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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승인받지 않은 채 거액 후원금 모금…法 "후원제도 신뢰 훼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기자 = 유엔(UN) 산하기구로 속여 거액의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국회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1심과 동일하게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2019년 9월 국회사무처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해당 단체는 설립 당시부터 '유엔 최초의 국가위원회'를 표방하며 유엔 명칭 및 로고를 사용했다.
하지만 2023년 7월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고 명칭과 로고를 무단 사용해 4년간 약 44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같은 해 11월 국회사무처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해당 단체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9월 1심에서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유엔 명칭과 로고를 사용해 후원금을 모금한 행위가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제기구인 유엔과 아무런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공식 승인을 받은 단체인 것처럼 유엔 명칭과 로고를 사용해 장기간 거액의 후원금을 모금했다"며 "이는 설립허가 취소 사유인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유엔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았더라도 협력기관으로 적법하게 활동해 공익을 해하지 않았다'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제기구의 명칭이 사용되는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기업은 해당 단체가 국제기구의 정당한 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전제로 후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원고의 행위는 후원기업 등에 금전적 손해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후원제도의 신뢰성도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점도 취소 사유로 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국회사무처는 2023년 3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체에 '유엔 명칭·로고 사용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거나 유엔의 공식 입장을 알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하라'고 명했다"며 "하지만 원고는 양해각서 체결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그해 7월 유엔으로부터 명칭과 로고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받았는데도 피고에게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회사무처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지난해 12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법인과 이모 대표를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초대 회장을 지낸 박수현 충남도지사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으나 검찰의 재수사 요구를 받았다.
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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