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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자살 적은 도시의 공통점…"복지 연결망이 사람 살렸다"

입력 2026-06-18 0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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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29개 시·군·구 12년 분석…"획일적 자살예방 아닌 지역 맞춤형 전략 필요"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한 번만 더' 동상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국은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자살예방법 제정과 상담망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자살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상처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살률이 낮은 지역들을 장기간 추적해보니, 단순히 경제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의 복지 연결망과 노인 돌봄 인프라가 자살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을지대·한양대 의대 연구팀은 2012∼2023년 전국 229개 시·군·구의 자살 사망률을 공간·시계열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공간·시공간 역학'(Spatial and Spatio-temporal Epidem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를 활용해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자살률을 계산한 뒤 지역별 자살 패턴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자살률이 지속해서 낮게 유지된 지역을 '콜드 스폿'(cold spot)으로 정의하고, 이 지역의 공통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분석 결과, 지난 12년간 전국에서는 모두 70곳의 자살 저위험 지역(콜드 스폿)과 5곳의 고위험 지역(핫 스폿)이 확인됐다.


자살률이 안정적으로 낮은 지역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됐다. 반면 충남 서산·보령 등 일부 지역은 자살률이 반복적으로 높아지는 '산발적 핫 스폿'으로 분류됐다.


눈길을 끈 건 노인 인구와 사회복지시설의 역할이었다.


연구팀이 자살률 저위험 지역만 따로 떼어 분석한 결과,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자살률은 유의하게 낮아졌다. 사회복지시설 수가 많을수록 자살률이 감소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특히 이런 보호 효과는 전국 평균 분석보다 자살 저위험 지역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고령화는 우울과 질병, 사회적 고립 증가로 인해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인식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도시형 복지 인프라'를 지목했다. 서울·인천 같은 대도시의 저위험 지역에는 노인요양시설과 돌봄서비스, 의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는데, 이런 사회적 안전망이 노인의 고립을 줄이고 자살 위험을 완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논문에서 "고령 인구 자체가 자살률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인프라와 사회적 지지 체계가 함께 작동할 때 보호 효과가 커진다"고 해석했다. 복지시설 역시 단순한 건물 숫자가 아니라 사람 간 연결과 사회적 지지를 만들어내는 '심리사회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흔히 자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혼율, 출산율, 병상수, 녹지 비율 등은 이번 분석에서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개인 단위 위험 요인과 지역 단위 지표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단순 비교하면 '생태학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자립도 역시 자살률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서울처럼 재정 여건이 좋은 지역일수록 복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 영향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동시에 "재정 여건이 좋아도 취약계층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살 예방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자살률이 낮은 지역의 보호 요인을 역으로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획일적인 전국 단위 자살 예방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복지시설과 지역 돌봄 체계 같은 지역 기반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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