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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피로감·선택권 박탈…'탄소 중립 선거'와도 멀어져
아날로그형 '현수막 숲' 벗어나기가 AX시대 선진화 첫걸음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6·3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머지않아 전국 요지마다 선거 현수막들이 숲을 이루게 된다. 벌써부터 현수막 피로감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이번 동시 선거에서는 유권자 한 사람이 광역단체장,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비례대표광역의원, 비례대표기초의원 등 7표를 행사하게 된다. 재·보궐선거지역에서는 8표로 늘어난다. 그만큼 후보도 많고 선택도 복잡하다.
선거철마다 홍보용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리며 '현수막 공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나 저속한 표현으로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경우 유권자들의 짜증을 유발한다. 소방시설 앞 등 금지된 장소에 설치하거나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는 규정 위반이기도 하다.
유동 인구가 많고 잘 보이는 곳에 내걸리기 때문에 현장을 지나는 유권자들이 시각적 선택권을 박탈당하기 일쑤다. 명함이나 인쇄물은 받은 뒤 버리기라도 할 수 있지만, 현수막은 싫건 좋건 볼 수 밖에 없어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로부터 '시각적 폭력'이라는 지탄까지 받는다.
환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수막은 대부분 PVC(폴리염화비닐)로 만든다. 사용한 현수막을 수거한 뒤에는 재활용이 어려워 상당수가 매립이나 소각 처리된다. PVC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라서 소각할 때는 유독 가스가 나온다. '탄소 중립 선거'와도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자원순환사회연대 회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당 홍보 및 선거 현수막 사용 중단 국민청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선거과정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현수막이 자원낭비 및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며 나프타 수급 위기 극복 등을 위한 선거 현수막 사용 중단과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6.4.6
dwise@yna.co.kr
이처럼 '국민적 불편'을 끼치는 현수막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후보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편일 뿐만 아니라 현장 유세, 공보, 벽보, 광고, 방송, 문자 등과 함께 공직선거법에 보장된 정당한 선거운동이다.
현수막은 또한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는 유용한 홍보 수단이다. 미디어 활용을 통한 홍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성 정치인에 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 되는 정치 신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효과적인 매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불편을 마냥 감수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기존 방식의 관리는 철저히 하되, 아날로그형을 최소화 하고 디지털형을 늘려야 한다. 다중이용 편의시설이나 교통편에 설치된 디지털 장치를 활용하거나 지정 게시대를 디지털화 함으로써 현수막을 대체하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도입도 검토해 볼 때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도심 거리에서 인간 배송원을 대신해 상품을 배달하는 로봇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선거운동을 돕는 로봇도 등장하고 선거사무에 활용된다. 지난달 경기도 하남시에서는 예비후보가 로봇개를 앞세우고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전환(DX)에 직면한 지 얼마 안 돼 AI 전환(AX) 시대를 맞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 유권자의 불편을 덜면서도 올바른 선택을 돕는 효과적인 대안 마련에도 속도가 필요하다.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인 현수막 숲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AX 시대의 정치 선진화로 가는 첫걸음이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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