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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6만여명 분석…"여성 알코올 장애지수 1점 오르면 자살 위험 15% 증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내 술 소비문화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주류 관련 지출은 7년 만에 최대 폭 줄었으며 10분기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대 모습. 2026.6.2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국에서 술은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풀고 인간관계를 맺는 일종의 '사회적 윤활유'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알코올이 정신건강을 무너뜨리고 각종 사건·사고 위험까지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 상대적으로 음주 문화에서 비켜서 있던 여성들의 고위험 음주가 증가하면서 정신건강 측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국제기분장애학회(ISAD)가 발행하는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자료와 국가 사망 등록 데이터를 연계해 국내 성인 6만4천756명(남 2만7천726명, 여 3만7천30명)을 대상으로 음주 수준에 따른 자살(고의적 자해) 사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음주 수준 평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한 '알코올 장애 지수'(AUDIT-C)를 이용했다. 음주 빈도와 1회 음주량, 폭음 여부 등을 점수화한 지표다. 연구팀은 이를 기준으로 비음주군, 저위험 음주군, 위험 음주군으로 분류했다.
추적 기간 중앙값은 9.67년이었으며, 이 기간 자살 사망자는 190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석 결과 여성에서는 위험 음주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살 사망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성의 알코올 장애 지수가 1점 오를 때마다 여성의 자살 사망 위험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남성에서는 음주와 자살 간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위험 음주군만 따로 비교했을 때 여성의 결과는 더 두드러졌다. 위험 음주 여성은 비음주 여성보다 자살 사망 위험이 2.5배(HR 2.50, 95% 신뢰구간 1.18∼5.32) 높았지만, 남성 위험 음주군에서는 이런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성에서 이런 연관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로 생물학적·사회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선 여성은 남성보다 체내 수분 비율이 낮고 알코올 분해 효소 활성도 떨어져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게 올라가기 쉽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우울감과 충동성, 불안 증상이 더 쉽게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낙인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 음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남아 있어 음주 문제가 있는 여성일수록 고립감이나 죄책감, 우울 증상을 더 깊게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여성의 알코올 의존이 우울증·불안장애·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왔다. 혼자 술을 마시는 '고립 음주'도 자살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신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위험 음주가 단순히 술자리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위험 음주 증가 배경에 과중한 돌봄 부담, 경력 단절,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같은 구조적 스트레스가 깔려 있다고 본다.
연구팀은 "자살 예방 전략은 성별 차이를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위험 음주를 하는 여성에 대한 조기 선별과 정신건강 측면에서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술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려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음주 습관이 아니라 정신건강의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자살 예방은 단순히 정신질환 관리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음주 문화와 사회적 고립, 성별에 따른 취약성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만약 혼자 마시는 술이 잦아졌거나 술을 마신 뒤 극심한 공허감과 우울감이 반복되고 음주 후 충동적 행동이 잦다면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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