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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한국인 심혈관질환 절반은 관리 소홀이 부른 '인재'

입력 2026-04-28 06: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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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기혈압·흡연 등 '5대 요인' 영향 커…50세 미만 남성은 기여도 71.5%


625만명 빅데이터 분석…"성별·나이별로 위험 요인 맞춤 관리해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자료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흔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뿌리가 같은 '형제 질환'으로 묶인다. 모두 혈관을 망가뜨리고 결국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 물질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에서 출발한다. 심장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혈관이 막히면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으로 이어지며, 이로 인한 사망까지 포함하는 치명적인 질환군이다


하지만 같은 기저질환이라도 누구에게는 치명적인 방아쇠가 되고, 누구에게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는 만큼 성별과 연령 등에 따른 위험 요인을 명확히 알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심장은 하나지만, 그 심장을 위협하는 경로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최수연 교수 연구팀이 의학 학술지 '랜싯 지역 건강-서태평양'(The Lancet Regional Health - Western Pacific)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진짜 얼굴'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와 통계청 사망자료를 연계해 2009∼2010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가운데 심혈관질환이 없던 624만9천852명을 대상으로 13년(중앙값)을 추적해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이 기간에 총 27만9천93건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발생했으며, 1천명당 발생률은 연간 3.58건이었다.


분석 결과 수축기 혈압, 흡연, 비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총콜레스테롤에서 HDL을 뺀 값), 당뇨병, 체질량지수(BMI) 순으로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연구팀은 이들 '5대 위험 요인'이 전체 심혈관질환 발생의 46.2%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바꿔말하면 현재 발생하는 심혈관질환의 절반 가까이가 예방이 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뜻이다.


위험 요인의 성별 기여도는 남성이 52.8%로 여성(30.4%)보다 훨씬 높았다. 남성에서 평소 생활 습관과 만성질환 관리가 더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50세 미만 남성에서는 5가지 위험 요인의 총기여도가 71.5%에 달해 대부분의 심혈관질환이 '관리할 수 있는 요인'과 직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48.6%로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흡연은 29.4%로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젊은 남성의 경우 고혈압에 흡연이 더해질 경우 상승 작용을 일으켜 동맥경화를 가속한다고 분석했다. 담배의 독성 물질이 혈관 내피를 손상하면, 높은 혈압이 그 손상 부위에 지속해서 물리적 스트레스를 가함으로써 혈전 형성을 촉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은 젊은 시기에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보호 효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연령이 증가하면서 당뇨병과 비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의 기여도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폐경 전후의 호르몬 변화와 연결 지었다. 에스트로겐 감소로 내장지방이 늘고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하면서 당뇨병과 고지혈증이 혈관에 미치는 손상이 남성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서구와 다른 한국인 특유의 위험 구조도 확인됐다.


서구에서는 비만이 심혈관질환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에게서는 체질량지수보다 혈압의 영향력이 훨씬 컸다. 겉으로 마른 체형이라도 혈압이 높거나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쁘다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고혈압 상태에서 흡연하거나, 당뇨병과 고지혈증이 함께 있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은 단순 합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서 "심혈관질환은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여러 위험 요인이 서로 얽혀 만들어내는 복합 질환인 만큼 예방을 위해서는 단일 질환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나이와 성별, 대사 상태를 반영한 '정밀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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