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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금융·근로복지공단 반발 감안해 '전체 사업장 0.2%' 공공기관 타깃
저(低)수익·고(高)수수료 구조 탈피…30년 운용 노하우로 시장 '메기' 역할 예고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2023.10.27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내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약 20년 만에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눈앞에 둔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우회 전략을 마련했다.
기존 민간 금융업계와 근로복지공단의 거센 반발과 밥그릇 싸움 논란을 피해 가면서도, 퇴직연금의 고질적인 저수익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을 우선 추진하는 방안이다.
15일 노사정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경영계가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는 개인과 기업별로 흩어진 퇴직연금을 하나로 묶어 전문가 집단이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본격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7월까지 세부 제도를 설계하고 연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1천610조원의 거대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등 공적 연기금을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 관점에서는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과 운용 역량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기존 시장을 선점해 온 은행, 증권, 보험 등 민간 금융업계는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전담해 온 근로복지공단 역시 영역 침범을 우려하며 꺼리는 기류가 역력했다.
◇ 민간 마찰 피하는 우회로…전체 사업장 0.2% 공공기관 조준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민간 시장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중소기업 대상 제도와 중복되지 않는 대안으로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개방형 모델을 수립했다. 국내에서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전체 사업장 약 186만개 중 공공기관은 342개로 전체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타깃 설정을 통해 민간 금융사의 영업망 위축 우려를 해소하고 법안 통과와 사회적 합의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재 건강보험공단 등 일부 대형 공공기관은 여전히 퇴직연금이 아닌 옛 방식의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법 개정에 따라 이들 기관의 퇴직연금 전환 수요만 흡수하더라도 초기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에도 호주의 퍼블릭섹터펀드처럼 공공부문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영리 퇴직연금 기금이 활성화돼 있으며, 장기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증명한 뒤 영역을 확장해 나간 사례가 존재한다.
◇ 수익률 3배 격차…저(低)수수료·고(高)수익 구조로 대전환 예고
공적 연기금이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유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의 한계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01조4천억원을 돌파하며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전체 적립금의 75.4%인 378조1천억원이 수익률 3% 안팎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이 때문에 가입자 절반의 연간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을 간신히 방어하는 2%대에 그치고 있다. 2025년 기준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6.47%로, 같은 기간 증시 호황 속에서 18.80%의 수익률을 올린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하는 큰 격차를 보였다.
비용 측면에서도 민간 퇴직연금의 수수료를 뜻하는 비용 부담률은 0.336%지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비용률은 0.089%에 불과해 약 3.5배의 차이가 난다. 공적 연기금이 퇴직연금을 맡아 대규모 자금을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투자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수료는 낮추고 수익률은 극대화하는 저비용·고수익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 종합 노후준비 돕는 다층 연금 원스톱 서비스 완성
국민연금공단은 가입부터 기금운용, 연금지급, 교육 및 공시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풀(full)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자산배분 전략을 준용하되 퇴직연금기금은 분리된 계정으로 투명하게 운용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하면 국민들은 하나의 기관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모두 연계해 종합적인 상담을 받는 '다층 노후소득보장 원스톱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전국 40개 거점지사와 127명의 노후준비 전문 인력 인프라가 그대로 활용되기 때문에 국민의 접근성과 노후 준비 수용성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38년간 축적한 세계 3위 규모의 기금운용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 시장의 경쟁력과 운용 능력 향상까지 견인하겠다"며 "공공기관 대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공적 연기금의 참여는 퇴직연금 시장 선진화와 국민의 실질적인 노후 소득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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