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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에 일시적 언어장애까지 오는데"…환자 3명 중 1명 '꾀병 취급' 경험
전문가 "개인 의지 문제 아닌 치료 필요한 질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또 아파? 평소에 건강관리 좀 잘하지 그래."
직장인 조모 씨(35)가 편두통을 호소할 때마다 직장 동료들에게 듣는 말이다.
조 씨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편두통을 '엄살이나 유난'으로 치부하는 주변 반응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볼 수 있다.
편두통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중등도 이상'의 만성 재발성·발작성 질환이다.
하지만 이를 그저 '흔한 두통' 정도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 탓에 많은 환자가 극심한 통증 외에도 '꾀병이나 엄살을 부린다'는 오해를 받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구토에 발음까지 어눌해지는데"…일상 속 오해에 답답한 환자들
조 씨는 10년 전 편두통 진단을 받았다.
그는 증상이 심해질 때면 시야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조짐(전조·Aura) 증상과 함께 심한 구토 증세를 겪는다. 심지어 일상생활 중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대화 도중 말하려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곤란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조 씨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다.
그는 지난 2일 연합뉴스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서면인터뷰에서 "고통을 호소할 때마다 주변에서 '자기 관리가 약하다'는 핀잔을 듣거나 엄살을 부린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조 씨는 "편두통은 단순히 건강관리를 잘한다고 해서 쉽게 낫는 병이 아닌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고 갑갑하다"고 말했다.
편두통 환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편두통 마이너 갤러리'에도 이와 비슷한 사연이 넘쳐난다.
게시판에는 "고작 두통 때문에 조퇴하느냐", "(편)두통은 나도 앓아봤다"며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변 시선에 분통을 터뜨리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가 "두통 정도로 응급실까지 가냐"며 면박을 당했다는 사연도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환자 3명 중 1명 '사회적 낙인' 경험…꾀병 의심·'별거 아니다'는 시선
이처럼 편두통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일부 국내 환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미국 버몬트대 의대 로버트 샤피로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이 2024년 1월 편두통 환자 5만9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3명 중 1명(31.7%)은 '편두통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을 자주 또는 아주 자주 경험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겪는 낙인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조퇴나 결근 등 이득을 취하려 '꾀병'을 부린다고 의심받는 경우와 통증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선이었다.
편두통에 대한 대중의 낮은 이해도는 국내 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대한두통학회가 2024년 8월 실시한 '직장인 두통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37.9%가 편두통을 그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증상'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반면 환자들이 실제로 겪는 증상인 '어지러움 및 구토·구역감', '빛 공포증', '소리·냄새 예민성', '시야 장애' 등을 편두통의 증상으로 올바르게 알고 있는 응답자는 모두 10%대에 머물렀다.

[대한두통학회 제공]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편두통은 심한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 구토, 빛과 소리에 대한 과민 반응을 동반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통증에 예민한 신경과 뇌혈관이 함께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만성 신경계 질환은 발작 횟수를 줄이고 일상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며, 단순히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관리를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편두통을 가벼운 두통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환자로 하여금 증상을 숨기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병원 방문과 적절한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두통학회 손종희 홍보이사는 "편두통이 심한 경우 시야가 지그재그로 흐려지는 증상이나 일시적인 언어장애, 팔다리 저림까지 나타날 수 있지만 직장이나 학교에서 엄살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어 환자들이 정신적으로 위축된다"며 "심한 경우 우울·불안 증상까지 겪는 2차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이사는 "편두통을 겪지 않는 사람들도 편두통이 단순한 두통이 아니라 뇌의 신경혈관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개인의 의지나 스트레스 관리 부족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라는 오해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통학회는 편두통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 기준 개선 등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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