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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의 칼…7년 만에 다시 뽑는다

입력 2026-04-14 0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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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익률 18% 달성한 국민연금…경영 감시 체계 가동 착수


재계 반발과 결정 구조 난맥상 뚫고 주주대표소송 실행력 확보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이 2025년 한 해 동안 18.82%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올린 기세를 몰아 올해 들어 기금 1천5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크게 불린 국민연금은 이를 계기로 이제 그동안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쓰지 않았던 주주대표소송이라는 강력한 칼을 다시 갈고 있다. 2019년 관련 지침이 마련된 이후 7년 동안 단 한 번도 실행되지 않았던 이 제도가 사문화의 늪에서 벗어날 준비를 마쳤다.


1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주주대표소송은 이사가 고의나 실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도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때, 주주인 국민연금이 직접 나서서 해당 임원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난 7년 동안 사실상 멈춰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재계의 강력한 반발이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결국 국가 경제에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며 소송 추진에 거세게 항의해왔다.


국민연금 내부의 복잡한 결정 구조도 발목을 잡았다. 소송을 결정하는 주체를 두고 국민연금 내부 기구인 기금운용본부가 맡을지, 아니면 외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맡을지를 두고 수년째 평행선만 달렸다.






재계는 외부 위원들이 소송권을 가질 경우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수 있다고 비판했고, 시민단체는 독립성을 위해 외부 위원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런 갈등과 눈치 보기 속에서 정작 소송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초 회의를 통해 이 해묵은 매듭을 풀기로 했다.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를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로 일원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결정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실제 소송이 필요할 때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실무적인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서 재계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면서도 실행력은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감시의 대상도 대폭 넓어진다. 기존에는 법을 어긴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경우에만 소송을 검토했으나, 앞으로는 배당 정책이나 산업 안전 등 중점관리 사안을 두고 국민연금과 비공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업까지 소송 검토 범위에 들어온다. 이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마지막 수단인 소송 카드를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강력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기관투자자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단순히 주식을 보유해 수익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올바르게 경영되도록 감시해 장기적으로 국민의 노후 자금 가치를 지키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국민연금이 7년 만에 대표소송의 카드를 꺼낸 것은 단순히 기업을 벌주려는 게 아니라 국민이 맡긴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집사로서 당연한 책무를 다하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국민연금이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첫 번째 소송의 칼을 휘두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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