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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들] 복날 개고기의 종말…5천년 식문화 막 내리다

입력 2026-07-15 10: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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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금지 '김건희법' 시행, 한파 맞은 보신탕집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이 시행된 7일 서울의 한 보신탕 집앞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는 2027년 2월 7일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되며 이날부터 3년간 유예기간을 거친다. 2024.8.7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한국인에게 개는 오랫동안 집을 지키는 충직한 짐승이자 소, 돼지, 닭과 함께 먹거리로도 공존해 왔다. 개 식용의 흔적은 여러 고문헌에 남아있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의 풍속을 기록한 <고려도경>에서 "고려인들은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 대개 집에서 기르는 것이 소나 돼지와 같다"는 외부인의 관찰을 남겼다.



우리 조상들의 개 식용 문화는 조선 후기에 이르러 한의학과 결합한다. 실학자 서유구는 생활백과사전 <임원경제지>에서 개고기 조리법과 효능을 상세히 소개했다. 서유구는 "개는 푹 삶아 결대로 살을 찢고 된장과 파, 마늘 등을 넣어 끓인다"며 개고기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진 사람과 산후 여성의 기력 회복에 좋다는 한의학적 인식이 퍼지면서 체력과 기운을 보한다는 뜻의 '보신탕(補身湯)'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인식은 한국인이 오랜 배고픔에서 벗어나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된 뒤에도 이어졌다. 한국의 개고기 성지라는 성남 모란시장을 비롯해 부산 구포시장, 대구 칠성시장, 광주 양동시장 등 전국의 큰 장터에서는 개를 도살해 사고팔았다. 대도시 보신탕집들은 복날이면 원기를 보충하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복날 보신탕 회식은 기업과 관공서, 언론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철 직장 문화였다.




개고기 맛 보는 백인들

한국으로 전지훈련 온 독일 태권도 선수들이 30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한 보신탕집에서 개고기를 맛보고 있다. 이들은 독일에서 태권도를 가르친 교포의 추천으로 개고기를 맛보게 됐다. /성연재/사회/경제/
2003.7.30 (서울=연합뉴스) fake@yna.co.kr


개를 훌륭한 먹거리로 여기던 인식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유력 언론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집중 조명하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 전환점이 됐다. '한국인은 개를 먹는 미개한 민족'이라는 그들의 저주 어린 언어는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저출산에 따른 가족 형태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 의인화 문화가 빠르게 확산했다. 어느새 '개는 가족'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고, 개에게 사람이 먹는 고기를 챙겨주거나 반려견과 함께 식당과 카페를 찾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5천 년 이어진 식문화가 한 세대 만에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올해는 사람이 개를 합법적으로 먹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다. 2024년 2월 제정된 '개 식용 종식법', 이른바 김건희법의 유예 기간 종료에 따라 내년 2월 7일부터는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유통, 판매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개 식용 금지' 동물보호단체 지원한 김건희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2023.8.30
ondol@yna.co.kr


그런데도 전국이 폭염으로 펄펄 끓은 초복인 15일, 보신탕집들은 한파를 맞은 듯 냉기가 감돌았다. 예년 같으면 보양식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을 식당들이 한산했다. "아직도 개고기를 먹느냐"는 사회적 시선이 보신탕 애호가들의 발길을 막은 것이다. "소와 돼지, 염소는 먹으면서 왜 개만 안 되느냐"는 그들의 항변도 여전하지만,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구의 시선과 핵가족화가 만들어낸 복날 풍경의 변화는 단순히 음식 하나가 사라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한민족의 식문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생명 윤리와 가족 개념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한때 사람의 밥상에 오르던 개가 이제는 사람과 같은 밥상을 나누는 가족이 됐다. 이보다 더 극적인 시대적 변화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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