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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 기본 정보·정체성 등 조사…올해 10월께 발표
"한인 2세대의 정체성, 한인사회 미래 좌우…우리말 교육 중요"
"BTS, 영화 미나리, 케데헌…스스로 감추려 들었다면 나올 수 없던 콘텐츠"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장태한 UC 리버사이드 대학 교수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024년 평생 업적상'을 수상 후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2024.3.17 higher2501@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나의 뿌리를 모르고 날 미워하면 다인종사회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조사는 미국 내 한인들의 실태와 뿌리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는 첫 계기가 될 겁니다."
장태한(70)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 리버사이드)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한흑(韓黑) 갈등을 연구 주제로 1990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재미 한인 이주사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월부터 한미재단(KAF)으로부터 기금 지원을 받은 한미연구소(KAI)와 함께 미주 한인사회의 실태와 언어 수준, 정책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전미 단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제까지 미주 한인 사회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일부 주(州)에만 설문이 진행됐거나 조사 방식도 부정확했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장 교수는 "미주 한인사회의 정확한 통계 자료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관련 정책을 마련하거나 비영리단체 등에서 지원을 벌이고자 할 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잇따랐다"고 짚었다.
미국 현지에 사업장을 꾸리거나 직접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이 늘고, 이민 2∼3세대가 미 대륙 곳곳에 뿌리내리면서 한인 사회의 규모는 200만명에 달하지만, 이를 파악하는 자료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에 뜻이 맞는 교수 6명과 의기투합해 팀을 꾸려 6개월간 설문지를 만드는 데 몰두했다. 설문지에는 미주한인의 기본적인 성별과 나이, 가족 관계, 종교, 재정 상태 등 기본적인 신상 정보는 물론이고, 정착 기간과 학력, 건강보험 가입 여부, 생활 만족도, 정체성처럼 미주 한인사회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 담겼다.
여론조사 전문기관과 함께 미국 전 지역에 사는 한인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표본을 뽑은 뒤, 1만여명에게 온라인과 전화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제대로 된 응답 결과를 담은 1천500명을 최종적으로 추출해서 정확성을 확인하고 있다.
장 교수는 "설문 결과가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본다"며 "통계 수치를 토대로 10월께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콘퍼런스를 열어 발표하고,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한인 사회의 변화를 파악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칠순인 그가 은퇴를 미루고 이번 조사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빠르게 달라지는 한인사회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다.
미국 이민 경력 50여년 간 굵직한 역사를 마주했던 장 교수였지만, 최근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라고 감탄했다.
"1970∼1980년대 미국에서 한인사회는 거의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존재감이 없었죠. 일본과 중국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민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코스트코 가면 화장품이나 식료품 등에서 한국산이 꽉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은 말해 뭐합니까."
흐름은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정착에 힘쓰던 '이민 1세대'가 저물고 '이민 2세대'로 세대교체 중인 상황이다. 이들이 정체성을 간직하고 성장해야 한인사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장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2세대들이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한인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대한 과제"라며 "한국어 교육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과목 선이수제(AP) 한국어 도입 추진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대학 학점을 미리 따는 제도인 AP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한국어의 경우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 주말학교나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한인 2세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한국어를 놓게 된다"며 "AP 한국어가 도입되면 스스로 우리말을 공부하려고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정식 도입이 되려면 매년 5천명 이상이 응시를 해야 하고 인원이 미달했을 때 모자란 만큼의 금액을 주최 측에 보전을 해줘야 하는 만큼 한국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중고등학교에 한국어반을 계속 늘리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유능한 한국어 교사를 배출하는 양성 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1974년 미국에 이민한 그는 "18살에 모국을 떠나온 이후 정말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며 "그 사이 한국도, 미국도 많이 바뀌었다"고 떠올렸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장 교수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준 것은 한인이라는 정체성이었다. 자기 뿌리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쉽게 흔들리고, 타인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방탄소년단(BTS), 영화 미나리, 케데헌… 다른 문화에 일방적으로 동화하려 들고 스스로를 감추고 못나게 여기면 그런 콘텐츠는 나올 수 없습니다. 나를 알고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야말로 다인종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 믿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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