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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부자 모습 연출·허위 이력으로 '낚시'
"고급정보이니 주변에 절대 알리지 말라" 유혹
번역기 돌린 듯 어색한 한국어로 메신저 채팅도
"사기 의심 시 대화방 증거 보존하고 신고해야"

[스레드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서울대학교를 막 졸업한 딸에게 주식을 가르친 지 3일째입니다. 라인 아이디를 추가하시면 바로 자료 보내드릴게요."
"제 아내는 SK하이닉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방금 저녁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더군요.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께만 조용히 자료 공유할게요."
각각 지난 5일과 12일 스레드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배경에는 푸른 잔디가 깔린 대저택, 수억 원을 호가하는 포르쉐와 벤츠, 그리고 샤넬 재킷을 무심하게 걸친 딸이 등장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둘러보다 누구나 한 번쯤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완벽한 금수저 가족'의 모습이다. 이들은 친절하게도(?) 자신들만의 은밀한 투자 비법을 공유하겠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다.
최근 증시 호황을 틈타 부유층이나 자산운용 전문가의 이미지를 AI로 조작해 사람들을 유인하는 이런 '주식 리딩방 투자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스레드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자료 받고 싶다" 댓글 달면 리딩방으로
지난 10일 스레드에는 사립초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외제차에 타는 사진과 함께 "대치초 다니는 두 아이에게 주식 가르치는 3일 차. 투자 정보 궁금하면 디엠 보내주세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또 벤츠 2대가 주차된 전원주택 앞에 서 있는 샤넬 재킷을 입은 여성의 사진과 함께 "오늘부터 고려대학교를 갓 졸업한 딸에게 주식 공부를 가르치는 첫날"이라고 쓴 글, "남편이 삼성전자 직원인데 특정 기술이 대세라더라. 디엠 남기면 투자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이는 호기심을 자극한 뒤 추적이 어려운 폐쇄형 대화방으로 끌어들이는 '투자 리딩방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받고 싶다"는 댓글을 달면 범행 표적이 된다.
사기 조직은 피해자를 텔레그램·라인·네이버 밴드 등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대화방에서는 '바람잡이'들의 가짜 수익 인증이 이어지고, 이에 속아 넘어갈 경우 가짜 주식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에 돈을 입금하는 사기를 당하게 된다.
기자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 해당 게시물 작성자들에게 "투자 자료를 받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하나같이 미성년자의 모방 투자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나이와 주식 투자 경험에 대해 물어왔다.
이에 "33세"라고 답하자, "33세는 그룹 채팅방 참여가 어려우니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나이로 다시 말해달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어색한 말투였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과 채팅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나이를 "47세"로 수정하자 텔레그램, 라인, 네이버 밴드 등으로 연결되는 채팅방 링크가 왔다.
12일 안내받은 링크를 통해 텔레그램 방에 접속하자 정장을 입은 여성 프로필의 '이혜영'이라는 인물이 "대표님께서 매일 단톡방에서 당일 추천 종목을 공유하니 신속하게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것"이라며 약 70명이 있는 그룹 방으로 초대했다.
이후 매일 오후 7시 30분이 되면 '대표'라는 인물이 텍스트로 주식 강의를 하고 추천 종목을 올렸다.
"알림 받으면 즉시 매수하고 개인 메시지로 인증하라"는 안내가 나오기 무섭게, 방 안에서는 약 50만 원어치 매수 캡처본을 인증하는 사람들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그런데 이 채팅 내용은 며칠 후 삭제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1일 "40대 후반~60대 초반 연령대가 은퇴 자금 등 운용할 수 있는 자산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흐릴 수 있다고 보고 범죄 표적으로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밴드 주식 리딩방에서는 전경남 미래에셋증권 사장의 이름과 사진을 사칭한 이른바 '전경남 교수'가 투자 강의와 추천 종목을 안내했다.
지난 14일에는 자신을 '전 교수'의 비서라고 밝힌 '김현아'가 아예 네이버 밴드 통화를 걸어와 "추천 종목을 빠르게 매수하고 즉시 알려주면 매도 타이밍을 가장 먼저 챙겨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 메시지로 "전 교수가 진짜 뭐 하는 분이냐"고 질문하자, 이들은 즉시 메시지를 차단하고 채팅방을 삭제했다.
라인을 통해서는 3명의 게시물 작성자에게 연락하자, 각자가 운영하는 서로 다른 단체 채팅방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각 채팅방에는 하나같이 '김영수 디보랄 캐피탈 대표'의 이름과 사진을 사용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미 여러 법무법인을 통해 투자 사기 피해 사례가 접수된 전문 사기 채팅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개의 사기 방에 똑같은 멘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는데, 이 매크로를 돌리는 기지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인 경우가 많고 말투가 어색한 번역 투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레드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단타로 100만원 넘게 벌었다며 인증 사진 올리길래 혹했다"
누가 속겠나 싶지만 이런 'AI 가짜 부자'에 낚여 돈을 날린 피해 사례가 잇따른다.
자영업자 이모(58) 씨는 지난 3월 스레드에서 '남편이 하이닉스에 다니는데 이 종목을 추천해줬다'는 글을 보고 텔레그램 방에 들어갔다가 3천만 원을 사기당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방 안에서 사람들이 단타로 100만원 넘게 벌었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길래 혹했다"며 "교수가 매일 저녁 강의까지 해주니 사기라고는 의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담원 안내에 따라 가짜 거래소 앱에 3천만 원을 입금했으나, 수익 출금을 거절당한 뒤 이틀 만에 채팅방과 사이트가 모두 사라졌다. 현재 고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김모(46) 씨는 이달 초 스레드에서 '고려대 다니는 자녀에게 주식을 가르친다'는 글을 보고 네이버 밴드 방에 입장했다가 동료의 만류로 화를 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댓글이 1천개 넘게 달린 데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니 마음이 흔들렸다"면서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가 '리딩방 사기 아니냐'고 말해 검색해보니 이미 피해 사례로 거론된 사기 업체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인스타그램에서 '서울대 졸업한 딸에게 주식을 가르친다'는 글을 보고 텔레그램 주식 방에 들어왔다는 A씨는 채팅을 통한 인터뷰에서 "얼마 전까지 막 골라서 매매했는데 결국 손실을 꽤 많이 봤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주식 리딩방 투자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가 '고급 정보이니 주변에 절대 알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주변 사람이 '그거 사기다'라고 말하지 못하게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방 안의 수익 인증 글은 실제 이용자가 아니라 매크로일 가능성도 높다"며 "AI로 만든 사진이나 증권사 대표·트레이딩 전문가 사진을 도용하는 사칭도 흔하다"고 밝혔다.

[네이버 밴드, 라인(LINE)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김진원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통상 주식 리딩 사기 사건은 여럿이 공모하는 집단적 사기 범행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 범행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사전 각본에 따라 단체방 내 바람잡이, 가짜 수익 인증, 전문가 사칭 등의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에게 주식 투자가 확실하게 성공한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의심 없이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에 속아 넘어가 돈을 입금했다는 생각이 드는 즉시 거래 은행과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며 "상대방과 대화한 텔레그램이나 SNS 방을 절대 탈퇴하지 말고 대화와 입금 내역을 고스란히 보관해야 수사 및 소송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사기 업체에 고소장이 몰리면 범죄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기도 한다"며 "피해금을 보전받을 수 있는 합의금은 받되, 이 과정에서 '계좌가 막혀 풀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등 범죄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추가 입금을 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자들이 대포폰이나 발신 기지국을 조작하는 우회 장치를 사용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경찰 역시 모든 수사 방법을 동원해 피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네이버 밴드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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