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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장애·학대피해 아동 셋 키워낸 이정옥씨, '대통령 표창' 수상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 표창 수상자인 '가정위탁모' 이정옥 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2026.5.28.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식. 가정위탁의 날이기도 한 이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들 가운데에는 '가정위탁모' 이정옥(74) 씨도 있었다.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시작한 것인데, 상까지 주시니 감사하고 죄송하지요. 열심히 하긴 했지만, 애들에게 더 잘했어야 했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이 씨는 충북 청주에서 2012년부터 14년간 위탁모로 살며 아이 셋을 키워냈다. 모두 지적장애아동과 학대 피해 아동 등 다들 선뜻 맡지 못하는 특수욕구아동들이었다.
나이 예순에 "이제 자식도 다 키웠으니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친구 둘과 위탁모 교육을 받으러 간 것이 시작이었다.
"어느 날 센터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어요.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했지요. 신경이 쓰여 며칠 뒤 센터에 연락해 보니, 아이가 갈 데 없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떡해요. '그러면 어떻게 한 번 해볼까요'라고 했죠."
이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친자식도 그렇게 보듬진 못했을 것 같다. 장애가 있으니 내 자식보다 더 열심히 사랑으로 키웠다"고 회고했다.
장애아동이 2012년 이씨의 집으로 왔을 때 9살이었다. 당시 아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씨는 "그런데 막상 위탁모를 해보니까 못 하겠다는 생각부터 들더라"며 "아이를 키운 지 1년 지난 뒤 도저히 못 하겠다고 센터에 연락했다"고 털어놓았다.
"센터에서 그럼 보육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또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정이 들었던 거지. 우리 아저씨(남편)도 애를 너무 불쌍하게 생각하며 '어떻게 보내느냐'고 했고요."
이씨는 그동안 아이의 등굣길을 함께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빠뜨리지 않고 들었다. 아이의 상담과 치료도 계속했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이씨를 짓누르던 부담도 조금씩 덜해졌다.
물론 주저앉고 싶은 시간도 많았다.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는 등 아이의 인지 부족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달래고, 가르치고, 혼도 내는 일들이 반복됐다. 이씨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다 "그래도 고비고비를 넘기면 나아지더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의 제안으로 역도를 시작한 아이는 장애인 체육대회 지역대표로까지 선발됐다. 운동을 그만둔 뒤 취업에 성공한 아이는 위탁 관계가 종료된 지금도 이씨 집 근처에 산다.
"자주 들여다보지요. 밥 먹으라고 계속 부르고, 어제도 왔다 갔어요. 멀리 보낼까 했는데 마음이 안 놓여요."
이씨는 장애아동을 돌보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학대 피해 아동도 함께 돌봤다. 이씨를 "큰 엄마"라고 부르며 자주 품을 파고들던 학대 피해 아동은 중학교 1학년까지 마친 뒤 친모에게로 돌아갔다. 이씨가 심리·약물 치료, 친모와의 면접 교섭을 적극 지원한 덕분이었다.
올해부터 새로운 학대피해 아동을 돌보는 이씨는 아동권리보장원 가정위탁부모 대표회의 '해담이'에서도 활동 중이다.
그는 "가정위탁 정책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면서도 "여전히 위탁부모는 책임만 있지, 권리가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씨가 인터뷰를 한사코 고사하다 응한 것도 가정위탁 제도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다.
"위탁부모는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아이 휴대전화 하나 마음대로 만들어줄 수 없고, 아이 명의 통장도 열 수 없어요. 그런데 또 위탁부모라고 잘 키워야 한다고들 말하니까 그런 게 매우 아쉽지요."
장화정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이씨의 헌신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회복하고 미래를 열어줬다"며 "이번 수상으로 위탁부모들의 노고와 가정위탁 제도의 가치를 국가적으로 인정받아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가정위탁모' 이정옥 씨가 대통령 표창을 받는 모습. 2026.5.28.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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