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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주식 신용거래 사상 최대인데, 금리 급격한 오름세
정부는 선제적 대책, 개인은 위기관리 노력 필요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가계가 안고 있는 빚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이자와 직결되는 금리가 상승 신호를 보이면서 가계의 신용관리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가계의 씀씀이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와 환율도 오르고 있어 불안감을 키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천993조원으로 2천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한 뒤 결제하기 전 대금을 합한 가계신용은 '가계가 안고 있는 빚'으로 볼 수 있다.

덩치가 커진 가계 빚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택 대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집중된 은행권 대출은 줄었지만, 이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과 신협 등 제2금융권은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 은행권 대출이 막히자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린 결과로 보인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증권사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에서 8조원가량 급증했다. 최근 증시 호황 속에서 '빚투'(빚 내서 투자하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 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서울 등 부동산 규제 집중지역을 피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 등으로 증시 활황이 이어지자 어떻게든 이에 올라타 수익을 얻으려는 열망이 빚까지 내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잔치'를 벌이는 동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란 전쟁의 종전이 기대와는 달리 계속 늦어지면서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금리 쇼크가 국내로 번지면서 국고채 금리도 급격히 치솟고 있다.
가계빚이 잔뜩 불어난 상황에서 대출 금리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은행채 금리도 상승 쪽으로 꿈틀거리면서 이자 부담을 안고 있는 대출자들에 공포감을 주고 있다. 대출 금리 상승은 증권사 신용거래 비용까지 끌어올려 '빚투' 투자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물가의 고삐가 잡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불안이 확대되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전방위로 물가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5일 부산 남구 부산작전기지에서 열린 청해부대 48진 왕건함 출항 환송식에서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48진은 파병 기간 아덴만 해역 일대에서 작전을 펼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 호르무즈 해협까지 작전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6.5.15 handbrother@yna.co.kr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석 달이 됐지만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종전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연일 상승해 1,500원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대란'으로 번지면 1,600원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국채 금리와 환율 상승 속에서 코스피 지수까지 불안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자칫하면 가계가 갚아야 할 이자는 늘고 씀씀이 부담은 커지는데, 믿고 있던 주식은 하락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코스피는 지난 15일 장중 8,000선을 넘으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새 장을 열었다. 하지만 외부 요인인 이란 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서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짧은 기간에 급등한 증시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다.

집값과 자산 가격 급등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 심리가 대출 증가와 빚투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로소득보다 자산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 사회 분위기가 가계의 위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정책 방향은 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피는 당국이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가계나 개인의 투자 결정과 책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빚에 시달리는 부모와 빚투에 불안해하는 자녀가 함께 '잔인한 계절'을 맞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선제적인 안정화 대책과 개인의 신중한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한 때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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