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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대면조사로 진술 파악 중요…보완수사권 필요"

[대전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최윤선 기자 = 지난 2023년 3월 3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공개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에서 탈퇴한 신도들이 총재 정명석의 성범죄를 폭로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정명석의 성범죄를 도운 공범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당시 이미 정명석을 준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대전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공범들 수사에 나섰다.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신호탄을 쐈고 한 달 만에 JMS 이인자 김지선 등 신병을 확보, 50일 만에 성범죄를 도운 간부 6명과 증거인멸을 주도한 간부 2명을 재판에 넘겼다.
성추행당했다는 신도들이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정명석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도 이뤄졌다.
정명석은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이인자 김지선은 징역 7년이 확정됐다. 나머지 간부 3명도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JMS 사건 수사 및 공판에 참여한 당시 대전지검 검사들은 14일 연합뉴스에 "직접 수사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공범들을 기소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화연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0기)와 서정효(변호사시험 7회)·안형진(8회)·정규록(12회) 검사를 만나 성범죄 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중요한 이유를 들었다.
이들은 검사가 필요하면 직접 사건 관계인들을 만나야 한다며,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사건 실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과천=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성폭력 수사 우수사례 검사로 선정된 서정효(왼쪽부터), 강화연, 안형진, 정규록 검사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6.30 yatoya@yna.co.kr
검사들은 성범죄 사건은 보완수사 요구가 작동하기 어려운 대표적 범죄라고 했다.
주로 피해자와 피의자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정규록 검사는 "이야기할 때 표정과 어조, 행동, 감정 등을 살펴야 하는데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화연 검사도 "기소 여부를 판단하려면 굉장히 어렵고 면밀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JMS 사건도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쟁점이어서 오랜 시간 여러 차례 질문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JMS 측은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공격했다.
JMS 내부에서 만든 수사 대비용 문건에 '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라며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한 주요 사례를 소개한 내용이 담겼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 피해자인 메이플 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명석에 대한 대법원 17년형 선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정씨의 성범죄 혐의를 알린 김도형 단국대학교 교수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1.9 hwayoung7@yna.co.kr
JMS가 수사와 재판에 대비해 '참고인단'을 꾸리고 조직적으로 진술 연습을 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강 검사는 "폐쇄적 집단이라 수사가 지체됐다면 증거 인멸이나 도주 가능성도 있었다"며 "직접 수사로 속도를 냈기에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에 기소하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아냈다"고 안도했다.
그는 "수사란 생물과 같아서 시시각각 움직인다"며 증거를 발견하거나 진술을 확보했을 때 다음 단계를 곧바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검사들은 검찰이 경찰보다 수사를 잘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초동 수사에서 빠르게 사건을 파악하는 데 특화돼 있고, 검찰은 공판에서 필요한 증거와 진술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전문성이 있다는 뜻이다.

(금산=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3일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의 여신도 성폭행 혐의 사건과 관련 검·경이 충남 금산 월명동 JMS 수련원과 세계선교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월명동 수련원으로 가는 이정표시석. 2023.3.23. swan@yna.co.kr
JMS 신도 중 일부는 정명석 재판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들은 보완수사가 폐지되면 이런 위증 수사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공판 과정에서 위증 정황을 포착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
특히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이 없으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기에 위증을 교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정 검사는 "위증과 위증 교사는 다른 범죄보다 특히 폐쇄된 집단이나 친족 간 성범죄에서 발생하는 확률이 높다"며 "검사는 법정에서 들으면 위증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에서 수사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22일 신도 성폭행 등 혐의를 받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법 앞에 신도들이 모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23.12.22 coolee@yna.co.kr
검찰청 폐지 후 이관이 거론되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JMS 사건은 피해자가 정명석의 성폭행 범죄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이 피해자 진술을 제외하면 유일한 증거였다.
JMS 측에서는 해당 녹음파일이 조작됐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증거로 제출된 녹음 파일이 일반 아이폰 녹음 파일과 구조가 다르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대검 과학수사부와 대전고검 디지털포렌식팀과 검증을 거듭한 끝에 피해자가 메신저를 통해 녹음 파일을 전송하면서 구조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안형진 검사는 "정명석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는 녹음 파일의 사본 여부, 녹음 시점, 녹음한 기기의 종류, 녹음 이후 편집 여부 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며 "과학수사부가 대검이 아닌 다른 기관에 있었다면 사건 전후 맥락을 몰라서 긴밀하게 소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23일 전남 순천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해든이 추모 및 아동학대 근절ㆍ법 개정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생후 4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가 탄 호송차를 가로막고 있다. 2026.4.23 iso64@yna.co.kr
성범죄뿐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도 증거가 제한적이고, 방치 책임을 입증하기가 까다로워 검찰 보완수사가 중요한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안 검사는 친모가 아기를 혼자 낳은 뒤 사망하자 캐리어에 넣어 방치해 백골 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직접 수사했다.
당시 친모는 방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친모가 장기간 외출하지 않은 시기를 확인하고 출산 시점을 특정했다.
친모가 출산 한 달이 지나기 전부터 집을 비운 정황과 아이 관련 물품을 전혀 구매하지 않은 사실도 포착했다. 재판에 넘겨진 친모는 실형이 확정됐다.
안 검사는 "일반적으로 당연히 친모에게 사망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판에서는 아기가 사망한 시점과 캐리어에 보관한 시점 등을 다퉈야 한다"며 "법정에서 다퉈질 쟁점을 예상해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사망 시점을 특정해달라고 경찰에게 보완수사 요구를 보냈다면 경찰도 난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효 검사는 과거 부부가 아픈 아이를 방치해 8세 아이가 사망한 아동학대치사 사건을 언급했다.
친부가 가출한 상태라 경찰에서는 친모만 송치했는데, 보완수사 과정에서 친부가 중간중간 집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서 검사는 친부도 공동정범으로 기소했고 부부는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그는 "경찰이 못 하고 검찰은 잘한다는 게 아니다. 역할이 나뉘어 있다"며 "경찰에서 기록을 다 챙겨서 왔고, 공판에서 공동정범으로 주장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건 검찰"이라고 말했다.
검사들은 "대면조사나 추가 증거 확인 같은 보완수사 없이 경찰에서 넘어온 기록만 본다면 재판에 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br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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