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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손가락으로 아무말이나 하지 마라"

입력 2026-05-14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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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비극적 사고에도 '악플 세례' 반복


'광주 여고생 살해'·'주왕산 초등생 사망' 사건도 비방

"악플은 사회악…선처 없는 중징계 해야"

"남 지적하며 존재 알리려는 '심리적 열등감' 가진 자들"




주왕산 실종 초등생 구조 나섰던 소방구조대원들의 묵념

(청송=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실종된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2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소방 구조대가 구조 완료와 동시에 묵념하고 있다. 2026.5.14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남학생 도망갔다며. 왜 도망 갔냐", "혼자 살려고 도망 갔다"….


'광주 여고생 흉기 피습 사건' 당시 피해자를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고2 남학생 A(17)군을 겨냥해 유튜브에 달린 '악플'(악성 댓글)들이다.


A군은 지난 5일 0시 11분께 광주 한 대학 인근 길거리에서 몸싸움 소음과 비명을 듣고 현장으로 갔다가 장모(24) 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쳤다.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간 '의인'이고 심지어 부상했는데 어이없이 악플을 받게 된 것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만 당하는 게 아니다. 참사를 당한 피해자와 그의 가족도, 목숨을 걸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의인도 악플에 당한다.


지난해 7월 경찰청 '2차 가해 범죄수사과'가 주요 참사·사건사고의 희생자 및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모욕 등 범죄 행위를 수사하기 위해 출범했으나, 악플이 근절되기는커녕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계속 활개를 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 체포되는 여고생 살인 혐의 피의자

(광주=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살인 혐의 등을 받는 20대 피의자 장모 씨를 경찰이 긴급 체포하고 있다. 2026.5.14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제 누가 나서겠냐. 악플 단 인간들. 벌 받을 것"


광주 광산구는 A군의 의사상자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의사상자는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등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불사한 사람에게 국가가 예우와 지원을 하는 제도다.


열일곱 어린 나이임에도 한밤 중 비명 소리에 주저없이 달려간 A군에게 악플이 달리자 누리꾼들은 분개했다.


스레드에는 "악플은 사회악이다 선처 없는 중징계가 맞다"(dk***)", "이렇게 착한 애한테 다들 너무하다"(ma***), "얼마나 용감한 행동을 한 건가. 안 그래도 쉽게 일을 못 잊을 것 같아 앞으로의 생활이 너무 걱정되던데 거기에다가 악플을"(s0***), "이제 누가 나서겠냐. 악플 단 인간들. 분명히 너희들에게 응당한 벌이 내려질 거다"(ol***)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네이트에서는 "악플러들은 흉기든 사람 앞에 가볼 용기조차 없으면서 손가락으로 아무말이나 하지마라"(zo***), "칭찬을 해도 모자랄 판에 사회 부적응자들의 악플에 상처받지 마세요. 용기있는 행동이였습니다"(bk***) 등 A군에 대한 응원이 이어졌다.


광주경찰청은 해당 사건의 '2차 가해' 행위자를 끝까지 추격해 형사 처분할 방침이라며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광주경찰은 SNS 등에 올라오는 조롱·비난성 의견, 인격 모독 표현, 추측성 게시물 등을 실시간 감시하고, 사안에 따라 명예훼손·모욕, 정보통신망법 위반,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행위자를 처벌할 예정이다.




추모 메시지 적는 시민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지난 7일 고교생 흉기 살인사건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월계동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노란 리본에 애도 메시지를 적고 있다. 2026.5.14


2024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총 2만7천41건의 불법콘텐츠 범죄 중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이 1만8천35건으로 66.7%를 차지했다.


사회적 참사·사건사고를 두고 악플이 달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이태원 참사'(2022)에 대해 '조작·연출', '마약 테러', '시신은 리얼돌' 등 허위 주장을 담은 영상 및 게시물 약 700개를 온라인에 반복 게시한 혐의로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피해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12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서 홀로 산행에 나선 뒤 실종됐던 초등학생 B(11)군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되자, 온라인에는 온갖 억측과 비방이 이어졌다. 이에 연합뉴스는 관련 기사의 댓글창을 닫거나 추모 댓글창을 여는 것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태원 참사'·'세월호 참사'(2016) 피해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는 비방 게시물을 70여차례 올린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또 지난해 1월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2024)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는 내용의 악성 게시글을 게시한 30대 남성 C씨가 "보상금만 몇 명이냐, 가족 다수가 사망한 집안은 신나겠다"는 내용으로 유족을 모욕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악플 테러'는 부지기수다.


지난 2월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인스타그램에 '지난해 아이유에 대해 악성 게시물을 작성한 96명을 대상으로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진행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14일에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총괄이 악성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 40여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월 가수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가 올린 공지글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악플로 존재 알리려는 '심리적 열등감' 가진 사람들"


전문가들은 악플을 다는 이들의 심리를 해석할 때 '존재감 과시'에 초점을 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3일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에는 타인을 지적함으로써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심리나 반사회적 심리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며 "자신이 남긴 악성 댓글에 '좋아요'와 같은 공감이 달리거나, 설령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악성 댓글을 통해 자기 존재를 재확인하려는 심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SNS 자체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댓글 또는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익명성이 악성 댓글의 동력이 된다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남들에게 칭찬 또는 격려, 위로를 하기보다는 지적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심리적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며 "통상적으로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이 열등감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비약적 의견을 제시하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직접 행하기보다 말로만 훈수를 두는 것은 굉장히 쉽기 때문에, 이번 고교생 사건과 같이 자신은 그런 것조차 할 수 없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교생을 격려하는 대신 비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를 지적하며 존재감을 느끼려는 심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그러게 말이야'라고 동조하며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악플에 범죄 요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댓글에서 상대방을 특정해야 하고, 그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이 포함돼야 하며, 댓글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어야 한다.


오 교수는 "특정성, 모욕성, 공연성 기본 3요소에 더해 악성 댓글을 집중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달며 특정 사람을 비하하는 비속어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허위 사실적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 교수는 "악성 댓글 처벌 수준의 경중을 해외와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SNS 활동의 자유도는 상대적으로 센 편에 속하기 때문에 플랫폼 등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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