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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요구 434곳 중 공고 90곳뿐…노동위 초심·재심 사건 계속
사용자성 인정 잇따르자 '교섭의 사법화'…곳곳에서 파업 조짐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영업이익 N% 성과급' 분쟁으로 불붙은 노사 갈등이 잇따르는 원청의 하청 노조에 대한 '진짜 사장' 판단으로 한층 증폭되는 양상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100일 가까이 지났지만, 노사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보다는 '교섭의 사법화' 수순을 밟으며, 역대급 '하투'(下鬪) 전선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이달 12일까지 하청 노조 1천151곳이 원청 434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소속 조합원 수는 16만3천554명에 달한다.
그러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중에 이를 공고한 사업장은 90곳(20.7%)에 불과하다.
개정 노조법상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데, 상당수 원청이 공고를 미루거나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하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노동위원회에 지난 5일까지 접수된 원청교섭 요구 사건은 총 80건이다. 이 중 지노위는 69건(86.3%)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위의 원청 사용자성 판단은 하청 노조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인용했다.
시정 신청을 낸 하청 노조에는 차량 제작 업무를 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뿐만 아니라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지회, 공장 보안·경비 업무를 맡는 현대차보안지회 등이 포함됐다.
울산지노위는 현대차가 이들과도 교섭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노위 판단이 나오더라도 노사 갈등은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노사가 불복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려 재심 사건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노위에서는 이달 17일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동희오토, 이화학당의 재심 사건이 예정돼 있다. 19일에는 고려아연과 극동건설의 재심 사건이 진행된다.
이달 23일에는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옥천군, 보은군의 재심 사건, 24일에는 현대제철과 CJ대한통운의 재심 사건, 26일에는 울산시의 재심 사건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다음 달에는 중노위 재심 사건이 더 급증할 전망이다.
경영계는 지노위 초심에서 하청 노조의 신청이 기각됐던 사건마저 중노위 재심에서 뒤집히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노위는 지난 4일 중흥토건·중흥건설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는 법 시행 후 지노위에서 나온 첫 기각 결정이었는데, 중노위에서 판정이 뒤집혔다.
전날에는 중노위가 초심에서 유보했던 원청 사용자성 판단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중노위는 전날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 이의신청 재심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한 초심을 유지했다.
한화오션이 급식·세탁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노조와도 교섭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중노위는 한화오션의 웰리브지회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도 인정했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직접적인 생산 원·하청 관계가 아닌 간접적인 지원·협력 관계까지 단체교섭 상대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경영계의 불만은 결국 법원 소송전으로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노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중노위의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 1심 행정소송에서 항소심, 상고심까지 거치며,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급 하투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같은 장기전 우려는 노사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미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 부문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며 올여름 파업 조짐이 도처에서 감지된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10일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오는 29일 추가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파업 절차에 돌입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다음 달 15일 '7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는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하청 교섭 갈등이 본격화한 만큼, 민주노총은 일부 사업장에서의 임금·단체협약을 원청교섭 돌파라는 큰 틀과 연계해 총력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어서 현장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10 xanadu@yna.co.kr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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