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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장발장]④'가난이 형벌' 됐지만…제도 개선은 30년째 공전

입력 2026-05-17 06: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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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벌금제' 국회서 또 낮잠…벌금형 집유·분납 제도도 '미적'


청년 저신용자 '포용 금융' 주장도 "금융권, 부담 함께 해야"




재판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낼 길이 없어 노역 위기에 처하는 '청년 장발장' 양산을 막기 위해 자산에 비례해 벌금을 매기는 '일수벌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이어졌지만 입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수벌금제 도입을 담은 형법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21대까지 무려 11차례나 발의됐다.


지난해에도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일수벌금제는 1921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스웨덴과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이 시행하고 있다.


같은 액수의 벌금이라도 빈부에 따라 체감하는 형벌의 고통이 다른 만큼 균등하게 맞추자는 취지다.


가령, 같은 범행을 저질러도 재산이 1억원인 피고인은 벌금을 100만원으로 산정하고, 재산이 10억원인 피고인은 1천만원으로 매기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1992년부터 30년 이상 의제로 다뤄져 왔다.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리며 진행이 안 된 측면이 있지만, 도입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합의는 모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제도 도입이 번번이 무산된 이유는 '벌금액 산정의 어려움'이다.


정당한 벌금을 매기려면 피고인의 소득과 자산을 투명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대부분은 건강보험료나 근로소득이 잡히니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가족의 자산, 자본소득, 지하경제 소득에 대한 파악은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현재의 양형이 징역형 위주로 이뤄지는 탓에 법원과 검찰이 벌금 산정을 위한 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난해 열린 '장발장은행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시적인 제도 도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당장 벼랑 끝 청년을 구제할 수 있는 벌금형 집행유예 확대나 장기 분납 허용 같은 대안 역시 방치되고 있다.


벌금형을 집행유예할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면 납부 의무가 사라진다.


또 벌금을 장기 분납하게 해주면 사실상 대출 상환이나 마찬가지여서 피고인의 재기를 도울 수 있다.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원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의 행정 편의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데, (대부분 장발장에 해당하는) 약식명령의 경우 집행유예가 안 된다는 핑계로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법 조문 하나만 바꾸면 되는데 국회·법원·검찰이 의지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직격했다.


서 교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득권의 시각을 고치면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위기 청년층을 범죄 유혹으로 밀어 넣는 금융 시스템의 개선, 이른바 '포용 금융' 역시 과제로 꼽힌다.


최근 1년여간 장발장은행의 대출 승인을 받은 196명 가운데 경제 주축인 20∼40대가 85.2%에 달하는 점은 사회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 저신용자를) 자꾸 낙오시키면 결국은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들이 제도권으로 다시 들어와 불어넣는 활력이 선순환을 만든다는 점에서 은행들도 일부 부담을 같이 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설립 11주년을 맞는 장발장은행은 노역 위기에 처한 이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같은 구조적 제도 개선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오창익 장발장은행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이 벌금 문제가 해결돼 결국 장발장은행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ee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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