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LH 조직 부채 떼 분리 가닥…재정 지원 여부 등 고민
전문가 "공공주택 공급 이원화…민참사업 분양가는 상한제 수준 현실화"
정부, 공공주택 선호도 조사 실시…주거복지로드맵에 담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공공주택 공급의 틀을 바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 발표가 당초 작년 말에서 올해 상반기로 연기된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가 세부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LH의 사업방식과 주택 공급구조, 조직까지 모두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LH 조직 분리 방법과 적자 보전에 필요한 재정지원 여부 등 민감한 문제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말께 LH 개혁안을 공개한다는 방침이지만, 부처 간 협의와 의견 조율이 길어질 경우 발표가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LH 개혁안과 연계해 현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담은 주거복지로드맵도 마련 중이다.
내달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세제개편과 더불어 주택 공급에서도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공택지 민간 분양 중단…임대주택 적자 보전이 과제
지난해 8월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LH 개혁위원회는 그간 LH의 택지개발과 주거복지 등 부문별 사업 방식을 개편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등 LH의 기능과 역할 등을 재정립하는데 주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LH가 민간에 땅을 팔지 말고 자체 시행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 개혁안의 출발점이다.
LH는 그동안 택지개발로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서 얻은 수입으로 공공임대 건설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는 '교차보전'을 해왔다.
그럼에도 LH는 막대한 부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사비와 토지 보상비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낮은 분양 수입만으로 임대주택 적자를 충당하기 어려운 사업 구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부채는 2024년 말 160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73조7천억원으로 1년 만에 13조6천억원이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2024년 217.7%에서 지난해 230.8%로 높아졌다.
LH 부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대보증금이다. 2024년 말 기준으로 부채 160조원 가운데 60%가 넘는 100조원가량이 임대인에 돌려줘야 할 임대보증금 부채다.
LH가 관리하는 전국의 공공임대주택(건설 및 매입임대 포함)이 약 150만가구에 달하면서 유지관리 비용도 막대하다.
LH의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2016년 1조1천706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2024년 2조8천311억원, 지난해는 3조1천949억원으로 3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 건설 비용은 초기에 투입되는데 정부의 지원 단가는 원가에 못 미치고, 임대료 수입 주변 시세보다 낮은데 그마저도 장기간에 걸쳐 회수되면서 지을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LH가 작년 하반기부터 택지 매각을 중단함에 따라 올해 LH의 부채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LH의 택지 매각이 필요했던 것은 단순히 택지를 조성해 감정가로 매도하는 차액이 전부가 아니라 주택을 자체 분양하는 것보다 자금 회수가 빨라 금융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컸다"며 "택지매각을 중단하면 그만큼 LH의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금융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의 경우 택지 분양부터 아파트 분양까지 최소 4∼5년, 작은 공공택지는 2∼3년의 시차가 발생해 LH 입장에선 그만큼 자금 회수가 늦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LH의 택지 매각 중단으로 나오는 공동주택용지의 일부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이하 민참사업)으로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LH는 올해 공공주택 건설 물량의 30%를 민참사업으로,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6만호를 민참사업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LH 개혁안에 따라 세부 물량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LH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 분리를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택지개발과 주택 공급을 맡는 개발(사업) 회사와 임대주택 부채와 운영 등 주거복지 부분을 떠안는 관리 회사로 나누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LH 부채의 상당수가 임대보증금"이라며 "기술적으로 LH의 부채·자산을 떼어내 전문화해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조직 분리에는 만만찮은 어려움도 예상된다. 당장 추가 이력 충원이 필요하고 비용은 2배로 들 수 있다.
LH 임대주택 등 부채를 떠안을 회사는 회사의 존속 여부가 걱정이다.
