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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 삼킨 교실] ③ 군인이 된 '도박키즈' 슈퍼전파자가 되다

입력 2026-07-0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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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적발된 군인 313명뿐…전역자 절반 이상 "불법도박 목격"


'장병적금' 목돈마저 도박빚 충당…"가족까지 팔아 돈 빌려"

"군대판 자진신고 제도 필요…양지로 끌어내 중독 치료 연계해야"




휴대전화 쓰는 군 장병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정지수 기자 = "군대 내부에서 100명 중 1명만 도박을 해도 한 달이 되면 10명, 두 달이 되면 20명이 돼 있을걸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도박을 하다 최근 시민단체 '도박 없는 학교'의 도움으로 도박을 끊은 김모(21)씨는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입대한 친구들은 여전히 군대에서 도박을 이어가고 있다"며 군 내부 실태를 전했다.


김씨는 "학창 시절에도 반 27명 중 10명은 사이버 도박을 했다"며 "군대는 같이 먹고자는 사이인데, 월급도 많이 준다. 그러니 더 전파가 잘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적발된 지인은 한 명도 없다"면서 병사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하고, 간부들은 알고도 못 본 척 넘어가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전했다.


이는 교실에 뿌려진 도박의 '씨앗'이 군대라는 밀폐된 공간을 만나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교실과 군대는 또래 문화라는 특성을 공유한다.


교실이 '총판'(영업책), '사채업자', '중독자' 등으로 나뉘며 정교하게 설계된 도박 생태계의 시작점이었다면,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진 군대는 도박 사이트의 '장기 고객'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한 셈이다.




사이버도박 혐의로 군 경찰에 입건된 장병 통계



◇ 작년 사이버도박 적발 군인 313명…"빙산의 일각"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육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도박 혐의로 군 경찰에 입건된 군인은 313명(간부 20명·병사 293명)이었다.


최근 5년(2021∼2025년)간 적발 건수는 1천721명으로 매년 300명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육군 병력 32만4천명과 비교하면 적발 인원은 극소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전역한 20대 남성들의 말은 달랐다. 상당수는 군대에서 사이버 도박을 하는 병사들을 목격했다면서 입건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가 최근 5년 내 전역한 1997∼2004년생 30명을 접촉해 설문한 결과 "군대 내 불법 도박을 하는 부대원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17명(56%)이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12명(40%)은 부대에서 장병들이 불법 도박과 관련한 대화를 거리낌 없이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도박 인원에 대한 질문에는 "생활관에 8명이 있다면 2∼3명꼴", "10명 중 1∼2명꼴", "100명 중 3명"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3년 전 전역한 황모(25)씨는 "군대에서 도박하다 가족 이름까지 팔면서 돈을 빌리던 군 동기가 있었다"며 "옆 중대에서도 돈을 빌려 빚이 1천만원이 넘었는데 다시 빌려서 돈을 갚고, 도박하다 또 빌리는 악순환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 부대에서는 병장 A씨가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동료 병사 7명으로부터 총 2천400만원을 빌린 상태였다.


군대에서 시작된 도박이 전역 후 생활마저 빚의 수렁에 빠뜨리기도 한다.


2024년 말 전역한 이모(25)씨는 "소규모 부대였는데 도박하는 병사를 매일 마주쳤다. 애초에 군대에서 도박을 처음 시작한 사람도 많았다"며 "전역한 선임이 도박 빚 때문에 전화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장면도 봤다"고 말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을 통해 모은 원금, 이자, 정부 지원금 등 1천400만원을 전역 때 돌려받은 뒤 전부 도박 빚을 갚는 데 쓴 병사도 있었다고 한다.


