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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코리안] "한인 정치인 더 키워야"…호주 첫 주의원 이슬기

입력 2026-05-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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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국립대 교수서 정치인으로…캔버라(ACT)서 3선·당대표 역임


호주서 스텔싱 금지법 첫 제정…한인·소수자 인권 옹호에 앞장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 방한…"규제 풀어 한국 투자 확대에 힘쓸 것"




호주 캔버라(ACT) 3선 주의원 이슬기

[이슬기 의원실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국은 호주의 4위 교역국이고 재호주동포가 20만명에 달하고 있음에도 주류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은 타민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게 현실입니다. 이를 개선해 더 많은 차세대 한인 정치인이 나올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습니다."


호주 수도 캔버라(ACT) 주의원인 이슬기(영어명 엘리자베스 리·47) 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인 출신 첫 주의회 의원으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한-호 정치 차세대지도자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동료 의원 및 정치인 등 5명과 방한했다.


7세 때인 지난 1986년 가족과 함께 호주 시드니로 이민 온 그는 1998년 캔버라 소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호주청년변호사회 회장, ACT 법률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호주국립대와 캔버라대에서 법학과 교수로도 활동했던 그는 2012년 ACT 주의원, 2013년 연방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낙선했고, 2016년 3번째 도전에서 ACT 주의원에 당선됐다.


이는 호주 한인이민사에서 첫 주의원 탄생으로 동포사회를 비롯해 다양한 호주 이민커뮤니티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야당인 자유당 당원이었지만 정치인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호주청년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 ACT 자유당 대표와 교류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주의원 출마를 권유받아서 고심 끝에 첫 선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변호사이자 국립대 교수로서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상황에서 정치인이 되는 것은 큰 도전이었는데 재호주호남향우회장을 지낸 부친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다.


이 의원은 "한인뿐만 아니라 호주 사회의 다양한 소수민족 커뮤니티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했고 특히 한인 정치인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 앞장서 길을 개척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돌아봤다.




'한국의 날' 행사에서 축사하는 이 의원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 축사하는 이슬기 의원. [이슬기 의원실 제공]


2012년 첫 선거에서 200여표 차이로 낙선했다. 호주 선거제도는 부재자 투표함 개봉 등의 절차가 길어서 개표 초반에는 주요 방송에서 당선 확정이라고 보도했고, 실제로 당선 인터뷰도 진행했으나 며칠에 걸친 투표 집계 최종 결과는 석패였다.


이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한인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지와 후원을 보내줬고, 그게 큰 힘이 됐기에 낙선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며 "한인뿐만 아니라 지지해준 많은 유권자와 소수자를 돕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백인이 주류인 호주에서 동양인인 그는 인종차별을 겪으며 성장했다.


그는 "예전에 한국이 지금처럼 발전한 강국이 되기 전에는 대부분 중국계나 일본계로 착각했고, 특히 호주-중국 관계가 안 좋아지거나 호주 내 중국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 덩달아서 한인들도 피해를 보곤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느 날 유권자가 '당신의 연설에 감동했지만 중국계인 당신으로 인해 호주에 중국 정치가 간섭하게 될까 봐 우려된다'는 메일에 한국계라며 유색인종 차별을 중지해달라고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


재선에 성공한 후 ACT 야당인 자유당의 대표를 맡기도 했던 그는 환경·기후·에너지·교육 분야에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펼쳤다.


변호사와 법대 교수를 지냈기에 입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특히 아시안 청년을 돕고 다문화 리더십을 키우는 일과 여성의 인권 향상에 집중했다.


그는 성관계 중에 일방적으로 콘돔을 빼버리는 이른바 '스텔싱'을 금지하는 법을 호주에서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 의원은 여성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설문조사를 벌여 필요성을 입증해 입법에 성공했고, 이 법은 현재 호주 전역에서 채택돼 시행되고 있다.


가정폭력을 당하다 이혼당한 아시아계 여성이 비자 문제로 자녀와 함께 강제 출국 될 위기에 빠졌을 때 여당 의원과 출입국 관계자에게 요청해 호주에 정착하도록 돕기도 했다.


그는 "어느 날 그 여성이 찾아와 목숨을 구한 일과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며 "그저 돕는 말을 건넸을 뿐인데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그게 큰 도움이었는지 또 정치인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게 되면서 유권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됐다"고 밝혔다.




건설 현장 시찰하는 이슬기 의원

호주 캔버라에서 건설 현장 시찰에 나선 이슬기 의원. [이슬기 의원실 제공]


그는 이번에 9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했는데 한국의 발전상에 놀라고 감동했다. 특히 동료의원들이 방한 기간 한국 배우기에 열심인 모습에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다.


이 의원은 "국회 방문을 비롯해 세종시 의회와 교류하면서 한국 정치 시스템을 배우려고 했고, 한국문화 체험에도 열심이었다"며 "개인 시간에 찜질방에서의 '때밀이' 체험을 제안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하며 따라나설 정도였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한국과 호주 간 경제·문화 교류를 더 확대해야 한다며 "에너지·인공지능(AI)·방산 분야에서의 협력은 양국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가교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한국은 호주의 투자국으로는 17번째인데 교역규모에 비하면 너무 적다"며 "규제를 풀어서 투자를 활성화하는 입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자녀들도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라며 그는 "어린 시절에 학교 소풍에 김밥을 싸 들고 가는 게 너무 창피해 어머니에게 샌드위치를 싸달라고 하소연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상전벽해인 셈"이라고 단언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이 의원은 "정치에 정년은 없지만 초심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진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기에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며 "그만두는 순간까지 사회를 더 좋게 만들고 다음 세대를 위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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