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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연구 용역"
2007년 '두 줄 서기' 캠페인 펼치다 2015년 중단
"출퇴근길 두 줄 서기 하면 짜증과 언성 오갈 듯"
vs. "긴 에스컬레이터 걸으면 위태위태"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27일 서울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한 줄 서기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모습. 2026.4.30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출근길에 막고 있으면 욕 나온다"(ji***) vs. "에스컬레이터는 서서 가는 것이지, 걷거나 뛰어서 가는 것이 아닙니다"(my***)
지난 23일 스레드 이용자 'fu***'가 올린 '에스컬레이터 에티켓' 관련 글에 달린 댓글들이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이슈가 재점화됐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 행정안전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사고 위험을 높이고 기계 수명을 줄일 수 있어 두 줄 서기 문화를 정착시키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다.
30일 현재 서울 지하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고객 게시판에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한 줄 서기 또는 두 줄 서기 여부'가 자주 하는 질문 목록에 자리해 있다.
공사는 '명확한 제약사항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행정안전부 고시 규정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뛰거나 걷지 말아야 한다'는 요지의 답변을 달았다.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의 효율성'과 '두 줄 서기의 안전성'이 또다시 공론의 장으로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27일 서울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한 줄 서기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모습. 2026.4.30
지난 27일 퇴근시간, 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에서는 열차 문이 열릴 때마다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사람들이 쇄도했다. 걷거나 뛰어 올라가려는 사람은 에스컬레이터 왼쪽을 이용하고, 서서 가려는 사람들은 오른쪽에 길게 줄을 섰다. 한 줄 서기 문화가 정착한 모습이다.
정부는 1998년 효율성을 내세워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를 홍보했다.
그러다 무게 쏠림에 따른 에스컬레이터 고장 등 안전문제를 지적하며 2007년 두 줄 서기 캠페인으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지하철 등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한 두 줄 서기 캠페인은 2015년 다시 중단됐다.
두 줄 서기 캠페인을 8년간 벌였음에도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여론이 적지 않고, 한 줄 서기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근거도 없다는 이유였다.
현재 지하철역을 비롯한 일부 에스컬레이터 안전 안내문에는 '걷거나 뛰지 말라'고 적혀 있다. 또한 아이를 동반한 어른의 경우 '아이와 손잡이를 꼭 잡고 함께 서달라'고 돼 있다.

[촬영 이진주]
직장인들은 두 줄 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혜리(38) 씨는 "집에서 광화문까지 에스컬레이터를 3번은 타야 한다"며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게 되면 위험하니까 두 줄 서기를 시행한다고 알고 있는데, 멀리서 지하철이 도착한다는 안내 음성을 들으면 두 줄로 서도 사람들이 다같이 빨리 걸어갈 것 같아 의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량진에서 판교로 출근하는 직장인 홍모(29) 씨는 "노량진역에서 판교역까지 가는 데 출근길에는 5번, 퇴근길에는 7번 정도 에스컬레이터를 마주친다"며 "출근길에 사람들 보면 다들 지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두 줄 서기를 시행한다면 '지금 사람 뒤에 밀린 거 안 보이냐'며 짜증과 언성이 오갈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빠르게 개선하지 않는 이상 무리라는 반응도 있다.
직장인 정인규(56) 씨는 "에스컬레이터가 너무 느려서 답답할 때도 있는데 여기서 두 줄 서기까지 시행된다면 사람들이 가만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계단은 에스컬레이터와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두 줄 서기가 시행되고 빨리 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계단을 또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안전 기준에는 지켜야 하는 최대 속도가 명확히 나와 있다.
승강기안전기술원 안전제도실 관계자는 "승강기 안전 기준에 에스컬레이터 설계 시 준수해야 하는 속도 기준이 정해져 있다"며 "각도가 30도 이하인 에스컬레이터는 최대 0.75㎧, 각도가 30도를 초과하고 35도 이하인 경우에는 0.5㎧"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최대 속도 규정은 권고가 아닌 의무 사항이고 우리나라에 적용되고 있는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 기준"이라며 "유럽과 같은 해외에서도 이 기준을 준수하고 있고, 만약 에스컬레이터가 느리다고 느낀다면 지하철역 등 장소 자체적으로 설정한 속도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안전을 위해 걷거나 뛰지 말아야 한다는 에스컬레이터 안내문. 2026.4.30
두 줄 서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사고 위험 때문에 진작 시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로디지털단지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규현(34) 씨는 "짧은 에스컬레이터는 그래도 괜찮지만 긴 에스컬레이터는 걷게 되면 위태위태하다"며 "계단 선택지도 있으니 에스컬레이터는 두 줄 서기로 바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의도 직장인 송모(27) 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으면 걸어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사람들이 가끔 치기도 하는데 사고가 한 번 나면 도미노가 쓰러지듯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4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승강기 종류별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에스컬레이터 사고 건수는 177건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두 줄 서기를 환영했다.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장모(35) 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5살 딸을 먼저 타게 하고 제가 뒤에서 보거나 아예 안고 타는데, 두 줄 서기가 시행된다면 제가 아이 손을 잡고 옆에 함께 탈 수 있으니 지금보다 더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7살 아들을 둔 김모(32) 씨도 "주로 아이 뒤에 제가 서는 방식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탄다"며 "걸어 올라갈 때 쇼핑백을 들고 올라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이가 키가 작다 보니까 스쳐 지나갈 때 얼굴에 쇼핑백을 맞는 경우도 더러 생겨서 두 줄 서기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 27일 서울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한 줄 서기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모습. 2026.4.30
한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9일 "현재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올해 7~8월 용역 결과가 나와도 관계 기관과 여러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한 줄 서기도 두 줄 서기도 아닌 3대 안전 수칙(손잡이 잡기·걷거나 뛰지 않기·노란 안전선 안에 타기) 문화를 홍보해 왔다"며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거나 에스컬레이터에서 보행 중 노인분들 사고가 연평균 14건 정도 발생하고 있는데, 많은 건수는 아니지만 에스컬레이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기 위한 것이 용역 추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역 결과가 나온 후 협의를 거쳐 시범 지하철역에서 두 줄 서기를 시행할 경우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민을 신중히 해야 한다"며 "출근길·퇴근길 관련 상황도 고려해 3대 안전 수칙 정착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안전을 위해 걷거나 뛰지 말아야 한다는 에스컬레이터 안내문. 2026.4.30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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