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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권 없는 유죄 판단은 위법"…검찰 수사·기소 관행 변화 불가피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평결에도 재판부 '절차적 정당성' 먼저 지적
'연어 술 파티' 위증은 유죄 인정…배심원 4대3 다수 의견 수용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대북 지원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선고한 공소기각 판결은 검찰의 이른바 '쪼개기 기소' 관행을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검찰이 별건 기소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수사 방식에 대해 법원이 구체적인 법리를 들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촬영 이동해] 2026.4.14 eastsea@yna.co.kr
◇ 타인 사건서 유죄 낙인…법원 "헌법상 방어권 침해" 지적
20일 수원지법이 배포한 이번 사건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검사가 A(신명섭)를 수사하던 중 피고인(이화영)과의 공모관계에 관한 객관적 혐의가 없어 피고인을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A를 기소하면서 피고인을 공범으로 적시하여 피고인이 A의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단을 받게 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피고인이 A와 공모하였다고 기소한 사안에서 검사의 기소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최초의 사례"라고 명시했다.
선고 공판을 주재한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 역시 법정에서 검찰의 수사 및 기소 방식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모든 국민은 자신의 형사 사건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공소 제기가 되지 않은 타인의 사건에서 유죄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은 검찰의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시했다.
피고인이 정식으로 기소되기도 전에 타인의 재판에 공범으로 묶여 사실상 유죄 판단을 받게 된 상황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법정 모습. 2026.6.5 xanadu@yna.co.kr
◇ 배심원 '무죄' 평결에도 재판부가 '직권 공소기각' 결정
배심원단의 평결 결과와 재판부의 판단 방식도 눈길을 끈다. 배심원 7명은 대북 지원 사업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지 등 실체적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아니다'라고 평결했다.
행정정책 사업을 형사처벌 하는 것이 검찰권의 과잉 행사이자 공소권 남용인지 묻는 항목에 대해서도 7명 모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실체적 유무죄 판단을 적용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 시작 전 "공소기각 사유가 판단될 경우에는 쟁점과 상관없이 공소기각 판결을 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기소 자체의 절차적 위법성을 먼저 지적한 것이다.
변호인단이 선고 직후 "배심원단은 7대 0으로 만장일치 무죄 평결을 내렸으나, 재판부가 형식적 판단을 먼저 해 공소기각이 나온 것"이라며 항소 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촬영 홍기원] 2026.6.16 xanadu@yna.co.kr
◇ '검사실 연어 술 파티' 의혹, 법원 "실체 없다" 첫 사법적 결론
이번 판결은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거센 진실 공방을 불러일으켰던 이른바 '연어 술 파티' 의혹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전 부지사는 국회 청문회 등에서 2023년 6월 18일 또는 30일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연어회와 소주 등을 먹으며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입을 맞추는 '진술 세미나'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당시 야권이 수사 검사인 박상용 현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추진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사실상 '허위'로 규정하고 국회증언감정법(위증)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배심원단은 술 반입 여부를 두고 유죄 4명, 무죄 3명으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으나, 다수 의견은 '술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며 위증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1313호 영상녹화실에 있었던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상호 부합하는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진실 반응이 나왔고, 본인의 기억 속에서는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을 증언한 것"이라며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박 검사는 선고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로서 2년 3개월간 나라를 뒤흔들었던 '연어 술 파티' 주장은 허위로 결론내려졌다"며 "배심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촬영 이영주]
◇ 주말 제외 10일 연속 재판…국참법 시행 후 첫 기록
이번 재판은 진행 방식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법원은 "2008년 1월 1일 국민참여재판법이 시행된 후 주말을 제외하고 연속 10일간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재판은 매일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강행군으로 이어졌으며, 배심원단은 9시간 30분에 걸친 평의 끝에 결론을 도출했다.
재판장은 "참여 배심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피고인에게 억울한 점이 없는지 살피기 위해 진지하게 임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 판결로 검찰은 기소 방식에 대한 법원의 공식적인 지적을 받게 됐으며, 향후 예정된 대북 송금 등 관련 사건 재판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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