개발회사는 택지 조성과 공공주택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배드뱅크 역할을 할 임대·주거복지 회사는 손실을 어떻게 보전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김윤덕 장관, LH 개혁위원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열린 LH 개혁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1.12 [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
◇ 전문가들 "재정 지원 최소화하려면 공공 분양가 일부 현실화해야"
이 때문에 당장 시장에선 LH 기능·역할 분리와 동시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대통령이 '모범사례'로 언급한 싱가포르는 주택개발청(HDB)이 공공주택을 건설하며 발생하는 연 2조∼5조원 규모의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메꿔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 안팎에선 재정 투입에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으로 쓸 수 있는 주택도시기금은 현재 생애최초·신혼부부·신생아 등 각종 정책자금 대출이 늘면서 LH 지원 여력이 부족하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조원으로 전년(10조1억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2021년 49조원에 비해선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LH의 공사채 발행도 늘릴 수 있지만 이 경우 LH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공 분양주택의 분양가 인상을 현실적인 해법으로 꼽는다.
LH가 공급하는 모든 공공 분양주택의 분양가는 택지비(감정가)에 기본형 건축비를 더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LH는 실제 상한제 금액에서도 10∼20%가량 낮춰 분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만든 공공주택 '뉴홈'의 경우 나눔형(이익공유형)은 시세의 70% 이하, 일반형(분양형)은 80% 이하로 공급하도록 하면서 이것이 분양가의 가격 상한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LH 사정에 정통한 한 대학교수는 "LH가 민참사업을 확대해도 분양가 산정 구조가 공공 분양주택과 같고, 민간 건설사에는 적정 시공 이윤도 보장해줘야 해 분양 수입만으로 임대주택 적자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공공 분양주택 내에서도 유형과 가격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청년·신혼부부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한 주택은 종전처럼 시세의 70∼80% 이내의 '부담 가능한 주택'으로 공급하되, 택지를 팔지 않고 민참사업으로 전환하는 공공주택 등은 분양가를 최소 상한제 수준으로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과도한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독식하는 '로또분양'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채권입찰제를 도입해 정부가 시세차익을 환수할 필요도 없다.
대신 민참사업에 대해선 공공주택이지만 민영주택 청약통장 가입자에게도 청약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분양가를 너무 높이면 'LH가 집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LH 구조개혁이 성공하려면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LH 재무구조 안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LH 손실에 대해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지만,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적정 분양가 산정으로 LH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LH의 공공주택 건설 자금조달 조달과 부채 감축을 위해 리츠를 활용하거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끌어들이는 방법 등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작년 말 취임사에서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사례를 언급하며 "국민연금의 공공주택 투자로 결혼과 출산을 촉진해 인구 절벽을 극복하고 연금 가입자를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즉각 "협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수도권 공공주택은 분양성이 보장되는 만큼 연기금 입장에서 4∼5% 수준의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고, LH는 택지 분양 중단에 따른 초기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캠프킴 및 주변 지역의 토양정화 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주거복지로드맵도 동시 발표 전망…정부 "공공주택 수요 조사 실시"
정부는 LH 개혁 추진과 함께 공공주택 새 판 짜기도 진행중이다.
앞으로 공공택지내 민간주택 물량이 사라지고 모두 공공주택으로 바뀌는 만큼 정책지원 대상자 주택과 일반 분양·임대주택 간 적절한 물량 분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LH 개혁안 확정에 맞춰 이재명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담은 주거복지로드맵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뉴홈' 100만호 공급계획은 폐기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적주택 110만호와 '부담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을 목표로 새로운 공공주택의 유형과 공급 방식이 등장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싱가포르 방식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토지임대부는 토지 소유권이 없는 데다 분양가 외에 매월 토지 임대료를 월세처럼 납부해야 해 인기가 없고, 이 때문에 공급 물량도 많지 않았다.
분양 계약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이익공유형, 지분적립형 등 다양한 공공주택 유형의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토부는 주거복지로드맵 수립을 앞두고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청년층 등 LH 공공주택의 잠재적 수요자를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공공주택 공급 방식과 유형, 청약 제도 등 손질해 새 로드맵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주택 유형은 수요자 선호와 함께 LH 개혁안과도 연계돼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선호도 조사에 기초해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친 뒤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