대부중개 사이트에는 "한 달에 120만원 받는 상병입니다. 추후 군 적금으로 변제 가능합니다"(대출희망 금액 500만원), "다음 달 11일에 군적금 혜택 매칭지원금 750만원이 나와서 바로 상환할 수 있습니다" 등 돈을 빌리려는 군인들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군 입대 전후 불법도박 경험 현황



◇ 군 실태조사…"도박 청소년 80%는 입대 앞둔 16∼18세 남학생"


군 당국도 학교에서 군대로 이어지는 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천 의원이 입수한 국방부의 '군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불법 도박자 중 청소년 비율이 47.3%이고, 이 중 80% 이상이 입대를 앞둔 16∼18세 남학생으로 확인됐다"고 적혀있다.


보고서는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도박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군대 내 스마트폰 허용과 월급 인상 등으로 군 불법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군에서 불법도박을 했던 52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도 이뤄졌다. 52명 중 입대·임관 전부터 불법도박을 경험했던 군인 비중은 80%에 달했다.


친구·지인 등의 권유로 도박을 시작한 응답자는 52%였다. 또 월급·급여를 통해 도박 자금을 마련한 경우도 52%였다.


불법도박 시 활용 기기는 '개인 휴대전화'(76.5%)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월평균 베팅 금액은 186만원으로 병장 월급 150만원(2025년 기준)을 웃돌았다.


실태조사를 통해 군대 내 만연한 '침묵 문화'도 드러났다.


군대 내 불법도박을 목격했다고 답변한 264명 중 34.3%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응답자 중 50.1%는 '제3자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침묵을 지켰다고 했다.


'간부에게 보고했다'는 답변도 43.9%나 됐다. 군 간부가 도박 사례를 보고받고도 자체 계도에 머물거나 침묵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도박이 적발돼도 무조건 군 경찰에 넘기지는 않는다. 경미한 사안은 부대 징계위원회를 거쳐 군기교육·휴가단축 등 징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육군본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군 휴대전화 사용 위반 징계는 5천931건인데 이중 사이버도박으로 인한 징계는 164건(2%)에 머물렀다.




군 장병 휴대전화

[연합뉴스TV 제공]


◇ 처벌 대신 치유로…"군대판 자진신고 제도 필요"


단순 처벌로는 군대 내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독은 치료·치유가 연계되지 않는 한 스스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군대 내 도박 중독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 이른바 '군대판 자진신고 제도'가 거론된다.


최근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작한 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군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처벌보다는 치유에 방점을 둔 방식이다.


자진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도박 치유 전문상담사 등을 투입하고, 결과에 따라 중독 치유 전문 기관으로 군 장병을 연계할 수도 있다.


도박 금액과 반성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심사 절차를 거쳐 최대한 선처를 보장하는 등 자진신고 유인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만 하겠다고 하면 누가 자진신고를 하겠느냐"며 "치료를 동반한 자진신고 제도는 군대의 폐쇄성을 감안하면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병사들에게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군대는 24시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청소년기보다 또래문화 전파가 더 심하고 전염성도 크다"며 군대와 중독 치유 전문기관 간 연계와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해 도박 접근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단순히 휴대전화 허용 때문으로 이번 사안을 인식하기보다는 청소년의 도박 증가율과 비교하는 게 맞는다"며 "병사들은 도박이 범죄라는 인식도 잘 못 한다. 또래 문화가 군대로 그대로 유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에 입대하는 대다수가 법적으론 '후기 청소년'(만 19∼24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 교육 등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시기라는 것이다.


임 소장은 "한국은 고등교육에서 금융 관련 교육 등을 딱히 하지 않는다"며 입대 후 처음으로 정기적인 월급을 경험한 장병도 많다 보니 이 돈이 도박으로 흘러 들어가기도 쉬운 환경이라고 짚었다.


도박 대응책과 관련해 국방부는 천 의원실에 "분기별 시행하는 도박문제 예방 교육 시 도박 심각도 지수(PGSI)를 활용한 자가 진단을 실시 중"이라며 "군 장병 불법 스포츠도박 대응 매뉴얼을 전 부대에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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