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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튀는 '갸루' 스타일, 복고풍 타고 유행
1990~2000년대 日하위문화…숏폼서 인기 콘텐츠로
연예인들도 가세…"자유로움과 자신감 나타내"
"이전 세대보다 일본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태도 영향도"

[유튜브 이용자 'Rheeminjung_MJ'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주 인턴기자 = ## 맨얼굴의 여성과 눈화장을 진하게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면에 등장한다. 배경 음악으로 일본 걸그룹의 노래가 깔린다.
화면이 전환되면 맨얼굴의 여성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져있다. 대왕 꽃핀부터 금발 가발, 인조 속눈썹을 붙인 두꺼운 눈화장과 분홍색 네일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손톱까지 파격 변신이다.
변신의 주인공은 배우 이민정(44).
지난달 6일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라온 해당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일 현재 약 700만회. '좋아요'는 약 19만개, 댓글은 1천191개다.
영상은 이민정이 메이크업 인플루언서 시네에게서 '갸루' 화장을 받는 내용이다.
일본 하위문화에서 비롯된 '갸루' 문화의 독특한 스타일과 가치관이 한국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 이용자 'helloiamwoninicetomeetyou'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연예인도 속속 '갸루' 스타일…리센느 미나미 '대박'
'갸루'란 영어 걸(girl:소녀)의 일본식 발음으로,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패션과 메이크업으로 꾸민 여성을 가리킨다. 대체로 밝은 머리색에 인조 속눈썹으로 눈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하고 반항적이고 튀는 패션을 선보인다.
기성세대의 권위에 저항하는 일본의 하위문화로, 1990~2000년대 일본 청소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한국에서도 '갸루' 스타일을 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었으나 과하고 우스꽝스럽다는 시선과 일본 문화 수용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에 별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Y2K(2000년 전후) 패션'과 '레트로 문화' 등 복고풍이 불면서 '갸루 문화'도 다시 바다 건너 왔다.
특히 연예인들이 '갸루' 스타일을 활용한 영상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신인 걸그룹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19)가 '갸루' 콘셉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화제가 됐다.
미나미는 리센느 멤버 원이(22)의 유튜브 채널에서 원이에게 일본어를 알려주면서 "표준어 버전, 양키 버전, 갸루 버전 일본어가 있으니 골라보라"고 했는데, 특유의 비음 섞인 독특한 '갸루' 버전 일본어가 댓글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이후 미나미는 '갸루' 메이크업과 패션은 물론이고 특유의 말투, 당당한 태도 등을 내세운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였고, 지난달 22일 '갸루' 스타일의 미나미가 원이의 고향인 거제로 여행을 간 영상은 현재 590만여회를 넘어섰다.
이외에도 지난달 27일 걸그룹 하츠투하츠(조회수 59만회), 지난 3월 모델 한혜진(조회수 38만회) 등이 갸루 메이크업과 패션으로 단장한 채 일본 길거리를 다니는 콘텐츠로 화제를 모았다.

[엑스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갸루' 화장품·'갸루' AI 필터…"갸루 느낌으로 해주세요"
화장품, 인공지능(AI) 사진 필터 앱, 네일숍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도 '갸루' 스타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화장품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는 엑스에 '일본 한정으로 출시했던 '갸루 헬로키티 에디션'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아 소량 판매한다'는 요지의 공지를 올렸는데 조회수가 6만9천회를 기록했다. 이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판매한 해당 제품은 매진됐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bunny_roong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AI 필터로 사진을 꾸미는 앱에서도 '갸루' 필터가 인기다.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을 첨부하고 교복 갸루, 갸루 스타일, 스트릿 갸루, 오네 갸루(성숙한 갸루) 등 AI 필터를 골라 클릭하면 다양한 '갸루' 스타일로 변신한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또 '갸루'의 대표적인 스타일 중 하나가 화려한 네일인 만큼, 현재 인스타그램에 '#갸루네일'을 검색하면 2만3천여개의 관련 게시물이 쏟아진다. 주로 분홍색 배경에 호피 무늬를 사용하거나 알록달록한 네일 장식을 붙여 개성을 표현한 디자인이 많다.

[인스타그램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에서 'Y2K','갸루' 스타일 전문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모(27) 씨는 "실제로 '갸루 네일'이나 디자인이 화려한 'Y2K' 스타일을 찾는 손님들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예전에는 비슷한 스타일이어도 그냥 화려한 네일 정도로 표현했다면, 요즘은 '갸루 느낌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젊은 여성분들이 갸루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귀엽고 키치한 요소들이 있어 만족감이 큰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남 시선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다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고, 좋아하는 요소들을 자유롭게 조합해서 표현하는 문화 자체가 갸루 스타일과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이용자 'just_Leemijoo'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눈치 보지 않고 개성 극대화…나의 '부캐' 실현"
뷰티와 패션으로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표현하는 MZ세대에게 '갸루' 유행은 단순한 외적인 변화 뿐 아니라 자신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보여주는 문화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가수 미주는 '갸루'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소화한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 186만회, '좋아요' 5만회를 기록했다.
SNS에는 다양한 '갸루' 스타일 메이크업 영상이 올라와 있고, 어떻게 하면 더 '갸루' 느낌을 낼 수 있는지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갸루' 메이크업하는 법을 인스타그램 릴스로 올린 뷰티 크리에이터 안찌는 "평소 해보지 않았던 과감하고 개성 넘치는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갈증이 늘 있었는데, 그 정점이 바로 '갸루' 메이크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면을 빠르게 넘기는 숏폼 세계에서는 강력한 비주얼이 중요한데, '갸루'만큼 직관적이고 화려한 스타일이 없어 젊은 세대에게 빠르게 확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찌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갸루 스타일은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며 "나를 규정 짓지 않고 오늘은 이 캐릭터, 내일은 저 캐릭터로 변신해 보는 '부캐'를 실현해 준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일본과 한국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를 표현하는 새로운 문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며 "예전보다 지금 세대가 SNS에 일본 콘텐츠를 올리는데 더 자유로워진 분위기가 있고 일본을 이전보다 더 우호적으로 대하는 태도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갸루 문화 자체는 옛날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MZ세대는 그것을 재발굴해서 SNS에 공유하고 화제가 되고 확산하면서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따라 한다"고 짚었다.
lor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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