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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울게 할 순 없어"…암투병 위탁모는 오늘도 가발을 쓴다

입력 2026-05-17 0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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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위해 더 살게 해주세요" 기도하는 '두 번째 엄마' 위윤미씨


혈연 빈자리 채우지만 법적으론 '남남'…"가정위탁 제도 보완 필요"




이든(가명·7)이와 위윤미(55)씨

[촬영 정지수]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이든이가 두 번의 상처를 겪지 않도록 내 생명이 더 연장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도를 하죠."


올해 초 '흉선암 3기' 판정을 받은 위윤미(55)씨는 고된 투병 생활에도 막내 이든(7·가명)이 걱정이 더 앞선다. 흉선암은 가슴 안의 면역기관 흉선에 생기는 희소암이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에 윤미씨의 검고 길던 머리는 다 빠졌다.


이든이는 매일 밤 그런 윤미씨의 머리를 붙잡고 "우리 엄마 머리 예쁘게 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지난 12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윤미씨는 이든이가 행여 마음 아파할까 봐 집에서도 불편한 가발을 쓴다고 했다.


윤미씨와 선정규(60·목사)씨 부부는 7년째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대신 맡아 기르는 '가정위탁'을 하고 있다. 이든이는 친부를 찾을 수 없어 미혼모 시설에서 자라다 두 살배기 때 이 가정에 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부부는 친부모처럼 온 마음을 쏟았다. "어려운 아이들도 우리처럼 잘 키워주면 좋겠다"는 두 딸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윤미씨는 보육교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땄다.


지극한 사랑 덕에 이든이는 동네 가게 점원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스타'로 자라났다. 친구들이 "너는 피부색이 왜 그러냐" 물어도 "아빠가 외국 사람이라 그렇다"고 씩씩하게 답한다고 한다. 윤미씨는 "이렇게 사는 것도 한 가정의 형태라고 아이가 받아들였다"고 했다.


증상조차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암 진단에 처음에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원망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여러 병원을 다니며 수술 상담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오직 이든이뿐이다.


윤미씨는 "이든이는 친엄마와 분리되며 이미 한 번의 상처를 입었다. 다른 아이들과 외모가 달라 겪는 어려움 속에서 두 번째 만난 엄마조차 헤어지게 되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미씨 건강이 악화하면 지난해 결혼한 장녀가 이든이를 양육하기로 했다. 둘째 딸은 이미 이든이 등하교를 전담 중이다.




이든(가명·7)이와 위윤미(55)씨

[위윤미씨 제공]


혈연의 빈자리를 온 가족의 헌신으로 채우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가정위탁은 원가정 복귀나 입양 전까지 임시로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 본래 취지이나, 기약 없이 보호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든이의 친모 역시 주기적으로 교섭을 하지만 당장 아이를 거둘 형편이 못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가 헌신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국 7천623가구의 위탁가정 중 윤미씨 같은 비혈연 일반 위탁은 787가구다. 이들은 법적으로 단순 '동거인' 신분이라 아동의 수술에 동의할 수도, 통장을 만들어줄 수도 없다.


이든이가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턱이 찢어졌을 때도 6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윤미씨는 "개인적으로라도 실비 보험을 들어주고 싶은데 법적으로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달 22일 '가정 위탁의 날'을 앞두고 지난 12일 아동복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위탁부모에게 1년간 '임시 후견인' 자격을 부여해 양육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본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연장할 때마다 사유를 소명해야 해 실질적인 '돌봄 권리' 보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는 유기적인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덕성여대 정선욱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 시설, 가정 위탁, 입양이 모두 따로 노는 '땜질식' 보완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정형 보호를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탈시설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든(가명·7)이와 위윤미(55)씨

[위윤미씨 제공]


inde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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