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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인데 연금 빚은 급증…전문가들 "직역연금 개혁 배제는 미봉책"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되는 재정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퇴직 공무원에게 줄 연금은 늘어나는데 걷히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그 차액을 메우기 위한 혈세 투입이 급증하면서 국가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 적자보전금 10조원 시대…수입-지출 격차에 세금 투입 급증
28일 연금 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인 연금연구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이 정부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 수치를 토대로 추산하면, 2025년 적자보전액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의무지출 금액이 불어나는 속도를 고려하면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 규모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요청한 2025년 보전금은 10조475억원으로 2024년 8조6천40억 원보다 불과 1년 만에 1조4천435억원이 늘어났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2025년 공무원연금 기금의 예상 수입은 14조8천621억원이었지만 예상 지출은 24조2천432억원에 육박해 약 10조원가량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적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세금으로 채워 넣은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법령에 따라 지출 규모가 정해져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총지출 764조4천억원 중 의무지출은 415조1천억원으로 전체의 54.3%를 차지한다. 의무지출 증가율(연평균 6.3%)이 총지출 증가율(5.5%)을 웃돌면서 비중은 2028년 55.0%, 2029년 55.8%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무지출의 절반 이상은 복지 분야 법정지출이다. 기초생활보장 급여, 건강보험, 4대 공적연금, 기초연금 등이 포함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수급자와 지급액이 함께 늘며 내년 200조원을 넘어 2029년 2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경제 규모 대비 적자 비중 2배 폭증…잠재성장률 하락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지점은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무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극히 낙관적으로 추정한 수치에서조차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 비중이 2025년에서 2065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라 전체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비용이 2배나 더 빠르게 불어난다는 뜻으로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훨씬 넘어서는 짐을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연금연구회를 이끄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윤 위원은 "정부의 낙관적 추정치에서조차 적자 비중이 2배로 뛸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그 누구도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미래 세대에게 파괴적인 재정 짐을 떠넘기면서도 사회 전체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을 비정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예산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법적으로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 비중이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과 같은 직역연금의 구조개혁 없이는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2030년 5년 사이에 한국의 연금 지출 증가 속도가 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7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5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성장의 엔진은 식어가는데 세금으로 메워야 할 구멍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 "직역연금 배제한 개혁은 미봉책"…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
상황이 이토록 엄중한데도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연구회는 한 해 10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무원연금의 실상을 정부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22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에서는 공무원과 사학 그리고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이 아예 배제돼 있다.
특히 사학연금의 미적립부채가 200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연금연구회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연금연구회는 국민연금 재정평가 기간인 향후 70년, 즉 2096년까지의 공무원과 사학 그리고 군인연금 재정 상태를 가감 없이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무지출 급증의 핵심 원인인 직역연금 개혁을 배제한 채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만 건드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피 같은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달 빠져나가는 혈세 10조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미래 세대에 얼마나 큰 짐이 될지를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무지출 폭증의 핵심 원인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외면한 채 국민연금만 국회 연금특위에서 다루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며 이제라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전면적인 개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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