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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절규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그날/ 남영동/ 피바다가/ 되었다/ 방마다/ 나오는/ 핏물은/ 강이 되었고/ 강마다/ 흘러나오는/ 눈물은/ 바다가 되었다/ 조지는/ 포수들도/ 터지는/ 짝패들도/ 피범벅이/ 되었다"('남영동 비가' 중)
민주화 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제15∼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시집 '남영동 비가'를 펴냈다.
'한 인간의 절규와 시대의 증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이 이사장의 자전적 체험을 담은 시집이자,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기록이다.
이 이사장은 30여년의 재야 민주화운동 시절,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는 동안 총 다섯 번 구속돼 10여 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긴 기간 이른바 '검은 벽돌집'으로 불리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갇혀 온갖 고문을 당했다며 "'남영동 비가'는 내가 고문당한 역사이며, 한국 현대사의 고난의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것은 시이면서 시가 아니고, 시가 아니면서도 시"라며 "그저 한 인간의 절규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라고 강조했다.
시집은 크게 '남영동 비가'와 '겨울꽃', '지리산에서 아내에게' 등 3개 장으로 구성됐으며 각 장은 한 편의 시를 이룬다. 이 가운데 '남영동 비가'는 100쪽이 넘는 장시(長詩)로 '남영동에서', '다시 현저동에서', '정동에서(법원)', '문흥동에서(광주교도소)', '중촌동에서(대전교도소)' 등 다섯 파트로 구성됐다.

[맑은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집의 언어는 몸이 기억하는 원초적인 고통의 언어에 가깝다.
"시간과/ 공간을/ 알 수 없는데/ 내가/ 낸 줄도 모르고/ 미처 모를레라/ 소리도/ 단 하나/ 맞는 소리/ 터지는 것도/ 내 몸뚱이/ 흘리는 것은/ 단 하나/ 피, 피"('남영동 비가' 중)
남영동 대공분실에서의 고문, 현저동 구치소와 교도소의 시간, 재판과 수감의 기억이 격렬하면서도 거친 호흡으로 이어지며 독자를 폭력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남영동 비가'는 한 개인이 겪은 고통의 기록을 넘어, 국가 권력이 인간의 몸과 정신을 어떻게 짓밟았는지를 생생히 보여 준다. 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어떤 고통과 희생 위에 서 있는지를 묻는 역사적 증언이기도 하다.
시집에는 10년간 자신을 옥바라지한 아내, 가난 속에서 어른들과 자식들을 보살핀 아내에 대한 애틋함도 담겼다.
"지리산 자락/ 이름 모를 야생화가/ 돌보는 이 없어도/ 그대로 아름답듯이/ 그냥, 두손 맞잡고/ 허허, 웃으면서 살아갑시다/ 사는 날까지 두 손 꼭 잡고…"('지리산에서 아내에게' 중)
맑은샘. 164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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