선고

입력 2026-07-19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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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칩 교환했다가 기소된 남성 2년간 법정다툼…경찰 "영상 필요 없어 지워"


'유일한 증거' 도박장 직원 진술도 뒤집혀…전문가 "채증영상 삭제 부적절"




경찰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경찰이 임의로 없앤 도박장 단속 채증 영상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법정 다툼을 벌이던 남성이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다.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권소영 판사는 지난 9일 도박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2월 서울 노원구의 한 '텍사스 홀덤' 불법 도박장에서 90만원 상당의 칩을 교환해 도박한 혐의로 서울 중랑경찰서에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외국인인 A씨는 "재미 삼아 칩을 교환하긴 했으나 실제 게임 테이블에 앉아 도박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게임 테이블 반대편 흡연실 부근에 있던 A씨는 압수수색에 나선 수사관들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당시 현장을 담은 경찰의 채증 영상을 요청했다. 그는 이 영상에 자신이 도박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상 삭제 경위가 담긴 경찰 내부 메모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경찰은 채증 영상을 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채증 즉시 영상을 파기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경찰이 제공한 '메모 보고서'에는 "도박 행위자들의 일체 자백을 통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영상은 증거로서 가치보다 피의자들의 고성과 욕설 등이 대부분을 차지해 수사 자료로 활용할 필요성이 없어 전부 파기했다"고 적혀있었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당시 영상에 도박하는 장면이 찍히지 않았기에 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영상이 없어도 도박장 직원 진술이나 칩 교환 내역 등으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도박했다는 직접 증거는 도박장 직원의 진술뿐인데,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도박장 직원들이 막상 법정에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뒤집은 것이 무죄의 결정타로 작용했다.


A씨가 당시 휴대전화로 찍었던 짧은 영상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는데, 변호인이 이 영상을 보여주며 신문을 이어가자 직원들이 말을 바꾼 것이다.


A씨는 연합뉴스에 "채증 영상만 있었어도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중요한 증거를 왜 삭제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당시 압수수색 상황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채증 영상 삭제에 대한 경찰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 수사관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증거물을 제출할 순 없어 삭제 판단도 수사관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이 굳이 채증한 영상을 즉시 삭제하고,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범죄 혐의 피의자도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혐의 입증과 관련이 없다며 증거를 삭제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위라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자 입장에선 처벌하기 위한 송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사건과 관련된 모든 증거를 제출해야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거나 판사가 재판할 때 정황을 객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의로 증거를 삭제하고 없애는 것은 경찰이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원칙적으로 채증 영상이 멸실·훼손되는 상황은 적절하지 않다"며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 판단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재판관이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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